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후 10시부터 35분간 통화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는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과정으로서 그 어떤 상황과 조건하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 이어 개최될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조성하겠다"며 "과거의 실패에서 비롯된 우려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에 대해 고관세를 붙이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간 공조가 얼마나 굳건한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줘야할 시점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중요하다"며 한국을 예외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 대표단이 보다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철강 관세' 문제에서 양보할 뜻이 없다고 거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간의 상황 변화나 통상 문제 등 어느 것이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전화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두 정상 간 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윤영찬 수석이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면 오는 5월 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북미 회담 전, 문재인-트럼프 정상회담 추진 시사)
'일본 패싱'될까 마음 급했나? 아베 "북일 대화에 기대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45분간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일 대화' 가능성에 기대감을 피력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아베 총리는 평창 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김여정 북한 특사의 '미소 외교'를 경계한다면서 대화에 선을 그었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 패싱'에 대한 우려감이 나오자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김정일 전 북한국방위원장 간 합의한 '평양 선언'을 언급했다. 평양 선언은 북일 수교를 포함한 '포괄적 북일 관계 정상화'를 핵심으로 한다. 일본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고, 북한과 수교를 논의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정상은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가급적 이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와 별도로 문재인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 일본에 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그밖에도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포함한 북한과 일본 사이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두 나라가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한반도의 평화가 남북 정상회담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해야 남북 관계도 진전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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