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홍수 핑계로 '임진강판 4대강 사업'?

[함께 사는 길] 물 관리 일원화 논쟁 ②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것이 탐관오리라고 했다. 나는 홍수 피해보다 무서운 것이 정부가 홍수 대책이라고 내세우는 사업들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말 경기도 파주 문산 지역에 닥친 세 차례의 대홍수는 문산 일대 주민들에게는 극도의 트라우마였다. 그런데 국토부는 주민들의 트라우마를 각종 건설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한탄강댐, 군남홍수조절지 건설에 이어 지난해 말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면서 사실상 좌초된 '임진강판 4대강 사업' 등이 그것이다.

오죽하면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대규모 준설사업을 위한 설명회 때 주민들은 "국토부가 하고 싶은 개발사업을 위해 주민들의 홍수 피해의식을 이용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까지 했다. 임진강 거곡마정지구의 대규모 준설사업은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결과 홍수 예방책이 아니라, 반대로 홍수 피해를 키울 수 있는 사업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한 사업이다.

대홍수 이후 20년 동안 임진강 유역에서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끊이질 않았다. 연천에 한탄강댐과 군남홍수조절지를 만들었고, 하천들에는 모두 슈퍼제방을 쌓았다. 문산천이 합류하는 임진강 변은 도심지인 문산 쪽 제방을 높이고 맞은편 민간인 통제구역 내 장단반도 제방을 낮춰서 홍수 때 장단반도 쪽으로 범람하도록 설계했다. 문산천 하천 정비공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임진강 유역은 이제 홍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하지만 파주 임진강 유역 주민들은 올여름도 불안했다.

ⓒ노현기

대홍수 그 이후 정부 홍수 대책의 허와 실

1996, 1998, 1999년 북파주와 연천지역의 기록적인 폭우로 문산 일대(임진강하구 문산천 유역)는 (1998년에는 파주 금촌 일대(한강하구 공릉천 유역)까지) 물바다가 되는 대홍수를 겪었다.

국토부가 밝힌 홍수의 원인은 모두 문산천 하류의 동문천 합류부의 범람이다. 이곳에는 통일로와 경의선이 지나가는 다리가 놓여있다. 그런데 교각이 지나치게 좁아 상류에서 흘러내려 온 커다란 나무토막들을 비롯한 홍수 쓰레기들이 교각에 걸려 하천이 막혔다는 것이다. 게다가 1999년에는 홍수 시 물을 퍼내는 문산 펌프장까지 고장 났다.

그렇다면 국토부 스스로가 홍수 원인이라고 밝힌 동문천 범람 예방, 문산천 동문천 합류부의 내수배제 기능 강화, 문산 지역 내수배제 기능은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고장 난 문산 펌프장을 고치고, 문산천 하류부에 콘크리트 벽돌로 제방 높이를 약간 높였다가 현재 문산천 하천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 동문천을 통과하는 다리 교각도 그때 그대로다. 동문천은 지방2급 하천 시작 시점인 방미 구간 4킬로미터에 대해 하천정비사업 실시설계를 하는 중이다.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임진강 하류 중권역에 20년 이상 노후화된 하수관로는 91퍼센트에 달한다. 동문천은 채 10킬로미터가 안 되는 지방2급 하천으로 경기도 관할이다. '내수배제 불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후화된 하수도와 우수관로 개선, 배수펌프장 확충 등이 필요한데 이는 한강유역환경청과 농어촌공사 관할이다.

결국 문산 지역 홍수 예방을 위해 원인별로 대책을 세우려면 국토부와 환경부, 농림축산부 세 개 부서와 관할 자치단체인 경기도, 파주시가 공동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상호협력을 위한 권한을 가진 곳이 없다. 국토부는 자신들이 직접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문산천과 임진강만 파헤치려 하고, 환경부의 권한은 국토부에 눌려있다.

▲ 동문천 다리. ⓒ노현기

수질과 수생태계도 빨간 불


"멀리서 보는 임진강은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본 임진강은 처참합니다." 김현옥 경기북부수협 파주어촌계장의 말이다.

