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지금 같은 상황이면 3~6시간 만에 터진다"

[함께 사는 길] 원전 방벽 뚫렸는데, 원안위는 별문제 없다?

최후의 방벽 격납건물에 구멍이 뚫렸다. 말 그대로 원전의 사고발생 시 외부에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최후의 방벽 기능을 수행하는 원전 격납건물에 부식이 발생해 곳곳에 구멍이 발생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같은 문제를 30년이 넘도록 몰랐다는 사실이다.

원전 6기 격납건물 부식 확인

지난 7월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한빛4호기를 비롯해 현재 가동중인 원전 6기의 격납건물에서 철판의 두께가 감소하거나 부식으로 구멍이 난 부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한빛4호기는 두께 기준 미달이 120곳에 달하고 돔과 벽면을 이어주는 곳에는 콘크리트가 아예 채워지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원전의 격납건물은 원자로 냉각재계통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외부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것을 막아주는 방벽이다. 외벽의 두께가 약 1.2미터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콘크리트 사이에 6밀리미터의 철판을 넣는다. 콘크리트가 구조를 버티는 창틀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철판은 이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창호지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둥근 지붕을 가진 원통형의 콘크리트 건물이 바로 격납건물이다. 원전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이러한 방호벽으로 사고가 발생해도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 한빛원전. ⓒ목포환경운동연합

원전의 격납건물에 문제를 확인한 것은 2016년 6월 28일이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한빛2호기의 정기검사 중 격납건물 외벽 최상단 콘크리트 시공이음부 등에서 라이너 플레이트(CLP) 두께가 기준치 이상 감소한 것을 발견하면서 철판 부식을 처음 확인했다. 라이너 플레이트는 6밀리미터의 두께의 강판으로 건설 당시에는 콘크리트 타설 거푸집 역할을 하고 이후 방사선 누출방지를 위한 기밀성 유지 기능을 한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한빛2호기 건설 당시 크레인 사고로 10개월간 공사를 중단한 적 있는데 그때 철판이 노출돼 부식된 것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한빛2호기로 끝나지 않았다. 2016년 11월 정기검사를 수행한 한빛1호기에서도 부식이 확인된 데 이어 한울 1호기, 고리 3호기, 고리 4호기에서도 철판 부식이 확인된 것이다. 한빛2호기와 달리 공사 중단을 한 적도 없는 원전들이다.

이에 원안위는 지난 3월 17일 중간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두 가지 원인을 들었다. 벽체 타설 이후 돔 타설까지 상당기간 소요되는데 이때 수분 및 염분 등이 침투했을 가능성과 또 하나는 원전이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어 해풍에 포함된 염분이 콘크리트 틈새에 축적되어 부식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안위는 한국형 원전부터는 시공방법이 변경되어 부식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말도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국형 원전인 한빛4호기에서 부식이 확인된 것이다. 결국 원안위와 한수원은 철판 부식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이 문제를 덮으려고 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한빛4호기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부식으로 인한 철판의 두께가 기준치 6밀리미터에 미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수원과 원안위는 부실시공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건설 당시 벽면과 돔 사이 이음새 부분에 콘크리트를 완전히 채워야 했으나, 이를 하지 않아 둘레 137미터에 깊이 18.7센티미터의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이 구멍을 통해 철판이 산소와 수분에 노출되고 철판의 두께가 기준치보다 감소했다는 것이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이 같은 사실을 공사기간 포함해 30년 넘게 발견하지 못하고 가동해왔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준) 소장은 "중대 사고가 발생했다면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소장은 "영화 <판도라>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 그보다 더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겠다 싶다. 영화에서 격납건물이 폭발할 때까지 12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다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6시간이나 3시간 만에 터진다. 시뮬레이션을 하면 돔 뚜껑이 날아간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무책임한 언동"이라고 비판했다.

▲ 격납건물 부식의위험성을 설명하는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준) 소장. ⓒ함께사는길(이성수)

원안위의 무능력 또는 은폐

원전 격납건물의 구멍은 원전 안전체계에 구멍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 원안위는 그동안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 18개월 단위로 정기점사를 진행하고 10년마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를 진행해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30년이 넘도록 격납건물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검사방법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원전 운영자인 한수원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는 것이 안전성 검사의 대부분이며 현장 검점에서도 외부 벽면을 육안으로 검사할 뿐이다. 때문에 격납건물 안쪽은 물론 콘크리트 안이 어떤 상황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격납건물 종합 누설률 시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격납건물 내에 일정한 압력을 넣고 새어 나오는 양을 측정하는 검사법이다. 이번에 부식이 확인된 원전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격납건물 종합누설률 시험이 수행되었지만, 문제를 찾지 못했다.

