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 '사드' 직접 언급없이 "관계 개선" 한목소리

文대통령 "역지사지 기회", 시주석 "한반도 관건적 시기"

"지금 모두가 아는 이유 때문에 중한 관계는 후퇴를 경험했습니다. 나는 대통령님의 이번 방문이 상호 존경과 신뢰에 기초해 우리가 추구하는 더 나은 길을 닦아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양국이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역지사지(易地思之) 할 수 있는 기회가 됨으로써 그간의 골을 메우고 더 큰 산을 쌓아나가기 위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문재인 대통령)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의 최대 관건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의제로 오르느냐였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확대 정상회담에서 '사드'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사드 문제가 그동안 양국 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점을 짚고 넘어가는 방식으로 우회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정상회담이 그간 우리 양국과 양 국민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통해 이룩한 성과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최근의 갈등을 묻어두고 양국 관계를 개선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1992년 한중 수교는 동북아에서 탈냉전 질서의 서막을 연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그 후 25년 간 양국은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한중 양국은 서로 문호를 개방하고, 교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을 때 공동의 번영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면서 "양국이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운명적 동반자라고 믿는다"고 했다.

시 주석도 "중한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관건적인 시기에 처해 있다"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문 대통령과 전략적인 소통과 효율을 강화하면서 중한 관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내년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고, 중국은 2022년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며 "두 나라는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력해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난징대학살'을 고리로 역사 문제에 대한 공통 인식을 확인하며 거리좁히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먼저 "어제 난징대학살을 추모하는 기념일이었는데, 한국에서 그 행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사를 참석시켜 준 점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노영민 주중 대사를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 보낸 바 있다.

시 주석의 사의에 문 대통령은 "어제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도일이었는데, 다시 한 번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양국은 각 분야의 실질협력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곧바로 소규모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소규모 정상회담 뒤 양국은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각자의 평가를 담은 언론발표문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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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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