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트럼프 "신속한 사드 배치 완료" 합의

미사일지침 개정, 북한 원유공급 중단 등 '강대강' 맞불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의 6차 핵실험 대응 방안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를 신속히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 일본과 함께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주도하며 무기 체계 강화를 통한 강대강 대결의 소용돌이에 휘말려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통해 대화와 협상을 강조한 '한반도 운전자론'은 사실상 기약 없이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군사력 증강이 북한을 핵과 미사일 개발 포기로 유도하기보다는 추가 도발을 자극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날 밤 10시 45분부터 40분 간 이어진 통화에서 한미 정상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그 규모와 성격 면에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엄중한 도발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금번 핵실험이 과거보다 몇 배 더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는 점, 북한 스스로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이제는 차원이 다른, 그리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양 정상은 한미 미사일지침 상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는데 합의했다.

현재 한미 미사일지침에 따라 우리 군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와 중량은 800km와 500kg으로 제한된 상태다. 이 지침을 개정해 탄두 최대 중량을 1t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으로 합의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탄두 중량이 늘어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비롯한 지하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거듭되는 핵 및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사드 임시 배치를 한국의 국내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날 환경부는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조건부 동의' 결론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국방부는 조속한 잔여 발사대 배치 방침을 밝혔다.

양국 정상은 이어 북한에 대해 최고도로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그 일환으로 보다 더 강력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어진 한러 정상 통화에선 문 대통령이 대북 원유 중단 등 고강도 대북 압박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등 입장차가 뚜렷했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노동자 수입금지 등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할 때"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외교적 방법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고 보나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추가적 도발을 멈춰야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도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선언문이 채택됐다"면서 "선언문에서도 한반도의 핵 문제는 오로지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고 전하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6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추가적으로 논의하자"고 덧붙였다.

한미, 한러 정상 통화에 앞서 가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문 대통령은 "그간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포기를 촉구해 왔으나, 이제는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추가 도발을 묵과하지 않을 것임과 동시에 국제사회와 협력해 최고로 강력한 제재와 압박 등 응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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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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