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성진 거취 '장기전' 방침

여론 비판 무릅쓰고 '김명수 살리기' 지렛대로 가나

청와대가 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거취 문제를 장기전으로 끌고갈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인사혁신처로부터 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를 받았다고 확인하면서도 박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선 "간단히 정리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우리 선택은 임명이냐 철회인데, 이건 정해진 기한이 없다. 기한을 갖겠다는 게 잘못이냐"며 이 같이 말했다.

전날 청문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받은 뒤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던 청와대 기류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박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 문제를 연계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모순된 태도는 김이수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결 파동에 이어 자칫 김명수 후보자까지 정쟁의 희생양이 될 경우 사법개혁이 초입부터 무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부적격' 의견으로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한 데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마저 "국회의 결정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음에도 청와대가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일정(18일~22일)이 예정된 가운데, 이 관계자는 국회 상황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의 출국 이전에) 김 후보자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그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일(24일)을 언급하며 후임인 김 후보자 임명이 지연될 경우 "사법부 수장의 공백을 초래하는 상황은 여야 모두 부담이 된다"면서 야당과의 책임 공방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인사 실패에 대한 검증라인 문책론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인사 문제가 생긴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문책으로 가야할 문제인지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박성진 시간끌기'가 '김명수 살리기'에 필수적인 국민의당을 우군화하는 데 보탬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박성진 후보자 건으로 시간 끌기 하면서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의 건에 대한 거래나 지렛대로 활용할 생각은 그만두는 것이 옳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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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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