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의혹과 관련해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을 압수수색했다.
박 전 장관은 2008년 2월에서 6월까지 4개월간 이명박 정부 초대 정무수석이었고, 당시 박 전 장관 휘하에서 정무1비서관을 맡았던 인사가 장다사로 전 기획관이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국정원에서 불법 자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번에 포착한 국정원 뇌물 자금은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돈'으로 전해졌다.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관여나 지시 여부가 드러날 경우 국정원 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액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박 전 장관과 장 전 기획관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각종 문서와 컴퓨터 저장장치 등을 확보했다.
광우병 촛불정국, 정치인 사찰 정국에 '국정원 특활비'가?
특히 이번 수사는 '국정원 특활비 불법 수수' 의혹이 이명박 정부 초반인 2008년부터 있어왔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전 장관의 정무수석 재직 기간은 이른바 '광우병 촛불' 정국과 겹친다. 이명박 정권은 4월 총선 승리 후에 한미쇠고기협정 여파로 '촛불 정국'을 맞아 국정 동력을 상실하는 중이었다.
이어서 6월에는 정두언 전 의원이 '권력 사유화' 논란을 촉발시켰다. 당시 정두언 전 의원이 이상득, 류우익(당시 대통령실장), 박영준(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과 함께 "권력 사유화 4인방"으로 꼽았던 인사가 장다사로 전 기획관(당시에는 박재완 정무수석 산하 정무1비서관)이다.
만약 당시 박 전 장관의 '국정원 자금 수수 의혹'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당시 '정권 위기' 상황에서 국정원 돈의 '용처'가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정두언 전 의원 등 정치인 및 민간인 사찰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국정원의 '커넥션'이 최근 의구심을 사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내내 승승장구했던 인사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2007년 12월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인수위원으로 발탁돼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후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거쳐 2010년 8월 고용노동부 장관, 이듬해 6월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이명박 정부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장 전 기획관은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보좌하며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을 맡았다.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 2월부터 청와대에서 정무1비서관을 지냈고 이후 민정1비서관을 지냈으며, 'MB 집사' 김백준 전 기획관에 이어 총무기획관직을 이어받아 청와대 안살림을 관리했다.
특히 장다사로 전 기획관은 이른바 'SD(이상득) 그룹'으로 분류되는데, 최근 이상득 전 의원은 물론 'SD 그룹'인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으로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장다사로 전 기획관 역시 이명박 정부 초반에 국정원 고위 보직 하마평에 꾸준히 올랐던 인사였다. 그가 정무비서관에서 국정원 국내 파트에 관여하는 민정수석실로 옮긴 것도 우연은 아니다.
검찰은 조만간 박 전 장관과 장 전 기획관을 소환해 불법 자금 수수 경로와 액수, 이 전 대통령 관여 여부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검찰 조사로 밝혀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받은 국정원 뇌물은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을 통해 전달된 4억 원과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건네진 10만 달러다. 검찰은 전날 김백준 전 기획관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국고손실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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