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맡으면 악취의 기준이 달라진다"

[작은책] 서울시 민간 위탁 쓰레기 소각장 노동 실태

"한번 냄새 맡고 나면 악취의 기준이 달라집니다."

서울 마포자원회수시설, 일명 '쓰레기 소각장'에서 일하는 김태헌 씨는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냄새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쓰레기 벙커에서 나는 악취를 한번 맡은 사람은 다시는 소각장에 오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다.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진 생활 쓰레기들은 쓰레기 운반 차량에 실려 지정된 자원회수시설로 반입된다. 서울 5개 구(중구, 종로, 서대문, 용산, 마포)에서 마포자원회수시설(이하 시설)로 반입되는 쓰레기는 하루 평균 734톤.

서울시가 시설을 설립한 목적은 폐기물 자원의 회수 및 활용이다. 반입된 쓰레기를 섭씨 850~1100도로 소각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전력 및 난방열로 주변 지역에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배출된 비산재와 다이옥신 같은 유해 물질은 연소 가스 처리 설비를 거치며 정화되어 굴뚝을 통해 배출되고, 남은 바닥재와 비산재는 매립 처리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약 80여 명. 이 중 40여 명의 현장 엔지니어 노동자들은 시설 내의 설비들을 운전하고 24시간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 및 점검을 한다. 현장 노동자인 김태헌, 민규원, 이준환 씨를 마포자원회수시설에서 만났다. 민규원, 이준환 씨는 2005년 준공 후 시운전 때부터 일한 13년 차 고급 기술자다. 이들과 견학 동선을 따라 시설을 둘러보았다.

▲ 쓰레기 벙커의 쓰레기를 천장크레인으로 집어 소각로에 집어넣는 모습. ⓒ작은책(정인열)

고공 30미터 높이의 크레인실에서는 한 노동자가 천장크레인을 운전해 쓰레기를 소각로로 집어넣는 일을 하고 있었다. 크레인실은 투명 바닥과 투명 벽으로 둘러싸여 쓰레기 벙커가 한눈에 들어왔다. 내려다보니, 정말 아찔했다. 퀴퀴한 쓰레기 냄새도 났다. 견학 동선은 소각장 내부와 투명 벽으로 차단되어 있어 냄새가 심하지는 않다. 하지만 소각장 내부에서 작업할 때에는 악취와 비산재 등 미세먼지, 독성 화학 물질에 직접 노출된다. 그래서 현장에는 국소 배기장치와 미세먼지를 털어 낼 수 있는 에어샤워부스가 필요하다.

"천장크레인에 올라가 설비를 점검하는 고소 작업도 합니다. 다른 현장 작업 또한 직접 화염에 노출되기도 하고 위험해요. 그 안에서 방화복 입고 5분만 있어 보세요. 땀이 비 오듯 하고 바로 탈진해 버립니다."

퇴근 전에는 악취와 오물을 씻어 내기 위해 샤워를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는 유해 물질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할 국소 배기장치도, 에어샤워부스도 없다. 탈의실에는 곰팡이가 피었다. 게다가 24시간 가동 시설이기 때문에 이들은 주야 3교대로 일하고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밤샘 노동은 국제암연구소 규정 2급 발암 물질이다. 깨진 생체 리듬으로 인해 숙면을 취할 수 없으며 만성 피로와 두통에 시달린다.

"자꾸 잠에서 깨니까 가만히 있어도 힘들어요. 머리가 띵하고. 크레인실에 있던 분이 갑자기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 간 적도 있어요."

연속 근무 때는 숙직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면 좋겠지만, 매트리스도 없어 캐비닛을 눕혀 그 위에서 잔다.

서울시 공공시설에서 일하는 이들은 왜 이렇게 열악한 작업 환경에 처해 있을까? 바로 서울시가 자원회수시설을 민간 기업에 위탁 운영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관리·감독이 철저하도록 강제력 있는 법이나 조례 등 관련 규제가 없으면,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노동자들은 위탁업체인 한라산업개발(주)과 해마다 근로 계약을 맺어 왔다. 서울시는 3년마다 위탁 계약을 하는데, 한라산업개발은 2005년 위탁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는 3번 연속 유일한 수탁사로 선정됐다.

