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이면, 걸어가며 찾기 좋을 때

[프레시안 books] <이야기가 있는 서울길>

(미세먼지만 아니라면) 걷기 딱 좋을 때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서울에도 긴 시간에 걸쳐 생긴 둘레길이 도심 전체를 아우른다.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던 서울고가에도 차 대신 사람의 발길이 닿는다. 북촌, 한강변 등 도심의 소문난 곳은 언제고 시민이 찾을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 되었다.

인문학습원에서 서울학교를 운영한 최연 서울학교장이 길을 테마로 서울의 역사를 이야기한 <이야기가 있는 서울길>(가갸날 펴냄)을 냈다.

총 10개의 이야기로 나뉘는 이 책은 개별 챕터마다 걷기 코스를 정리하고, 이 길을 따라 걸으며 보이는 유적의 역사를 설명한다. 풍부한 그림과 사진 자료를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첫 챕터는 백악(북악)을 주제로 총리공관과 삼청동, 북촌 등을 거치는 코스를 안내한다. 이 길에는 웬만큼 역사에 관심 있는 이라도 지나치기 쉬운 서울의 숨겨진 명소가 숨어 있다. 이들 명소마다 기다렸다는 듯 최연 교장의 역사 설명이 이어진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의 현장이 펼쳐지고, 이곳을 주제로 세종의 셋째아들 안평대군의 이야기가 따라붙는 식이다.

▲ <이야기가 있는 서울길>(최연 지음, 가갸날 펴냄) ⓒ가갸날
성균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조선시대 국가 안보의 핵심 시설이었던 봉수대 길을 따라걷는 봉수로, 남대문시장의 역사, 1968년 1월 21일 일어난 김신조 일당의 무장공비 사건 현장, 대한제국의 역사 등이 우리 일상의 길을 따라 풍부하게 소개된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쌓는, 서울에 관한 살아있는 '차이나는 클라스'이자, '알아두면 쓸모 있을지도 모를 신비한 잡학 사전'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은 한국의 여러 도시 가운데서도 특히나 풍부한 역사를 지녔다.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 백제가 한강유역을 두고 다툴 당시부터 한국사의 중심이었다. 한성백제와 조선의 수도였고, 고려 시대에는 제2의 도시였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 역시 서울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높은 빌딩 숲이 옛 흔적을 일부 지웠으되, 자세히 살펴본다면 생생한 역사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는 훌륭한 학교이자, 박물관이자, 보고다. 물론, 이를 만끽하려면 걸어야만 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서울의 문화유산을 온전히 만끽하지 못한다. 여러 문화재가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 탓도 있지만, 일상의 원심력이 우리를 서울의 정신, 서울의 역사로부터 더 떨어뜨리는 탓도 있으리라.

<이야기가 있는 서울길>은 1000만 명이 아등바등 더불어 사는 대도시 서울의 이면을 조망하는 책이다. 달의 뒷면을 감상하려면 우주선을 타고 가야만 하듯, 서울의 이면 역시 직접 찾아 나서야만 감상할 수 있다. 다행히도, 지금은 걷기 아주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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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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