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과 책임회피 뿐인 청와대의 사드 해명

"일관성과 원칙 지켰다"면서 文대통령은 왜 침묵하나?

청와대는 8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에 따른 비판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적극적인 '방어 모드'에 돌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에 관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태도 변화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비판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사드 배치는 정말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켜서 여기까지 왔다"면서 "절차적 투명성이나 국회 동의 문제에 오락가락하거나 갈팡질팡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선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19일 대선후보 TV토론 때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을 강행하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부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6차 핵실험이라는 상황 변화가 발생했으므로 사드 잔여 발사대를 추가로 배치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지시한 시점은 북한의 6차 핵실험(9월 3일) 이후가 아니라, 지난 7월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후 소집된 NSC 전체회의 직후 이뤄진 것이어서 이 해명은 선후관계가 맞지 않는다. 북한의 핵실험 이전에 문 대통령의 사드 배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6차 핵실험을 사드 배치의 명분으로 삼은 것은 결과론적인 짜맞추기라는 지적이다.(☞관련 기사 : 사드 배치 침묵하는 靑, 번지수 틀린 해명)

이 관계자는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선 환경부가 진행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강조하며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했지만,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절차적 투명성 문제도 일관되게 말씀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8일 사드 부지 전체를 대상으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뒤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했다가 이날 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입장을 바꿔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환경부는 약식 평가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해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의 길을 터줬다. 청와대와 정부는 '임시 배치'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반 환경영향평가 뒤 배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드 포대가 완전체로 가동된 뒤에 이를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국회 비준 등 공론화를 포기한 데 대해선 "국회 동의나 비준은 국회에서 요청이 있어야 한다"며 "야3당은 사드 배치를 빨리하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그래서 국회 동의를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국회로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과 대선후보들은 대선 때부터 이미 사드 도입을 주장하며 국회 동의를 앞세워 사드 배치에 미온적이던 문 대통령을 포위 공격한 바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새 정부 출범 후 문 대통령의 '사드 불가피론'에 밀려 국회 비준 의지를 사실상 접었다. 이 같은 맥락을 생략하고 '국회의 요청이 없었다'는 형식 논리에 의거한 청와대의 반박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성주 소성리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데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주민들 동의가 불충분하고 반대가 많다는 것은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면서도 "국가적 운명이 걸린 매우 중대한 사안이므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판단이 내려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12시간에 걸친 진입 작전이 이뤄졌는데, 경찰이 주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면서 진입로를 확보했다"며 "(추가 배치 이후) 국무총리와 각 부 장관들이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고 했다.

하지만 성주소방서에 따르면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한 지난 7일 새벽 현장에 출동한 앰뷸런스가 10여대,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가 20여명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이처럼 사드 추가 배치가 일관성 있는 원칙과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강변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드릴 수 있는 최적의 메시지가 준비된다면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말씀을 드리겠다. 어떤 메시지냐가 중요하다. 그에 대해 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언제 나올지는 확실치 않다"고 했다.

그는 "사드 배치가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며 "최적의 설득 메시지가 없으면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없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안팎으로 후폭풍이 거세 늦어도 내주 중에는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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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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