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즉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의 해양방류가 시작된 지 어느덧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논쟁의 중심에는 늘 삼중수소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는 자연계에도 존재한다"고 설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류 중인 처리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한다. 국내외 언론도 대부분 삼중수소 농도와 희석효과, 생물농축 여부를 중심으로 보도한다. 그 결과 후쿠시마오염수 문제는 마치 삼중수소 하나의 문제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후쿠시마오염수 논쟁은 삼중수소만의 문제인가. 필자는 지난 몇 달간 지면을 통해 후쿠시마 항만 생태계의 생물농축 문제, 체르노빌원전사고 40년의 교훈, 그리고 삼중수소 축적 모델의 불확실성 문제를 차례로 다루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왜 우리는 후쿠시마오염수의 수십 가지 핵종 가운데 삼중수소만 이야기하고 있는가. 그 질문은 결국 원자력이 남기는 '시간의 문제'로 이어진다.
ALPS는 원래 '다핵종제거설비'다. 우리가 흔히 '오염수'라고 부르는 물은 후쿠시마원전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로 처리한 뒤 방류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ALPS는 '다핵종' 제거를 전제로 설계된 시설이다. 도쿄전력이 관리대상으로 제시하는 핵종은 세슘-137(Cs-137), 스트론튬-90(Sr-90), 요오드-129(I-129), 코발트-60(Co-60) 등을 포함해 29종에 이른다. 도쿄전력은 ALPS를 통해 이들 핵종을 제거하거나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방류한다고 설명한다.
29종의 핵종 중 세슘-137은 반감기가 약 30년이며, 칼륨과 비슷하게 행동하기에 근육조직에 축적 가능성이 있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토양오염의 대표 핵종인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ALPS로 대부분 제거가 가능하며, 해수 및 수산물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스트론튬-90은 반감기가 약 29년으로 칼슘과 유사해 뼈와 치아에 축적되고 내부피폭 우려 핵종이다.
ALPS 제거 대상이지만 후쿠시마원전사고 초기에는 제거 실패 사례가 있어 논란이 있는 핵종이다. 요오드-129는 반감기가 약 1570만 년으로 갑상선에 축적 가능하며 반감기가 매우 길어 장기 환경문제 우려가 높다. ALPS 제거 대상이지만 장기 환경감시가 필요한 핵종이다. 코발트-60은 반감기가 약 5.3년으로 강한 감마선을 방출하는데 원전 구조재 부식 과정에서 발생한다.
ALPS로 제거 가능하며, 비교적 단기간에 감소한다. 루테늄-106은 반감기가 약 1년으로 원전사고 직후 우려됐던 핵종으로 생태계 이동성 문제가 존재한다. ALPS 제거 대상이다. 탄소-14는 반감기가 약 5730년으로 탄소순환에 편입되며, 식물·동물·인간의 생체조직 구성이 가능하고, 장기성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ALPS로 일부 제거 가능하나 완전 제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반해 삼중수소(H-3, Tritium)는 반감기가 약 12.3년으로 물(H₂O)의 일부로 존재하며 희석이 가능하기에 현재 방류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ALPS로 제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ALPS는 약 62종의 방사성 핵종 가운데 대부분을 제거하도록 설계되었다. 도쿄전력은 제거 가능한 핵종은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제거가 어려운 삼중수소는 해수로 희석하여 일본 규제기준(1500 Bq/L 이하)으로 방류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ALPS는 '모든 핵종을 제거하는 설비'가 아니라 '대부분의 핵종을 기준치 이하로 낮추는 설비'라는 것이다. 즉 '없애는 것'과 '기준치 이하로 관리하는 것'은 다르다. 따라서 후쿠시마 문제는 단일 핵종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경로를 가진 방사성물질들의 복합적 문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본 언론과 정부 설명을 보면 거의 모든 관심이 삼중수소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이유는 있다. 삼중수소는 ALPS로 제거하기 어렵다. 방류되는 방사능 총량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물의 수소 일부가 삼중수소로 바뀐 형태이기 때문에 '희석'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는 후쿠시마원전사고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게 된다. 실제로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핵종은 각기 다른 물리적·생태학적 특성을 가진다. 반감기도 다르고, 이동경로도 다르며, 생물체에 들어가는 방식도 다르다. 그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핵종이 있다. 바로 탄소-14이다.
