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정은, 솔직하고 대담했다"

남한서 열리는 첫 남북 정상회담…비핵화 문제도 '통 큰 결단'

지난 5일부터 1박 2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대북 특사단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 스타일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했다"고 평가했다. 20대에 집권해 집권 7년 만에 외부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난 이들의 인상 평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평양에 다녀온 분들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선친인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던 인사들도 그를 "호탕하고 솔직한 사람"으로 회고했으나, '은둔의 독재자'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그와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국가의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일 대북 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한 지 3시간 만에 특사단을 융숭하게 맞이하는 파격을 보였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5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2007년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이 방북했을 당시 방북 마지막 날에야 접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만찬 장소도 남측 인사가 단 한 번도 초대받지 못했던 조선노동당 본관으로 정했다. 만찬 자리에는 부인인 리설주를 동반한 점도 파격이었다. 만찬 시간인 4시간 12분도 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특사와 함께한 오찬 시간 2시간 46분을 훨씬 뛰어넘는 시간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 특사단을 대접하는 형식뿐 아니라, 대북 특사단과 합의한 내용면에서도 '통 큰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이 모두 평양에서 열렸던 것과는 달리,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남한의 영토인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애초 김정은 위원장은 김여정 특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에 오시라"고 초대했지만, 회담 장소를 남한으로 하자는 대북 특사단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애초 북한은 북미 대화에 응하는 조건으로, 오는 4월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한 축소를 요구하리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이 역시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 정의용 수석 특사는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예견하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나 재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우리 측 입장을 설명하려고 준비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올림픽을 위해 연기된 한미 연합 훈련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보수 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았던 '비핵화 의지'도 김정은 위원장이 분명히 밝혔다는 점도 성과다. 또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한이 추가 핵,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확언한 것도 큰 진전이다.

대북 특사단의 6가지 합의 사항 발표문은 방북 첫날인 지난 5일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과의 접견에서 바로 확정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상 방북 첫날 접견에서 모든 내용이 거의 나왔다"며 "만찬 시작 전 1시간~1시간 30분 남짓 진행된 접견에서 6개 항목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나왔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4월말 남북 정상회담…北, 미국과 대화하겠다")

북한이 전반적으로 통 큰 양보를 하면서 북미 대화의 공은 이제 미국으로 돌아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이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미국이 앞으로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북미 대화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데 대해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 시간) "많은 사람이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놀라움을 나타난 뒤 "한국과 함께 앉아서 우리가 취하고 싶은 다음 단계에 대해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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