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은 왜 형제복지원 수사를 방해했나"

또 하나의 1987, 형제복지원…"검찰 재조사가 필요하다"

1970-80년대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을 짜내어 이룩한 것이다. 더 나아가 수많은 이들의 '사회적 배제'도 이를 뒷받침했다. 한국의 군사정권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 대신에 이들을 '격리'시켰다.

국민들의 고혈을 짜내는 과정에서 '저항'이 발생하면,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여 해결했다. 야당 정치인들부터 시작해 노동운동, 학생운동, 인권운동 등 '색깔론'은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전천후로 활용됐다. 영화 <1987>의 박처원 치안감의 대사처럼 "너는 애국자냐, 월북자냐?"는 질문으로 온 국민을 꼼짝 못하게 만들던 시기다.

영화 <1987>의 '흥행'으로 당시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많은 이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제도적 민주주의가 전두환 정권의 독재정치에 항거하며 거리로 나온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된 것임을 영화를 통해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의 실체를 드러내고 낙마시킨 힘이 2016년과 2017년에 걸친 촛불집회였던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로 정권교체를 이루고, 영화 <1987>을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소중함을 많은 이들이 되새기고 있는 현재, 여전히 '나중'으로 미뤄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과 사람들이 있다.

지난 2017년 12월 7일부터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 중인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그중 하나다. '한국의 아우슈비츠 사건'이라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전두환 정권 때 자행된 최악의 인권 범죄 중 하나다.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은 '내무부 훈령 410호: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을 근거로 가난한 이들을 '부랑인'이라는 허구의 개념을 이용해 시설에 가두고, 때리고, 착취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러나 형제복지원 사건은 그 실체조차 아직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이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김용원 변호사(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는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검찰 수사가 축소됐다"고 증언했다. 김 변호사는 "울주군에 있던 작업장에 복지원 수용자들이 강제노역하는 것을 알고 부산 본원 수사를 하려 했지만 부산지검장과 차장검사가 조사를 좌절시켰다"며 그 배후에 전두환 대통령이 있었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형제복지원사건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모임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 사건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1987년은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거리로 뿜어져 나온 혁명의 해로 기억되지만 그 해 따뜻한 봄날, 거리로 나오지 못하고 또다시 수용소로 '전원 조치'된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자리에 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이라며 "그동안 피해생존자들은 '니가 못나서 잡혀 온 거야'란 끊임없는 세뇌를 받았고 그로 인해 감금당한 채 착취당한 삶을 부끄러워하며 '부랑인'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고자 차라리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형제복지원 특별법'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는 과거에도 또 현재에도 형제복지원 사건의 그 실체적 진실을 전혀 밝혀내지 않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우리 모두의, 철저히 조작되고 은폐된 한국 사회의 민낯"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7일 국회에 '형제복지원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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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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