북한에서 발원해 DMZ를 통과해 파주 전 구간이 민간인 통제구역에 속하는 임진강은 상류인 북한지역과 연천에 4월5일댐, 황강댐, 군남홍수조절지, 한탄강댐이 있고 파주 구간은 구불구불한 모양새에 초지, 우각호 등 배후습지와 초평도, 칼섬 등 하중도가 널려 있다. 분단의 철책에 갇혀 흐르는 비극의 대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식물, 어류, 저서무척추동물을 조사하지 못한 한계에도 임진강 유역에는 양서파충류, 어류(어민 탐문조사), 곤충, 조류, 포유류에서만 45종의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이 확인됐다.

그런데 매일 임진강과 생활하는 어민들은 임진강의 수질과 수생태계의 현실이 녹록지 않는다고 증언한다. 파주어촌계 어민들에 따르면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이 부족해 퇴적되는 양은 늘고 밀물 때 바닷물의 영향으로 강물의 염도가 높아져 기수역 어종인 웅어, 황복, 참게, 장어 등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퇴적량에 비례해 상류에서 내려온 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이 강바닥에 퇴적돼 부패하고 있어 심할 때는 작은 폭발이 있는 것처럼 물이 용솟음치기도 한다.

실제 올여름 폭우가 내리기 전 어촌계와 파주환경연합이 함께 배를 타고 임진강을 둘러본 결과 노를 젓는 작은 배도 가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크고 작은 쓰레기가 쌓여있고 심지어 대형 컨테이너도 강바닥에 박혀 있었다. 펄에서는 가스들이 수증기처럼 올라오고 있었다.

어민들은 가장 큰 원인을 군남홍수조절지에서 물을 가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남홍수조절지는 북한 황강댐 무단방류에 대비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물을 가둬서는 안 되는 댐이다. 게다가 올여름 이전까지 임진강 유역은 몇 년째 극심한 가뭄이 이어져 임진강의 수량은 더욱 줄어들었다. 경기도는 2015년 임진강유역의 심각한 가뭄으로 농업용수 공급 문제와 함께 임진강 수생태계의 변화가 심각하다며 국토부에 정부 차원의 공동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당시 경기도는 남북공동대응기구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 임진강 어부. ⓒ노현기

임진강 수계에 또 다른 문제점은 임진강으로 흘러들어오는 지천이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임진강 유역으로는 파주에서 흘러들어오는 지방2급 이상 하천만 19개에 달한다. 이중에는 국가하천급으로 북한 개성공단을 거쳐 내려오는 사천강도 포함돼 있다. 소하천을 포함한 하천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공장과 축산 농가들이 밀집해있다. 몇 개 안되는 하수종말처리장은 모두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어 제대로 된 수질관리를 담보할 수 없다.

2017년 6월 한강유역환경청에서 작성한 '임진강하류 중권역 물환경관리계획(2017~2021)수립연구 중간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언급돼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임진강 하류 중권역이 파평 인근의 늘노천 합류 이후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었다. 또 전국의 행정구역 중 폐수 발생 및 배출량이 파주시가 가장 높았다. 임진강 수질이 심각하다는 어부들의 증언이 과장이 아니었다.

수질관리는 환경부 책임이지만, 수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수량은 국토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축산농가의 관리는 파주시에 있다. 공장폐수도 파주시가 관리한다. 또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의 권한 상당수는 파주시, 연천군 등 기초자치단체에 위임돼 있다. 임진강 수질과 수생태계 관리를 위해 국토부와 환경부, 파주시, 연천군이 협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상류와 지천까지 감안하면 북한 정부와도 협력해야 한다.

물 관리 일원화 시급

각 부서와 지자체, 남북이 연결돼 있는 하천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물 관리를 일원화하여 관련 기관이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진강 유역의 안전도, 수질과 수생태계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물 관리를 일원화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가 여야 협상 과정에서 유보됐던 것에 크게 실망한 이유이다. 부디 이번 국회에서 이러저러한 정치 논리나 정부 부처 사이의 이해관계로 포기되거나 또다시 미뤄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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