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자들이 '살인 월세' 받아도 세금은 못 걷어?

"상가는 이미 규제하는데 전월세 주택은 규제 못한다?"

정부가 지난 13일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고 세입자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 살인 월세 114만원 시대, 임대사업자 등록은 물건너?)

하지만 발표와 동시에 건물주와 세입자 양측으로부터 거센 뭇매를 맞았다. 단순한 일부 세금 면제로는 임대사업자 등록 유인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세입자 보호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이어지는 형국이다.

특히 심각한 전월세 난민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세입자 보호를 위한 핵심 대책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시민사회단체는 14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대책 보완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이어갔다.

세입자 보호 대책 도입, 더 늦춰선 안 돼

이날 오전 11시 주거권네트워크와 경실련,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12개 단체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좌담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정책을 두고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빠진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 확대를 선행, 우선 정부가 임대차 시장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후 2020년경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상가를 대상으로는 같은 정책이 시행 중인데, 주택정책에 이를 도입하지 않은 건 설득력이 없다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은 지난 2001년 제정 당시부터 임차인에게 5년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주고,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시행해 왔다. 특히 상가 임대료 인상률은 이르면 올해부터 기존 9%에서 5%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가 지난 6일 관련법 시행령 중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연 9%에서 5%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개정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시행령 개정 즉시 해당 내용이 시행된다.

상가는 규제 대상에 넣은 반면, 정부 안에는 세입자 보호 대책이 없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변호사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 당시는 통계 구축과 표준임대료 도입 없이도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시행했고, 제도 시행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올해 정부가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5%로 낮추면서도 상가임대료 통계 구축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20년이 되어서야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검토한다면 이미 개혁 추진동력이 떨어져 토지 등 소유자들이 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늦어도 임대소득 과세가 본격화하는 2019년부터 임대소득 과세와 더불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으로도 세입자 보호를 더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 변호사는 강조했다. 2014년을 기준으로 자가소유자의 평균 주택 거주기간은 11.2년에 달하는데 반해 전세 거주자의 거주기간은 3.5년, 월세 거주자의 거주기간은 3.4년에 불과할 정도로 세입자 주거 불안정이 심각해, 더 큰 사회 문제를 낳으므로 개선이 시급하다는 이유다.

이 변호사는 "특히 주거비 등 부담으로 청년가구가 결혼을 미루고 신혼부부가 자녀 수를 줄이는 등 임차가구 주거불안정은 다음 세대 재생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도 지난 10월 8일 한국 정부에 최종 권고문을 보내 세입자 거주기간을 보장할 제도와 주거비 상승 규제 메커니즘을 도입하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 14일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 정책을 평가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 주최측 제공

정부 유도 정책으로는 임대사업자 등록 안 될 것

세금을 감면하는 한편 비 등록 사업자 부담은 늘린다는 집주인 자발적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지적은 약간의 결은 다르지만 부동산을 시장으로 해석하는 업계 관계자들과 보수언론에서도 일제히 제기된 바 있다.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 시 임대소득세와 양도세, 건강보험료 감면 혜택을 주는 한편, 특히 혜택의 크기를 8년 이상 장기 임대사업자에게 집중한다는 내용을 전날 밝혔다. 이를 통해 임대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주택을 8년 단위로 임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세입자 주거 안정을 도모한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장기 임대 기간 임대료 인상 제한 우려가 있는데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의 세금 혜택이 담기지 않아 임대인의 자발적 등록은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리라는 평가다. 차라리 비등록 임대인은 어차피 임대소득세 부담이 없는만큼 장기적으로는 금전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 변호사는 정부 발표안을 두고 "기본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발표된 세제감면 수준과 건보료 감면 혜택만으로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이 변호사는 임대사업자 등록 확대를 위해 △민간임대시장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전면 실시해 임대소득 과세를 현실화해 임대인을 압박하고 △특정 기준 이상의 임대사업자는 등록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의 보완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1세대 3주택 이상 소유주가 1주택 이상을 임대할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식의 기준을 정하자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현재 정부 발표만으로는 2022년까지 민간임대주택의 45%를 임대등록 주택으로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며 "과도한 정책 목표를 세우기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 주거안정을 추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좌담회 전 시민사회단체는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지난 정책 발표 내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잡기 전에는 시급히 통과시켜야할 민생 입법 과제라던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세입자보호대책을 사실상 2020년 이후로 미루겠다고 선언했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고통을 겪는 세입자 보호 대책은 미약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촛불이 만든 압도적 지지가 유지되는 정권 초기에 당연히 추진해야할 민생개혁 과제를 다가올 선거와 기득권 세력의 눈치를 보며 '단계적 도입'이라는 말로 미룬다면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은 어렵다"며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세입자 보호대책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월세 난민 구조 해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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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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