탄소-14, 원자력이 남기는 '시간의 핵종'
탄소-14는 일반인에게는 고고학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더 익숙할 것이다. 고대 유물의 나이를 측정하는 데 쓰이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하지만 원자로 내부에서도 탄소-14는 생성된다. 냉각재나 구조재 속 질소, 산소, 탄소가 중성자와 반응하면서 만들어진다. 후쿠시마 ALPS 처리수에도 탄소-14는 포함되어 있다. 물론 양은 삼중수소보다 훨씬 적다.
그러나 환경생태학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양만이 아니다. 그 물질이 얼마나 오래 존재하는가도 중요하다.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약 12.3년인 반면 탄소-14의 반감기는 약 5730년이다. 세슘-137이 약 30년인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길다. 이는 단순한 숫자 차이가 아니다. 삼중수소가 수십 년의 문제라면 탄소-14는 문명 단위의 시간 문제다. 지금 우리가 방류를 논의하는 오염수 속 삼중수소는 100년 뒤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탄소-14는 그때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후쿠시마오염수 논쟁이 현 세대의 문제라면 탄소-14는 미래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을 따라 움직이는 삼중수소, 생명을 따라 움직이는 탄소-14
탄소-14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동 방식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기본적으로 물이다. 그래서 물순환을 따라 이동한다. 바다로 흘러가고, 증발하고,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돌아온다. 반면 탄소-14는 탄소다. 그래서 탄소순환을 따라 움직인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이용된다. 식물은 동물의 먹이가 되고, 동물은 인간의 먹이가 된다. 죽은 생물은 분해되어 다시 탄소순환계로 돌아간다. 탄소-14 역시 이 과정에 편입될 수 있다.
영국의 독립 방사선 전문가 이언 페어리(Ian Fairlie)는 「Tritium and Carbon-14: Hazards from Low-Level Radioactive Emissions(후쿠시마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와 탄소-14: 저준위 방사능 배출의 장기위험)」에서 탄소-14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Carbon-14 enters the biosphere as carbon itself(탄소-14는 탄소 자체로 생물권에 들어간다).” 이 말은 매우 중요하다. 탄소-14는 단순히 바닷물 속에 떠다니는 방사성물질이 아니다. 식물의 일부가 되고, 플랑크톤의 일부가 되고, 물고기의 일부가 되며, 결국 인간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삼중수소는 물을 따라 움직이고 탄소-14는 생명을 따라 움직인다. 이것이 두 핵종의 결정적 차이라는 것이다.
랄프 그로이브(Ralph Graeub), 어니스트 스턴글래스(Earnest J Sternglass)는 『The Petkau Effect(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저준위 방사능의 위협)』(히다 슌타로·다케노우치 마리 역, 2011)에서 특히 위험한 3가지 방사성 핵종으로 삼중수소 외에 방사성 탄소-14와 크립톤-85(Kr-85)를 들고 있다. 탄소-14의 성질로 특히 악명 높은 것이 장기 유전장애와 암을 포함한 체세포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UNSCER 보고에 따르면 핵시대 시작 이래 인간의 혈액과 모발에 포함된 탄소-14가 대류권의 함유량에 비례해 증가해왔으며 각종 핵시설 근처의 나뭇잎과 수피에 탄소-14 농도의 유의미한 증가가 확인돼왔다는 것이다. 또한 종래의 오염물질과 달리 탄소-14는 통상의 탄소-12를 포함한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강수를 통해 대기에서 간단히 씻겨지지 않기에 대기 중에 축적을 피할 수 없으며 방사능의 약 1%의 증가가 수목 성장에 오랜 시간에 걸쳐 약 18%의 손상을 준다는 것이다(UNSCEAR Annual Report, 1982).
