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외입양 65년' 기획 기사로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받은 전홍기혜 <프레시안> 기자가 "입양 문제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아동을 보호하고 책임질 공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뜻이며, 때문에 또 다른 형태의 아동 인권 침해가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한국 해외입양 65년 기사 리스트 바로 가기)
전홍기혜 기자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0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시상식에서 소상 소감을 대신해 이같이 밝혔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는 넬슨 만델라의 말을 인용하며 운을 뗀 전홍기혜 기자는 "한국의 국제 입양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의 영혼'을 직면했다"고 했다.
그는 "1950년대 우리 사회가 어머니와 살고 있는 혼혈 아동을 아버지의 나라로 보내야 한다며 어떻게 생이별시켰는지, 1970~1980년대 길 잃은 아이까지 고아로 둔갑시켜 가면서 입양을 보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사회 정화 사업에 해외입양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됐는지 등을 추적했다"며, "우리 사회는 프랑스 장관이 된 입양인 소식에 환호하고 양부모에게 학대당하며 어렵게 살다 추방당한 입양인은 자살로 내모는 '가난하고 천박하기 짝이 없는 영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오늘 이런 귀한 상을 주신 것이 큰 희망의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기사에 뜨겁게 반응해주신 독자들의 존재는 우리 사회가 이제 입양이 한 어머니와 아이의 뼈 아픈 이별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씩 공감의 폭을 넓혀갈 수 있을 만큼 성숙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기사를 쓰는 게 다른 매체였다면 가능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며 <프레시안> 조합원과 동료 기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전홍기혜 기자와 함께 '한국 해외입양 65년'을 기획한 이경은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연구교수, 제인 정 트렌카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 대표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교수는 "올해 2월까지 공무원으로 일했던 저는 문명국의 공무원인줄 알았다. 그런데 50~60년 묵은 정책들을 살펴보며 문명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 정책 중 하나가 해외입양 문제였다"고 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도 다 그렇게 살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국만 이렇다"며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공론화가 될지 고민이 많았지만 앰네스티에서 응답해준 것 같아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제인 정 트렌카 대표는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언론상 심사위원회는 해당 기획에 대해 "입양 역사 65년의 그늘과 어두운 측면을 고발하고 뒤늦게 파양되어 돌아온 입양아들의 슬픈 현실도 처음으로 기사화하여 눈길을 끈 작품"이라며 "다수의 입양인들이 겪은 리홈(파양), 학대, 추방, 살해 등의 문제가 국제입양 관련 법과 제도의 문제임을 지적하고 입양인 인권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하기 위한 과제들을 제시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한국 해외입양 65년'을 비롯해 언론상으로는 △<경향신문> '혐오를 넘어', △<뉴스타파> '공범자들', △EBS <다큐프라임> '2017 시대탐구 청년', △KBS '전쟁과 여성', △<한겨레21> '난민과 이주 노동자를 향한 우리 안의 시선' 등 총 6편이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특별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두 주인공 배우 나문희 씨와 이제훈 씨가 참석해 주목받았다. 나문희 씨는 "이 영화에서 할머니들의 연기를 하고 나서 제 속에 지옥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 같고 상당히 우울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이 자기 자리에서 자유롭게, 그 지옥을 떨쳐나갈 수 있도록 틈틈이 위로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제훈 씨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영화에 어떻게 담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만드는 사람들이 뜻이 하나였기에 대중분들께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도 인권 문제를 다루고 극복하는 데 있어서 문화예술인으로서 더 노력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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