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남재준...'번개탄' 피운 직원을 영웅으로?

유우성 측, 제보 내용에 거론된 8명 국정원 직원 포함 고발장 제출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 유우성 씨와 변호인들이 국정원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한다. 고발장에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을 포함한 9명의 국정원 직원 이름을 적시했다.

유 씨와 변호인단은 7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수사 방해 의혹 내용이 담긴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제보자는 6일 민변 사무실에 편지를 보내 "유우성 사건에서도 (국정원이) 심리전단에서 활용한 것처럼 위장 사무실을 만들어 관련 없는 서류만 제출케 했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 [단독] 국정원, 간첩 조작 수사 방해 "철저히 조사할 것")

▲유우성 씨(오른쪽)와 김용민 변호사. ⓒ연합뉴스

김용민 변호사는 "설마했던 일이 또 일어났다"며 "2013년 국정원 심리전단팀이 검찰 압수수색 당시 위장 사무실을 꾸렸는데, 그로부터 1년 후 다시 위장 사무실을 반복해 설치했다는 게 이 제보의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익명 제보임에도 내용 가운데 △변호사들도 아는 국정원 직들의 실명이 거론되는 점, △조직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온 점, △소개된 정황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특히 "(2급 단장이) 예산 결재한 내역을 삭제해달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저희가 예전에 증거 조작 사건을 고발하면서 '증거 조작에 최소 5000만 이상의 돈이 들었을 텐데 이는 실무자급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결재 라인을 모두 수사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 바 있다. 그런 부분은 내부자나 검찰이 아니면 모르는데 제보 내용에서 이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양승봉 변호사는 "2014년 당시 증거 위조가 드러났음에도 검찰과 국정원이 보인 행태는 경악스러웠다. 시종일관 은폐하고 은닉하고 사실을 왜곡했다"며 "그래서 굉장히 좌절했고 정권 바뀌었을 때 국정원 적폐청산TF가 출범하면서 적폐청산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관련 조사 내용은 너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보자가 적나라한 정보들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정식 고발되면 조금이라도 적폐가 해소되지 않을까 한다"고 수사에 기대를 드러냈다.

사건 당사자인 유 씨도 "적폐청산TF에서 피해자인 저와 제 동생에 대한 조사 하나 없이 끝냈을 때 실망감이 너무 컸다"며 "용기 있는 제보자를 통해 진상이 밝혀질 계기가 마련됐는데,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 씨와 변호인들은 제보 내용에 적시된 국정원 직원 8명, 그리고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남재준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죄명으로는 위장사무실과 허위공문서 등을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한 것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및 국정원법 위반, △허위 공문서를 꾸미고 검찰에 제출한 데 대해선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죄, △증거를 인멸하고 공범을 은닉한 것에 대해선 범인은닉죄 및 증거인멸교사죄를 적시하기로 했다.

제보 내용 가운데 남 원장이 수사 방해 기획 단계에서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언급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권모 과장은 유서를 남기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나자 당시 원장님은 국정원 직원을 대표하는 의로운 사람인 것처럼 영웅시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국정원 입장에서는 권 과장이 희생해서 국정원을 막았다고 볼 여지가 있고, 그게 실제 의도된 것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후 5시 검찰에 직접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검찰은 전날 제보자가 민변에 보낸 것과 동일한 내용의 진정서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관련 기사 : 검찰, 국정원 '유우성 사건' 방해 의혹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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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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