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이정희 "'장자연 편지 가짜'란 국과수, 전혀 놀랍지 않아"

"장 씨가 지장 찍은 문건 있는데 왜 새 문건의 진위만 관심 유도하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16일 최근 드러난 고(故) 장자연 씨의 편지에 대해 "장 씨의 친필이 아니다"라고 발표한 가운데, 이른바 '장자연 사건'에 강한 목소리를 내어 온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이날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편지의 진위 여부에만 여론을 집중시키다가 달랑 국과수 발표만으로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번 편지 논란은 결국 국민들이 검경 수사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

이종걸, 이정희 의원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국과수의 발표는 편지가 공개된 후 경찰이 보여준 모습에 비춰 전혀 놀랍지 않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두 의원은 장자연 씨가 기획사 사장 김모 씨의 강요로 성접대를 했다는 고위층 인사 중 한 명이 <조선일보> 사주 일가라는 주장을 제기했다가 <조선일보>로부터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두 의원은 "편지 진위 여부에만 매달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이 편지가 가짜라 해도 2년 전 경찰의 수사가 정당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은 "오히려 이번 논란이 보여주는 것은 국민의 대부분이 '장자연 사건'에 풀리지 않는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두 의원은 "이번에 공개된 편지 말고도 장 씨가 자신의 주민번호를 기재하고 지장을 찍어서 직접 쓴 것이 분명한 문건이 있었다"며 "그 문건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연예계의 성상납 관행에 대한 고발이 담겨 있는데 경찰이 이번 편지에 진위 여부에 목을 매는 것은 '달을 가리키자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격'이다"라고 비판했다.

두 의원의 우려대로, 경찰은 국과수 발표가 나오자마자 "친필이 아닌 것으로 나타난 만큼 장자연 사건 전반에 대한 재수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편지를 보낸 전모 씨를 형사처벌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두 의원은 "이번 편지 논란은 결국 국민들이 검경의 수사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경찰과 검찰이 2009년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수사를 벌여 놓고도 기획사 대표와 매니저만 폭행과 강요죄로 기소했을 뿐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은 아무도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한겨레>는 경찰이 당시 수사과정에서 '장 씨가 유력 일간지 사주 일가인 ㅂ씨를 만났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무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경찰과 검찰은 당시 수사기록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두 의원은 "결국 검경의 수사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결국 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들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과 검찰은 더 이상 우리사회에 고인과 같은 피해자가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냐"며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혹들을 하나도 남김 없이 철저히 재수사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목숨을 던져가며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성상납 관행에 문제를 제기한 '힘 없는 여배우'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장자연 사건 정략적으로 이용한 민주당 사죄하라"

반면 한나라당은 국과수의 발표를 놓고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반격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최근 공개된 편지 뿐 아니라 연예계의 성성납 관행, 즉 '장자연 사건'을 통칭해 "민주당이 이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미 일찌감치 장 씨의 편지에 대해 "친필이 아니라는 말이 있더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그간 민주당은 장자연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사실관계 확인을 통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근거 없는 의혹만 남발하여 국민을 혼란 속에 빠뜨려 왔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하려고만 했던 민주당은 고 장자연 씨는 물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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