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지사, 트럼프에 직격 "생명에 달러값 안 매길 것"

쿠오모 "트럼프, 죽을 2만6000명 골라라"...텍사스 부지사 "경제 위해 노인들 희생해야"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경제 활동을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뉴욕주의 쿠오모 주지사를 포함해 일선 주지사들은 "인간의 생명을 희생시켜 경제를 가속화 시킬 수는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 입장인 공화당 소속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는 "코로나 19로 위축된 경제 회복을 위해 노인들이 기꺼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코로나보다 경기 불황 때문에 더 많이 죽을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활동이 빨리 정상화되는 것을 보고 싶다"며 "나는 부활절(4월 12일)까지 그것(상점)들이 열리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내게 동의한다. 우리 국민들은 활력으로 가득 차 있고 그들은 집에 갇혀 있길 원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보다 경기 불황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 코로나TF 브리핑에서도 부활절 이후 경제 재개 입장을 밝혔으나, 기자들의 문제 지적이 쇄도하자 텍사스 등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지 않은 지역은 먼저 봉쇄를 풀고, 뉴욕 등 크게 확산된 지역은 계속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재개 입장을 밝힌 것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수 인력을 제외한 재택 근무, 상점의 영업 제한 등으로 이어지면서 당장 서비스 업종의 일시 해고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 후 인위적인 경기 부양 정책까지 동원해 경제 활성화를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경제위기는 오는 11월 있을 대통령선거를 통해 재선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도 주가 등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별일 아니다"라는 식의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져서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텍사스 부지사 "미국을 지키기 위해 노인들은 목숨 걸어야"

이처럼 경제를 위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좀더 직설적으로 경제를 위해 코로나19에 취약한 노약자들의 희생을 어쩔 수 없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는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다음 주면 70살이 된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을 지키고, 아이들과 손자들을 지키기 위한 대가로 노인들이 기꺼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나는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말했다. 그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은 자신을 돌볼 것"이라며 "일터로, 일상으로 돌아가자. 나라를 희생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쿠오모 "노인들은 소모품 아냐...당장 인공호흡기도 구할 방법 없어"

한편, 코로나19 사태를 대응함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민주당)는 24일 경제를 위해 코로나19 확산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이런 주장에 대해 '생명'과 '달러'를 놓고 비교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노인들은 묵숨을 걸어야 한다"는 텍사스 부지사의 주장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의 모친과 당신의 모친은 소모품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인간의 생명에 달러 가격을 매기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미국인도 인간의 생명을 희생시켜 경제를 가속화시켜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봉쇄 정책을 빨리 풀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비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또 뉴욕의 코로나19 사태가 2주 뒤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방정부에서 인공호흡기 등 의료물자를 추가로 공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만약 연방정부에서 몇주 안에 더 많은 인공호흡기를 보내지 않으려면 당신(트럼프 대통령)이 죽어야할 2만6000명을 골라야 한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뉴욕은 급증하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3만 개의 인공호흡기 중 7000개만 확보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트럼프 정부가 '연방방위생산 법(Federal Defense Production Act)'를 동원해 미국 기업들이 인공호흡기 등 더 많은 생명 유지 장치를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쿠오모 주지사는 3만 개의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상황인데 연방정부는 400개를 지원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24일 오후 8시(현지시간) 현재 미국은 확진자 5만3013명, 사망자 68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뉴욕주의 확진자 수는 2만5665명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