원안위의 무능을 지적하는 소리도 높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은 부적절한 재료나 부실시공 등 다양한 원인으로 훼손될 수 있으며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훼손되기 마련이다. 완벽한 구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원전 격납건물의 콘크리트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미국은 1990년부터 원전의 철판 콘크리트 부식을 확인하고 원전 사업자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유의해서 검사하고 주의를 하라는 경고를 해오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콘크리트 부식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이러한 정보들은 전 세계가 알아볼 수 있도록 공개돼 왔다. 때문에 미국, 프랑스 등에서는 육안검사가 아니라 초음파나 엑스레이 검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소장은 "(우리나라 규제기관은) 국제 동향을 살피러 해외 출장도 자주 간다. 자료 정보비도 있고 IAEA와 전산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초음파나 엑스레이 검사를 하지 않는다. 이를 몰랐다는 것은 무능이고 설령 알고도 숨겼다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안위와 한수원이 알면서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특히 한빛4호기는 1994년 원전 건설 당시 공사에 참여한 주민이 원자로격납 건물 벽면 철판과 콘크리트 사이가 비어있다며 부실시공을 제보한 바 있다. 한수원과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당시 주민들은 한빛(당시 영광) 3, 4호기 건설을 반대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영광 4호기는 시운전 중 핵연료봉이 파손돼 방사능 물질이 다량 유출되는 사고까지 겪었다. 당시 영광 4호기에 이어 5, 6호기를 추진해야 하는 정부와 한수원의 입장으로서는 이 같은 부실시공을 인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원전을 멈추고 점검해야

최후의 방벽에 문제가 생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원안위는 부식 부분을 보수하면 별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원안위는 지난 3월 21일 한빛2호기 재가동을 승인했고 이어 한울1호기, 한빛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안전성은 격납건물 종합누설률 시험으로 확인했다는 게 원안위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부식을 확인하지 못한 격납건물 종합누설률 시험을 재가동 승인 요건으로 제시한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소장은 "철판이 부식되었다면 중간에 있는 철골 역시 부식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콘크리트 안 철근 구조물에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안이 어떻게 병들어 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일본에서 수입한 압력용기 철판의 탄소함유량이 높다는 것이 발견돼 그것을 사용한 원전 모두 가동을 중지하고 점검했다. 탄소함유량이 높은 철판은 당장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어떤 사고가 생겼을 때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원전 안전 점검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특히 현재 사업자가 제출한 서류에 의존해 안전성을 검토하는 규제기관의 무능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사태에 대해 한빛4호기의 부실공사가 드러난 만큼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함께사는길

증기발생기 안에 망치가!

한빛4호기 증기발생기 하단에서 가로 7센티미터, 세로 10센티미터 크기의 망치가 발견됐다. 상단에서도 가로 7밀리미터, 세로 12밀리미터의 연철이 발견되었는데 망치 헤드가 오랫동안 발생기 안에서 떠돌면서 마모된 조각으로 추정된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증기발생기 조기 교체로 이 사실의 은폐, 축소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증기발생기는 원전 3대 주요 설비다. 원자로의 고온고압수(냉각수)는 증기발생기 세관을 타고 흘러 다시 원자로로 귀환한다. 이 고온의 물은 세관 바깥쪽 증기발생기 내부의 물에 열을 전도시켜 수증기로 만든다. 그 수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증기발생기 내부에 금속물체가 있다면 수증기의 이동압력으로 증기발생기에 열을 전달하기 위해 원자로에서 증기발생기 내부로 뻗어있는 두께 1밀리미터도 안 되는 세관과 충돌할 위험이 생긴다. 세관이 깨지면 냉각수 누출이 시작된다. 한 개씩 세관이 깨지리란 보장도 없다. 여러 개가 한꺼번에 깨질 경우 빠른 시간에 상당수의 냉각수가 유출돼 핵연료 냉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응기준으로 당국이 가지고 있는 대책은 '증기발생기 세관 8400개 중 하나만 깨지는 것에 대한 냉각수 주입 계획'뿐이다.

이를 제일 먼저 인지한 한수원은 지난 7월 10일 '한빛원전민간환경감시위원회'에 망치를 '이물질'이라고 보고했다. 7월 26일 원안위 지역기구인 '한빛원자력안전협의회'에도 '금회 검출 이물질'로 보고했다. 축소, 은폐 시도가 아닐 수 없다. 규제기관인 원안위를 향한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격납건물 부실시공에 이어 망치까지 발견될 때까지 원안위는 무엇을 했나?' 대응도 문제다.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원안위는 △한수원에게 이물질 제거를 요구했지만 한수원이 이물질 제거가 불가능하다고 하여 △차기 계획예방정비(‘18.12 예정)시 교체예정이었던 증기발생기를 금번 계획예방정비 중에 교체할 것으로 결정(‘17.8.8)한 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8월 21일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안전한세상을위한신고리5,6호기백지화시민행동'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한 핵발전소 즉각 폐쇄를 촉구했다. 이들은 "안전상 문제가 있고, 부실 시공된 한빛 4호기는 즉각 폐쇄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동안 수많은 핵발전소 부실과 비리가 있었지만, 매번 꼬리자르기식 처벌과 솜방망이 처벌만 이어졌다. 한빛 4호기의 건설, 감리, 규제기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현재 '가동 중인 모든 핵발전소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로 핵발전소 안전 확인을 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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