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약' 허위 처방전으로 불법 제조한 약사 구속

의사와 담합해 복약지침서 지키지 않고 향정 의약품 팔아와...부작용도 심각

허위 처방전으로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향정 의약품'을 불범으로 제조해 판매해온 약사와 의사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와 마약류관리법,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약사 A모(50) 씨를 구속하고 허위 처방전을 발금해 준 의사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광주시 북구 등에서 약국 2개소를 운영하면서 허위 처방전을 이용해 향정신성 의약품(암페몬 등 23품목)이 포함된 비만치료약을 750회가량 불법 제조해 주문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배송하는 방법으로 총 4800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 피의자들이 판매해온 향정신성 의약품 감정서. ⓒ부산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과거 광주시의 한 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다 같은 혐의로 벌금 700만원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 약사였다.

A 씨는 당시 알고 지내던 환자들을 통해 향정신성 의약성분이 포함된 '살 빼는 약, 불면증 치료 약' 등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소문을 퍼트려 약을 구입할 환자들을 모아왔다.

약을 구입하려는 환자들이 전화, SNS 등으로 주문하면 A 씨는 처방전에 포함될 약품 내용을 미리 작성해 의사들에게 알려주고 허위 처방전이 도착하면 이를 토대로 향정신성 의약 성분의 약제를 조제한 후 1인당 10~25만원 상당으로 약을 판매해 왔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약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문자의 요구대로 향정 의약품의 양을 늘려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의 처방전도 없이 임의로 식용억제제를 판매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향정 의약품의 수량을 은폐할 목적으로 마약류 관리대장을 보관하지 않았으며 누락된 향정 의약품 수량을 맞추기 위해 가족이나 지인들 명의로 약을 조제한 것처럼 장부를 허위로 기록해 왔다.

A 씨에 허위 처방전을 작성해준 의사들은 1건 당 5000~2만원 상당의 돈을 받기로 약속하고 환자를 진료도 하지 않은 채 750건의 처방전을 발급해주고 580만원 상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피의자들이 허위 처방전을 만들기 위해 주고 받은 메세지. ⓒ부산경찰청

특히 식욕억제제의 경우 복약 지침상 다른 식용억제제와 병용 처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이들 의사들은 향정신성 의약성분을 병용 처방한 사례가 다수로 환자들에게 오남용 등 심각한 위험을 부담하게 했다.

실제로 부산에 거주하던 B모(69.여) 씨는 2개월분을 처방받은 후 1일 3회 복용해야 할 약을 9회씩 20일간 복용해 '환각,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으로 병원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경찰 관계자는 "쉽게 살을 빼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악용해 의사들과 약사들이 허위 처방전 발급을 대가로 서로 담합해 마약류 등 의약품을 불법 제조하면서 국민들의 건강에 위해를 주고 있다"며 "전국 병의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치료목적이 아닌 단순 비만 등의 목적으로 처방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의 경우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를 청구할 수 없는 '비급여' 항목으로 이같은 범행을 막기 위해 관계 행정기관이 향정신성 의약품 오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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