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자본주의' 설계도, 민법총칙을 뜯어본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샤오캉'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중국

중국은 2017년 3월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중화인민공화국 민법총칙(民法總則)>(이하 '민법총칙')을 통과하였고 이를 10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민법총칙의 시행은 장기간 중국의 염원이었던 '민법전(民法典)' 편찬 작업의 큰 첫걸음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중국은 민사법률 관계를 규율하는 법체계인 통일된 민법전(民法典)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단지 1986년 제정된 <민법통칙(民法通則)>이 민사법률 관계를 규율하는 기초가 되고 있었다. 기타의 중국 민사 관련 법률은 각각 제정 시기를 달리하며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입법화되었다.

이번 민법총칙 시행에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민법총칙이 이후 2020년까지 물권편, 계약편, 불법행위책임편, 가족상속편 등으로 이어지는 전국인민대표대회의 민법전 제정 작업의 출발점이자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민법총칙 편찬 작업에 참여한 쑨센중(孫憲忠)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겸 중국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민법실 주임은 "민법이 규정하는 사무는 사회의 각 개인, 단체, 조직에 미치며 민법총칙이 민법전 제정의 원칙, 기준, 기초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행 <민법총칙民法總則)>은 초안(草案)에서 126곳을 수정하여 총11장 206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의 민법전(民法典) 제정 작업과 민사관련 법률

중국 민사법 중 <혼인법(婚姻法)>은 1950년 여성해방과 봉건 유산 철폐를 위하여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최초의 법률로 제정하였다. 혼인법은 과거 중화민국의 민법과 혁명근거지에서 시행된 혼인법 등을 참고한 것으로 남녀평등, 혼인과 이혼의 자유, 일부일처제 등을 포함하고 결혼에서 남녀 일방의 강압이나 제3자의 개입이 불허되었다.

초기 중국 지도자들은 자본주의법의 대표적 작품인 민법(民法)에 대하여 대체로 부정적인 태도였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소유권 등 개인의 사유재산을 전제로 하는 민법을 입법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견해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실제적 필요성에 따라서 1954년, 1962년, 1979년, 2001년 총 4차례에 걸쳐서 민법전 초안 작업이 시도되기도 하였다.

1954년 제1차 민법전 초안 작업과 1962년 제2차 민법전 초안 작업은 당시의 국가 지도 방향과 일치하지 아니하여 특별한 성과 없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덩사오핑(邓小平) 집권 후 개혁개방과 시장경제의 도입으로 개인과 법인의 권리관계, 계약, 상속 등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복잡해지면서 구체적이고 통일된 입법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1979년 제3차 민법전 초안 작업도 초기 개혁개방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통일된 민법전을 제정하기에는 중국의 법제도적인 환경이 성숙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단되었다. 이후 민사 입법의 기본 방향은 '도매에서 소매로(批发转零售)', 즉 통일민법전의 제정이 아니라 단행 민사 법률의 제·개정으로 입법방향이 선회되었다.

1980년 <혼인법(婚姻法)>의 개정을 시작으로, 1985년 <상속법(繼承法)>, 1986년 <민법통칙(民法通則)>, 1995년 <담보법(擔保法)>, 1999년 <계약법(合同法)> 등이 차례로 민사 단행 법률로 입법되었다.

이후 2001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민법전 초안(民法典草案)>이 다시 제출되었고 2002년 첫 심의가 이루어졌으나, 시급한 물권법만 우선 제정하고 나머지는 분야별로 나누어 심의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2007년 <물권법(物權法)>, 2010년 <불법행위법(侵权责任法)> 등이 민사 단행법으로 제정되었다.

민법총칙의 시행과 '민법전(民法典)' 편찬의 의의

2014년 10월 23일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四中全會)에서 '중공 중앙 법치국가의 전면추진에 관한 몇 가지 중대한 문제의 결정(中共中央关于全面推进依法治国若干重大问题的决定)'에서 민법전 편찬을 법치국가의 중대한 임무 중의 하나로 확정하였다. 이에 따라 중국 국가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민법전 편찬을 입법계획(立法规划)에 포함시키면서 본격적인 입법 작업이 시작되었다.

'민법전 총칙(總則)을 먼저 편찬하고 이어서 각칙(分则)을 통합 정리한다'는 전인대의 입법계획에 따라 2015년 3월 20일 민법총칙 제정 작업을 개시한 이후, 2016년 6월, 10월, 12월 3차례의 상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2017년 3월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되었으며, 2017년 3월 15일 법률이 통과되었다.

새로 시행되고 있는 '민법총칙'은 종래의 민법통칙을 기초로 하면서도 새로운 제도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즉 각국의 민법 개정작업의 성과를 비교법적으로 충실히 검토하였고 중국 국내에서 그동안 논의 되었던 학설과 판례를 충실히 반영하였다는 평가이다.

특히 이번 '민법총칙'에서는 녹색원칙(綠色原則)으로 대표되는 자연과 환경의 보호, 장기나 정자 등과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물(物)의 법률문제, 사이버 공간의 민사법률 관계, 노령화 시대의 새로운 의사능력 및 감호제도 등 현재 인류가 마주하고 해결하여야 할 문제들을 다양하게 반영하고 있다. 미래의 중국 사회를 규율할 유효한 황금 손이 '민법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중국 '통일민법전'의 첫 단추인 '민법총칙'은 단순히 단행법으로 분산되어 있는 민사 법률을 통합하여 제정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민사 영역에 대하여 법률적, 제도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물이자 시대정신의 반영으로 평가된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시장(市场)이 자본주의를 대변했다면, 중국은 민법전 제정을 통한 '보이는 손(Visible hand)'으로 중국특색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즉 민법총칙의 시행과 이어지는 '민법전' 편찬은 장래의 중국식 자본주의를 규율하고 이끌고 나가야 하는 중요한 법규범이다.

중국의 '통일민법전' 편찬 작업은 낙후되었던 법률문화를 선진화하고 경제규모와 국제적 위상에 상응하는 민사법률제도를 확립하여 2020년 사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완성 후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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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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