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거꾸로 돌아간다"...지게차 동원 강제집행 궁중족발

"대통령 지지율에 취했나...박원순 실망스럽다"

4일 새벽 서울 종로구 서촌 '궁중족발' 강제집행에 나선 집행관들과 이를 저지하는 활동가 사이에 충돌이 빚어져 활동가 1명이 부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새벽 3시 40분경 궁중족발 앞에 지게차를 동원한 법원 용역들 30명이 가게를 에워쌌다.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과 퇴거 조치에 맞서 싸우고 있는 궁중족발에 열두 번째 강제집행이 있었다. 용역들은 상가 안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 지게차로 건물 앞면을 깨부쉈다. 상가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던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용역과 건물주는 막무가내였다. (관련 기사☞ "나는 손가락이 잘린채 질질 끌려나왔다") (관련 기사☞ 여기 '법'을 지키겠다는 '불법'이 있습니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의 쌔미 활동가는 "이날 새벽 3시 40분께 법원 용역 조끼를 입은 사람 30여 명이 지게차 등 중장비를 동원해 문을 뜯고 내부를 지키던 활동가 2명을 끌어냈다"며 "이 과정에서 여성 1명이 머리에 부상을 당해 119에 후송당하는 등 인사사고가 있었지만, 집행관은 집행 완료를 선언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강제집행 당시 상가 안에 갇혀있던 음악가 이형주 씨는 "밖에서 사람들이 빠루(노루발장도리)와 같은 연장으로 문을 쑤셔서, 안에 사람이 있으니 폭력 집행을 멈춰달라고 소리쳤다"며 "결국에는 지게차가 3번을 들이받은 후에 건물 앞면이 부서지자 법원 용역이 들어와 욕설과 폭력적 언행을 하면서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강제철거 현장에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발표한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시행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되어 지게차를 이용한 폭력적인 강제집행이 이뤄진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궁중족발에 강제 집행 당시 가게 주인의 손가락 일부가 부분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은 당시 집행관의 책임을 물어 과태료 200만 원의 처분을 내렸다.

ⓒ프레시안(박정연)

이날 오전 궁중족발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의당 김종민 서울시장 후보는 "서촌 궁중족발이 쫓겨나는 중소상인의 상징, 서울 갑질의 상징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지방선거 시기에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수수방관하는 종로구청은 심판이 두렵지 않은지 입장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현 시장인) 박원순 후보에게도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새벽 강제집행 직후 궁중족발 사장님이 박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원칙적인 이야기만을 했다고 전했는데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박 후보가 강제철거 현장에서 자기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유감이고 규탄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혹시나 민주당이 대통령 지지율에 취해서 민생 짓밟는 행위 하는 거라면 더욱 강하게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프레시안>과 만나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라며 "상가 안에 사람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지게차와 같은 중장비를 밀고 생명을 위협하는 방식의 강제집행은 이미 사라졌다고 봐야 하고, 사라져야 하는데 이게 계속된다는 게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들이 건물에 특별히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 계속 상가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통해서 공정임대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서울시장이 되면 강제로 사람을 들어내지 않을 것이고, 궁중족발의 원상복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잘하고 있는데 민생과 관련해서 궁중족발의 강제집행 ,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믿고 그러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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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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