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원형 집수지' 중 영남 최대, 부산 배산성에서 발견

부산 최초 목간(木簡) 1점, 국내 최대 죽제(竹製) 발, 돗자리 등 출토

부산 연제구 배산성 일대에서 영남권 최대 규모의 원형 집수지(集水址)가 발견됐다. 집수지는 성안에서 빗물 등 물을 모아놓고 사용한 인공연못 터를 말한다.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은 연제구청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월 12일부터 현재까지 배산성지 추정 북문지 일원과 지난해 시굴조사에서 확인된 집수지 2곳에 대해 발굴조사를 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배산성지(부산시 기념물 제4호)는 배산(서봉 254m, 동봉 246m)의 두 봉우리와 7부 능선을 두르는 포곡식산성(包谷式山城)으로 부산의 대표적인 삼국시대 산성으로 알려져 왔다.

▲ 배산성지 집수지 전경 1호 집수지(우), 2호 집수지(좌). ⓒ부산박물관

배산성 터 북문 일대에서 발견된 집수지 2곳을 발굴 조사한 결과 1호 집수지는 지름 9.5m, 깊이 3.2m 규모이며 2호 집수지의 경우 지름은 13m, 깊이 4.6m에 이른다. 2호 집수지의 경우 영남권에서 확인된 신라산성 집수지 중 최대 규모이며 국내에서는 충북 청원 양성산성 원형 집수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삼국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집수지는 모두 원형으로 3단의 계단식 호안석축(護岸石築, 집수지 붕괴방지를 위해 쌓은 석축구조물)으로 축조 당시 '품(品)' 자형 쌓기 기법을 적용해 정교하게 축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1호 집수지는 바닥을 방사선상으로 구획해 판석을 깔았고 2호 집수지는 연약 지반을 강화하기 위해 바닥을 여러 종류의 점토를 두껍게 층 다짐하는 공법을 사용했다.

1호와 2호 집수지 내부에서는 통일신라시대로 편년 되는 그릇과 항아리 등 생활용 토기 등이 출토됐으며 2호의 경우 집수지 인근의 건물이 일시에 무너진 듯 포개진 토기그릇과 함께 암·수키와 수백 점이 출토됐다.

부산박물관 관계자는 "삼국사기에 신라 경덕왕 16년(757) 12월에 거칠산군을 동래군으로 개명했다는 기록이 나온다"며 "배산성에서 출토된 대부분 유물이 7세기대가 중심이기 때문에 동래군이 설치되기 이전인 거칠산군의 치소성(治所城)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수지 배후 퇴적층과 주변에서는 7세기 이전의 유물들도 출토되고 있어 축성 시기가 삼국시대로 소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배산성 일대에 대한 연차적인 정밀발굴조사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박물관은 오는 27일 배산성에서 이번 발굴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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