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그 시작은 1945년 12월 <동아일보>

[우리는 왜 전쟁을 했을까] ③ 전쟁세력과 가짜뉴스

개미 사회의 의사소통 도구는 페르몬이다. 페르몬을 제거하면 개미 집단은 곧바로 붕괴되고 군집에 속한 개미들은 모조리 죽는다.

사회성 동물인 사람의 소통과 교류 수단, 자기 인식 수단은 언어다. 사람에게서 언어를 제거하면 개미와 마찬가지로 그 언어 공동체는 붕괴되고 그 공동체에 속한 사람도 곧 흩어지거나 죽는다. 물론 다른 언어 공동체로 편입되면 살 수 있다.

사람은 모두 다 유일무이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귀한 존재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세포 하나까지 똑같은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협동하고 경쟁하는 공동체와 국가 안에서 협동과 함께 갈등은 필연이다. 대화를 통한 갈등 조정과 관리 방식은 그래서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조화시키는 필수불가결한 관습 또는 제도다.

사람과 사회의 차이와 갈등은 사람의 진화와 변화, 사회 변화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차이가 차별이 되고, 갈등이 전쟁으로 바뀌는 것은 악성 종양이 생기는 것과 같다. 악성 종양은 억제하거나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공동체 안의 차별과 전쟁 또한 억제하고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는 수많은 사람들의 끔찍한 고통과 함께 붕괴된다.

병정 개미 가운데 소수 무리가 페르몬을 뿌려대면서 가까운 곳에 죽어가고 있는 탐스런 애벌레 먹이가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먹이는 없고 죽음의 개미핥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그런 개미핥기 끄나풀들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쟁세력의 무기, 가짜 뉴스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 점령.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

1945년 12월 27일의 그 유명한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다. 해방이 된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고, 12월 1일 동아일보가 복간된 지 채 한 달도 안 된 때였다. 당시 신문은 한 장짜리 2면이었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 영, 소 3개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은 조선의 즉시 독립을 주장한 데 반해 소련은 신탁통치를 주장했다는, 가짜뉴스의 효시 격인 기사다. 동아일보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호외까지 발행했다.

▲ 1945년 12월 27일 자<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

조선인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치욕의 일제 36년 식민지에서 해방된 모든 조선인들의 하나같은 열망은 조선의 즉각적인 통일 독립국가 건설이었다. 그런데 소련이 그같은 즉시 독립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또다시 식민지와 같은 신탁통치를 획책하고 있다니 분노가 저절로 불타오르는 소식이었다. 이전까지 남한의 인민들은 소련을 전혀 적대시하지 않았고, 오히려 해방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것은 명백한 오보였고, 의도된 가짜뉴스였다. 조선의 즉시 독립을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것은 소련이었다. 반대로 조선을 신탁통치 해야 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이를 일관되게 관철시키고자 한 것은 다름아닌 미국이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해방 후의 조선 정치는 찬탁의 좌익과 반탁의 우익으로 확연히 갈라졌다. 친일파 처단과 자주독립국가라는 온 국민의 염원은 순식간에 미국이냐 소련이냐, 반탁이냐 찬탁이냐, 좌익이냐 우익이냐 하는 이분법의 진영 논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미국은 1945년 9월 미군의 조선 점령 초기부터 조선 인민은 자치 능력이 없다고 철저하게 경멸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군은 조선에 진주하자마자 일제의 친일부역 조선인 경찰과 관료들을 대거 다시 미군정 경찰과 관료로 재기용했다. 1853년 미국이 일본을 문호개방한 이래 태평양전쟁 시기를 빼고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뿌리깊은 일본 우선 전략, 미일 동맹을 통한 아시아전략의 일환이었다.

일제 식민지 관료기구를 그대로 부활시킨 미군정은 1945년 12월 12일 곧바로 조선인 스스로 조직한 좌우합작 행정 자치기구인 인민위원회를 불법화시켰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은 자치능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조선에 대한 신탁통치를 강하게 추진했다.

그런데 이처럼 미국이 제안한 신탁통치안을 친일파 언론과 관료들은 완전히 거꾸로 소련이 제안한 것으로 백팔십도 왜곡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거센 반탁운동을 통해 하루아침에 반탁 민족주의 세력으로, 매국 부역신문 동아와 조선은 반탁 민족진영 언론으로 신분 세탁을 하고 말았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6.25동란으로 가는 첫 번째 갈림길을 제공한 것은 명백히 1945년 12월의 신탁통치 가짜 뉴스였다.

촛불이 전쟁세력을 해체한다

우리는 아직도, 70년 넘게, 대를 이어, 변함없이, 매일매일 되풀이되고 있는 이같은 가짜뉴스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친일에서 종미(친미가 아니다!)로 하루 아침에 상전을 바꾼 전쟁세력은, 대를 이어, 여전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의 기득권 지배 동맹세력으로 인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 이들이 휘둘러대는 전가의 보도는 종북 빨갱이 타령과 태극기 부대, 즉 가짜뉴스와 유사 파시즘의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다.

그러나 이제 가짜뉴스가 먹히는 시대는 지나갔다.