생물농축보다 더 중요한 '생물학적 편입'
최근 후쿠시마 논쟁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생물농축(bioaccumulation)'이다. 실제로 일본 연구진 이케노우에(Ikenoue), 다니(Tani), 가와무라(Kawamura), 사토(Satoh)는 2025년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환경과학&기술)』에 발표한 「Negligible Tritium Accumulation in Japanese Flounder from Treated Water Released from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 A Numerical Simulation Study(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방류에 따른 일본산 가자미의 미미한 삼중수소 축적: 수치모델 시뮬레이션 연구)」에서 삼중수소의 생물축적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해수·먹이망 모델을 이용해 삼중수소가 어류에 장기적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논문도 결국 삼중수소 이야기다.
탄소-14에서는 다른 개념이 중요해진다. 바로 '생물학적 편입(biological incorporation)'이다. 탄소는 생명체의 기본 구성 원소다. 따라서 탄소-14는 단순히 생물체 표면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지방, 세포, 조직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역시 탄소-14의 내부피폭 특성을 별도로 평가하고 있다(ICRP Publication 119, Compendium of Dose Coefficients based on ICRP Publication 60, 2012). 물론 이것이 곧 건강 피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탄소-14의 이런 특성을 충분히 논의하고 있는가 하면 솔직히 말해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왜 탄소-14는 관심 밖에 있는가
흥미로운 점은 일본 정부 자료나 IAEA 검토보고서에도 탄소-14는 등장하지만 사회적 논쟁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첫째, 설명하기 어렵다. 삼중수소는 "희석된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탄소-14는 광합성, 먹이망, 탄소순환, 장기체류 등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의 시간과 맞지 않는다. 정치는 보통 5년을 생각한다. 언론은 하루 하루를 생각한다. 그러나 탄소-14는 5730년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셋째, 규제체계의 한계 때문이다. IAEA와 각국 규제기관은 기본적으로 방사선량과 농도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이 방식은 필요하지만 생태계 속 장기순환이나 세대 간 영향을 충분히 보여주지는 못한다.
셀라필드와 라아그가 던지는 질문
사실 탄소-14 문제는 후쿠시마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영국의 셀라필드(Sellafield) 재처리시설과 프랑스의 라아그(La Hague) 재처리시설에서는 수십 년 동안 탄소-14 방출 문제가 논의돼 왔다. 영국 환경단체들과 일부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탄소-14의 장기 환경영향을 제기해 왔다. 캐나다의 중수로형 CANDU 원전 역시 탄소-14 배출과 관련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United Nations Scientific Committee on the Effects of Atomic Radiation, Sources and Effects of Ionizing Radiation, 2008). 즉 탄소-14는 원자력 이용 역사 전체와 함께 존재해온 문제다. 다만 후쿠시마에서는 삼중수소가 워낙 큰 이슈가 되면서 가려졌을 뿐이다.
후쿠시마가 던지는 진짜 질문
후쿠시마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14년이 지났다. 체르노빌원전사고는 4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방사성물질의 장기 영향을 논의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자로 내부에는 아직도 녹아내린 핵연료가 남아 있다. 오염수는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계속 발생할 것이다. 여기에 탄소-14라는 시간축을 더하면 질문은 더욱 커진다. 우리는 원전을 이야기할 때 늘 현재의 안전성을 묻는다. 그러나 미래세대는 다른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사성물질은 얼마나 오래 남을 것인가."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후쿠시마오염수 논쟁은 단순한 삼중수소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원자력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문제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확대, 신규 원전 건설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원전은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인 동시에 장기 방사성물질을 만들어내는 시설이다. 현 세대는 전기를 소비하고 편리함을 누리지만 방사성물질이 남기는 시간은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다.
후쿠시마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삼중수소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더 중요한 질문은 다른 곳에 있을지 모른다. 후쿠시마오염수 논쟁은 결국 방사선량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특정 핵종의 반감기의 시간, 5000년, 10000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았는가. 탄소-14는 우리에게 원자력의 반생태적인 시간을 다시 생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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