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외교 적폐' 위안부 합의, 재협상 가능할까?

강경화 "정부 입장 신중하게 수립", 日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국과 일본 양국이 발표한 위안부 합의에 절차적 문제가 있고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함에 따라 합의 파기나 재협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약속했으나 당선 뒤에는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위안부 문제로 인한 정면 충돌을 피하는 한편,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하는 등 양국관계의 개선에 공을 들여온 셈이다.

하지만 이날 TF의 발표로 박근혜 정부가 비밀리에 졸속으로 위안부 합의를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재협상이나 합의 파기를 주장하는 여론이 비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함께 한일 관계의 현실론도 외면할 수 없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정부는 당분간 위안부 문제와 한일 관계를 분리해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시간을 벌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외교부가 TF 보고서의 내용과 정부 입장은 별개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는 평창 올림픽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안부 합의가 국가간 합의인 데다, 내년 초로 점쳐지는 문 대통령의 방일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방한 문제도 걸려 있어 곧바로 재협상을 공식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이날 "정부로서는 이번 TF 검토 결과를 진지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도 감안하면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 입장을 신중히 수립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도 27일 TF 발표에 촉각을 세우고 한국 정부의 향후 대응에 관심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의 '연착륙'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아베 총리의 방한이 긴요해 위안부 합의 검증 결과가 양국 간 갈등 소재로 부각되는 것을 피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타 과거사 문제와 달리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데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점에서 투트랙 전략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날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피해자들과 소통하겠다"고 했던 발언에 주목하며 "모든 옵션에는 한일 합의를 유지할지부터 일본 정부에 대한 추가 조치 및 합의 파기, 재협상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추후 재협상을 요구해도 일본 정부가 이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한국에 끈질기게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도록 강하게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스가 장관은 "2015년 합의는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에 대해 한일 양국 간에 확인한 것으로, 국제사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그 합의가 착실히 실시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스가 장관은 TF 검증 결과가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방문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아베 총리를 면담했을 때 초청이 있었다"며 "당시 아베 총리는 국회 일정 등 여러 사정에 입각해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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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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