국가주의 이데올로기가 인민들을 옥죄고 블랙리스트가 버젓이 통용되던 이명박근혜 9년의 저강도 유사 유신시대도 끝이 났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일이 폭력과 전쟁을 통해 쟁취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혁명은 폭력을 동반했다. 아예 무장투쟁을 통해 혁명을 성공시킨 사례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한국의 촛불 혁명은 백만이 넘는 주권자들이 광화문 광장을 점령했음에도 그 어떤 폭력 행사 하나 없었다. 그냥 잔치 벌이듯이 평화롭게 모인 촛불 주권자들은 평화의 해방구에서 구호를 외치고 그냥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경찰도 군대도 태극기부대도, 그 어떤 폭력도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고, 마침내 박근혜를 끌어 내렸다. 이보다 더 평화세력의 놀라운 힘을 웅변해 주는 역사 현장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며, 국민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민주주의와 평화 체제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이보다 더 강렬하게 행동으로 보여준 적은 없었다.

전쟁세력의 경제 근거지는 재벌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은 재벌을 육성 지원하고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축재도 하고 전쟁세력 구축에 돈을 댔다.

이승만과 박정희가 극우 폭력단체 땃벌떼, 용팔이 등을 육성한 것처럼 삼성재벌은 어버이연합 등에 돈을 대 폭력시위를 배후조종했다. 재벌들은 전경련을 조직, 여론 조작과 함께 그런 전쟁세력 지원의 창구로 활용했다.

대한항공도 그런 재벌 가운데 하나이다.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아버지가 박정희 시절 교통부 차관 이재철이다. 최근 동영상 공개로 일부 실체가 드러난 이명희, 조현아, 조현민 등 조양호 일가의 역겨운 갑질은 전쟁세력의 갑질을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삼성 이재용을 석방시킨 판사에서부터 장충기 문자에서 그 일부가 고구마줄기처럼 뽑혀 나오는 정계, 관계, 재계, 언론계의 유착과 기득권 갑질 동맹은 청산해야 할 적폐 중의 적폐다.(<뉴스타파> 장충기 문자, 2018. 4. 24.~5. 5.)

국회 적폐, 사법부 적폐, 관피아 적폐, 언론 적폐, 재벌 적폐, 교육 적폐 등등 청산해야 할 전쟁세력의 적폐는 많고도 많다. 70여년 쌓이고 쌓여 악취나는 쓰레기더미가 63빌딩보다도 더 높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적폐를 청산하고 갑질을 끌어내리는 것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평화의 해방구를 넓혀가는 인민들의 끈질긴 비폭력 촛불 평화 행동임을 지금 우리는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이명박을 구속시킨 것도 다스는 누구겁니까 묻고 행동하는 촛불 주권자들이었다. 결코 구체제의 기득권에 갇혀 눈치만 보고 복지부동하는 적폐 검찰과 경찰이 아니었다.

갑질 동영상을 공개하고 가면을 쓰고 촛불집회를 열어 조씨 일가 아웃과 갑질 청산을 외치는 재벌 적폐청산의 주역들도 대한항공 직원들과 시민들이다. 재벌 적폐 청산을 해야 할 정부와 입법, 사법부 고위 관피아들은 오히려 재벌을 도와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혁명이든지 혁명 이후에는 구체제 기득권 세력의 반동이 튕겨져 나온다.

촛불 주권자의 힘은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과 행정부 장관들을 바꾸었다. 그러나 입법부와 사법부를 비롯해서 정부와 산하기관의 고위 임직원들까지도 상당수는 여전히 구체제의 이명박근혜 전쟁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언론은 여전히 전쟁세력이 완고하게 따발총처럼 가짜뉴스를 쏴댄다.

촛불 주권자의 평화롭고도 끈질긴 일상 정치의 주권 행사와 적폐 청산이 지속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평화가 애국이다

애국이란 평화를 지키고 평화를 확대하는 것이다. 결코 전쟁이 아니다.

한국의 전쟁세력이란 김구의 지적처럼 정확히 말하면 대부분 이미 오래 전부터 재산과 자식을 외국에 도피시켜 놓고 자신도 여차하면 외국으로 도망갈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춰 놓은 매국노들이었다. 그들은 국가와 공동체를 지키고자 하는 보수세력이 결코 아니다.

6.25동란 당시 대전에 내려가 수도 서울을 사수하고 있다고 거짓방송을 하고는 한강 다리를 폭파해 수많은 서울시민을 죽인 자들, 부산항에 도망갈 배를 마련해놓은 채 부산과 가까운 일본의 야마구치 현에 망명정부를 세우겠다고 일본정부에 구걸한 자들, 이들이 다름아닌 이승만과 남한 정부 관리들, 언론과 기업인들이었다.

전쟁을 수행할 석유도 능력도 없는 북한은 괴물이 아니다.

북한이 극단의 군사주의 체제를 선택한 주체 왕조 체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심각한 식량난과 악화된 경제난 속에서 미국의 극심한 봉쇄정책과 체제 붕괴 전략에 맞서 핵개발과 선군정치라는 극단의 군사주의 노선을 선택한 것은 북한의 생존 전략일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북한은 군사 우선주의 노선에서 경제 우선주의 노선, 민생 우선 정책으로 확실하게 전환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평화체제와 민주주의 정착, 국가주의 극복, 지역 자치공동체의 재생이란 과제는 사실 분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결코 달성 불가능하다. 남북의 군사주의자와 국가주의자들을 고립시키지 못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자치와 자립의 민주주의 공동체 사회는 전혀 실현 불가능하다.

4.27 판문점선언은 한반도에서 역사를 바꾸는 진정한 애국의 길을 열었다. 이제 인민들이 평화체제의 구축이라는 애국의 길로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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