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없는 곳에서 편히 잠드소서"

충남 마지막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 이기정 할머니 별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기정 할머니가 13일 충남 천안 망향의동산에서 영원한 영면에 들어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 이기정 할머니가 13일 충남 천안 망향의 동산에서 영원한 영면에 들어갔다. 향년 92세. 위안부 피해자 중 충남지역 유일한 생존자였던 이 할머니의 유해는 이날 이곳에 안치됐다.

이날 이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길은 평소 할머니가 다니던 교회 교인, 마을 주민과 충남녹색어머니회(천안동남·아산·당진지회) 회원 등 50여 명이 동행했다.

곳곳에서 흐느낌과 탄식소리가 들렸지만 유족과 추모객은 엄숙하고 비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침착한 모습으로 고인의 가는 길을 배웅했다.


당진시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폐에 물이 차는 증상과 노환 등 건강악화로 입원해 있던 당진의 한 병원에서 11일 오전 8시35분께 영면했다.

이 할머니의 영면으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 가운데 생존 피해자는 33명으로 줄었다. 충남지역에는 이제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지 않게 됐다.

1925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943년 싱가포르와 미얀마 일본군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1945년 해방이 되고나서야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고국에 돌아온 뒤에도 할머니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서울에서 막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다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야 고향 당진으로 돌아왔다. 피해자를 나라에서 돕고 있는 것 조차 알지 못했던 이 할머니는 주변의 도움으로 뒤늦게 2006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됐다.

이 할머니는 생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간호사가 되고 싶어 고향인 당진을 떠났는데 위안부가 됐다"며 “도망가고 싶었지만 겁났다. 하루 40~50명 군인를 받아야 했는데 싫다고 하면 때리고 도망가면 죽이니까... 원망도하고 울기도 많이 울고... 죽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이제 와 어쩌겠냐"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충남 당진에서 치러진 영결식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조현 외교부 2차관, 지역 도·시의원들과 주민들이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영결식이 엄수 된 뒤 이 할머니 운구행렬은 당진시청을 떠나 당진종합터미널 광장 평화의 소녀상과 고인의 생가가 있는 송산면 당산리 등을 거쳐 망향의동산에 안치됐다.

▲안희정 지사가 고 이기정 할머니의 영결식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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