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내부자 "정치호는 죽었는데...타락 간부들 호가호위"

"유우성 수사 과장 '나 건드리면 위장 사무실 언론에 깐다'고 해"

지난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의 '위장 사무실' 설치 등을 폭로한 국정원 내부 제보자는 "동료 정치호 직원의 사망 의혹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영혼이 맑고 순수했던 동료는 죽음에 이르고 거짓과 위선, 더 나아가 책임을 동료나 아랫사람한테 전가해버리는 타락한 간부들은 호가호위하는 현실을 보면서 밤잠을 뒤척였다"며 해당 사안을 폭로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정치호 직원은 최근 '댓글 수사' 관련 수사 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인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7일 공개한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수사 방해 제보에 따르면 2014년 3월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해 대공수사국 해당팀(수사3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당시 국정원 간부들은 위장 사무실을 만들어 허위 서류 등을 제출했다.

ⓒ민변 제공

제보자는 "이때에도 '유우성 증거 조작 사건'과 같이 유우성 담당팀(처장 3급 OOO)에서 기획, 상부 결재, 시설 설치, 검찰 압수수색팀 안내, 자축연 순으로 끝났다. 당시 유우성 사건 담당관은 5급 OOO(현재 4급), 4급 OOO(당시 행정 업무 총괄), 4급 OOO(유우성 수사 때 조사실 책임자), 3급 OOO(유우성 수사 때 4급 종합반 책임자였다가 수사 끝나고 3급 승진), 그리고 직속 간부(단장 2급 OOO, 국장 1급 OOO)가 수시 현안 회의를 열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했다"고 폭로했다.

제보자는 "그 논의에서 2013년도 심리전단에서 활용한 것처럼 위장 사무실을 만들어 관련 없는 서류만 제출케 하고 다른 곳에서 사용한 컴퓨터를 설치하여 일부만 공개시켜 마치 그 곳에서 중국 심양 영사(4급 이인철)에게 북한 출입경 자료 확보를 위한 영사 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지시 전문(대중 전문 하달) 등을 한 것처럼 꾸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이렇게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응한 세부 계획서는 OOO 직원(당시 5급)이 기안하였고, 4급 OOO이 수정 보완 완성한 후 담당 처장 3급 OOO이 단장, 국장한테 재가를 받아 위장 사무실을 만들고 검찰청 검사와 수사관들을 안내했다. OOO 처장은 사석에서 '이런 곤란한 보고서는 단장은 꼭 나보고 국장에게 직접 하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무실 완료 후 서천호 차장이 잠시 왔었다"고 했다.

제보자는 "위장 사무실은 수사3처 사무실 일부에 칸막이를 새로 설치하고 블라인드를 세우는 방식이었다. 그냥 뚝딱 만들었다. 모든 것은 팩트라는 사실을 강조한다"고 했다.

제보자는 "그 당시에 매우 시끄러웠다. 왜나하면 OOO 과장(4급, 유우성 수사때 조사실 책임자)이 원래 독고다이 스타일이라서 누구 말을 듣거나 상대 의견을 존중하는 스타일이 절대 아니다. 그래서 업무 협의를 마치고 나오면 복도에서 항상 티격태격했다. 오직 자기의 일신 안위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는 분이니까. 그래서 당시 검찰 조사기간에도 사무실이나 복도에서 '나를 건드리면 위장 사무실 운영한 것을 검찰이나 언론에 다 까발린다. 알아서 해라'고 공공연하게 위력했었으니, 듣는 사람은 오죽 했었겠나"라고 했다.

해당 과장에 대해 그는 "유우성 수사 때 민변에서 면회를 온다고 연락 받고서는 조사실 후배 수사관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다른 곳으로 피신해 있다가 돌아오는 무책임한 간부였고, 수사 기간 중에도 말 못할 여러 돌출행동으로 유우성 수사를 망치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수사에 참여한 수사관들을 상대로 물어보라. 아마 험한 말들을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보자는 "이런 사람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상황이 불리해지자 OOO 과장(4급, 유우성 수사때 조사실 책임자)은 유서를 남기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나자 당시 원장님(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직원을 대표하는 의로운 사람인 것처럼 영웅시했다. 그런데 막상 주위 동료, 선배들한테는 조직에서 자신을 해임시키면 여러 불법 사항을 폭로하여 동반 자폭하겠다고 입에 달고 다녔다. 그것이 주효해서인지 멀리 제주도까지 전출까지 갔다"고 했다.

제보자는 "OOO 처장도 비슷하다. 유우성 사건의 해당 과장으로 수사가 끝난 후 간첩죄로 의율하여 송치했다는 영광으로 3급 승진하셨으나 나중에 증거 조작에 연루되었다면 그 엄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조용히 계셔야 할텐데 그 책임을 과장이나 부하 직원들한테 돌렸다. 그 당시 사무실에 정치호 직원과 같은 변호사 출신이 있었는데 사건이 터지자 모든 것을 법률 자문한 변호사한테 돌려 세우니까 그 변호사가 조직에 회의를 갖고 사직했었다. 아무리 자기가 살겠다고 했겠지만 참으로 얼굴이 두껍다 하겠다. 국정원 대공수사국의 오리지날 수사관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2급 OOO 단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검찰에서 압수수색 들어온다 하니까 행정팀으로 허둥지둥 내려가서 자신이 예산 결재한 서류는 몽땅 없애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다가 비웃음을 사신 분이다. 애처롭다. 조직 생활 30년 가까이 하신 분들이면 아쉬울 것이 뭐가 있나.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지만 설령 일어났더라도 의연하게 차분히 바라보면서 직원들을 다독여야 할 간부분들이 오히려"라고 했다.

제보자는 "1급 OOO 국장도 자신이 그렇게 해놓고 지금에 와서 모른척 하면서 입을 닦고 있는 것도 부끄러운 처신이라 본다"고 했다.

제보자는 "글을 쓰는 본인도 여러 망설임이 있었으나 최근 일어난 동료 정치호 직원의 안타까운 죽음과 위의 사람들이 자랑스러운 대공수사국의 전통과 명예를 일순간에 엎어버리고도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였고, 이번 적폐청산 TF 조사에서도 자신들은 유우성에 대해 수사 착수를 반대했으나 국장이 강권했다고 진술하는 등 아직까지도 나쁜 버릇을 버리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며 "조직이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이상 곪고 썩어 터진 것은 하루속히 도려내버리고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부끄러운 선배들은 더이상 발을 못 붙이게 하는 새로운 기상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실직고 한다"고 했다.

ⓒ민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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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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