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진행된 최 씨 공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그리고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사이에서 오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들을 재생했다.
이 녹음파일은 최 씨가 국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로, 앞서 정 전 비서관 본인의 재판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도 공개된 적이 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은 각종 현안을 대통령 보고 전에 최 씨에게 보고하고, 최 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했다"며 "대통령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2월 17일 자 녹음파일에는 박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취임사에 담을 주제를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 씨는 "경제부흥이라는 단어가 좋다"고 말했고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경제부흥, 국민행복"이라고 답했다. 최 씨는 "국민행복도 좋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복지', '창조경제', '한반도 신뢰 평화 구축'을 언급하자, 최 씨는 "거기에 문화를 넣으셔서 국가 기조가 형성돼야, 재외공관하고 대사관하고 그런 걸 다 내려주셔야 된다"고 하며 "그게 이번 취임사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논란이 커지던 와중에 박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려 하자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를 통해 당부 말을 남기고 떠나라고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제안하기도 했다.
최 씨는 "외국 가시기 전에 대통령님이 기자회견이나 그런 식으로 얘기한 게 없었나"라며 "한 번 이렇게 부탁한다고 거론하고는 가셔야 할 것 같은데. "당부의 말씀은 하고 가셔야지 그냥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외국만 돌아다니시는 것 같아"라고 했다.
최 씨의 제안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일정이 잡혔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에게 "톤을 어떤 식으로…"라며 박 전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내놓을 메시지의 방향을 물었고, 최 씨는 댓글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는 꼭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최 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박 전 대통령의 담화문 문구를 직접 불러주기도 했다.
최 씨는 2013년 11월 정 전 비서관과 한 통화에 대통령 담화문에 야당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을 피력했다. 그는 "'내가 요구했음에도 계속 이렇게 예산을 묶어둔 채 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고 국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년 동안 이렇게 가는 것이, 야당한테 이게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한 번 하고요"라고 제안했다.
이같은 녹음 파일에 대해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 아이디어에 따라 국정 기조를 정했다는 건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당선시킨 유권자 모독에 가깝다"며 "최 씨는 대통령의 숨은 조력자로, 대통령에 걸맞은 이야기나 조언을 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튼 녹음 파일은 사적인 회의"라며 "마치 박 전 대통령이 대화한 사람이 얘기한 걸 수용하는 것인 양하는 건 전혀 바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최 씨도 "검찰은 제가 국정 농단을 했다는 전제에서 이야기하는데, 대통령도 자기 국정 철학이 있다. (검찰이)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의견을 개진했다고 국정 농단이라는데, 다른 사람들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본다"면서 "전 국정에 개입한 적 없고 개입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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