"13년을 조직 문화에 길들어 윗사람 눈치만 보고 일했죠."

▲ 중앙제어실에서 소각장 전체 설비 흐름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제어 관리한다. ⓒ작은책(정인열)

그래서일까? 노동자들은 업체로부터 부당한 일을 수도 없이 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준환 씨의 경우, 입사 후 꽤 시간이 흘러 업무 경력이 쌓여도 임금이 오르지 않아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자 회사는 그의 고졸 학력을 이유로 거부했다. 그는 사규집을 찾아보았다. 마침 대학 학자금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 1학년 1학기에 학자금을 받아 야간대학에 진학했다. 2학기 되어 학자금을 신청하니, 회사는 1년에 한 번 지급으로 변경됐다며 주지 않았다. 2학기를 자비로 다니고 2학년 1학기 학자금을 신청하니, 갑작스레 학자금 제도 자체가 없어졌단다. 결국 자비를 들여 대학을 졸업한 뒤 회사에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입사할 때 학력만 본다고 말을 바꾸더라고요. 결국 임금 인상은 안 됐어요."

민규원 씨는 중앙제어실에서 소각장 전체 설비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작년에 2일간 임시공휴일에 근무해서 생긴 대체휴가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취업 규칙상 당연히 줘야 하는 거고, 법에도 보장된 거라고 재차 요구했어요. 그랬더니 회사는 그딴 거 필요 없다데요. 우리가 이렇게까지 권리도 못 찾으면서 일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죠."

김태헌 씨는 수많은 직업과 일터를 경험했다. 5년 전에는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 1300명을 상대하는 관리자로도 일했다. 개성공단을 나온 후, 우연히 마포자원회수시설을 보게 됐다. 건물 외관이 깨끗하고 좋아 보였다. 천장크레인 운전 기능사 자격을 따서 2015년 1월 이곳에 입사했다. 그러나 막상 일해 보니, 노동 환경과 대우는 겪어 본 일터 중 가장 나빴다.

"여기 사람들 노동 의식은 북한 사람보다 못해요. 북한 노동자들은 생산 물량이 쌓였어도 그냥 퇴근해 버려요. 북한 노동자들이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요구하는데, 남측에서 안 들어주면 바로 파업합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자본가한테 두들겨 맞지요. 오히려 노동자들이 자본가 때리는 손 아플까 봐 걱정한다니까요."

쌓인 게 많았던 세 사람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현장 노동자들을 설득해 지난 5월 23일 노조를 설립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근로기준법부터 서울시 민간 위탁과 관련된 조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위탁업체가 끼어 있어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늘 배제됐다는 점, 그리고 엔지니어링 기술자인 자신들의 노임 단가가 공표 단가(초급 숙련기술자 기준 일급 13만6658원)보다 절반이나 낮은 수준으로 산정된 정황, 안전시설이 부족해 유해 환경으로부터 노출된 노동 환경 등이다.

특히 이들의 임금은 동종 직종보다도 터무니없이 낮은데(심지어 최저임금 위반 사례도 있었다), 현행 서울시의 정책만으로는 이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행정 사무의 민간 위탁에 관한 조례 제7조 4항에 수탁업체는 '근로자에 대한 고용·근로조건 개선 노력'을 할 것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업체는 어떤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서울시는 무엇을 어떻게 심사하고 감독할 것인지 대책이 없다.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 집행 실태를 공개하면 수탁기관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만 이는 경영상 비밀을 이유로 공개되고 있지 않다.

▲ 왼쪽부터 마포자원회수시설 이준환, 김태헌, 민규원 씨. ⓒ작은책(정인열)

공공부문 청소, 경비, 시설관리직에 한정된 '용역노동자 보호지침'을 보면,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 노임 단가'를 적용하고, 최저 낙찰 하한률 87.995퍼센트로 제한해 무리한 임금 꺾기가 없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용역 계약 체결 시에는 고용 승계, 고용 유지, 근로조건 보호, 정보공개, 임금명세서 제출 등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7월 20일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상시·지속 업무이고 서울시가 직접 고용해야 마땅하지만, 단지 민간 위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민간 위탁의 경우도 실태 조사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시는 정부보다 한발 먼저 나서서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 노력이 결실을 거두려면 민간 위탁 고용·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더 구체적이고 강제력 있는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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