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쳐다보지도 않던 안철수가 선거연대?

안철수 등판에 정치권 '합종연횡설' 봇물…국민·바른 선택은?

안철수 신임 국민의당 대표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첫 회동을 가졌다. 일각에서는 대선 경쟁자였던 두 대표 간 '야권 공조'를 점치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오히려 이날 회동에서 "연대 계획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안 대표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로 홍 대표를 찾아가 만난 자리에서, 일각에서 거론되는 지방선거 연대론에 대해 "시점상으로도 적절치 않고, 연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고 안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송기석 의원이 전했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도 그렇다"고 답했다고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이 전했다.

송 의원과 전 대변인에 따르면, 회동 자리에서 홍 대표가 먼저 '이런 얘기가 나온다'며 지방선거 연대론을 언급했고, 안 대표는 이에 "그런 공조 계획은 원칙적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에 "맞다. 우리도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앞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송 의원은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상대 당과 선거 연대 의사는 없다는 것을 두 분이 표현했다"며 "오늘 공식적 주제로 얘기된 것도 아니다. 공식적인 연대, 공조 언급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 대변인도 "선거 연대와 관련해서는 진지한 대화가 아니었고, 국민의당(안 대표)이 '원칙적으로 정면돌파다. 아직 선거 연대에 대해 생각이 없다'고 하니 홍 대표도 '우리도 그렇다' 정도 선에서…(말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전 대변인은 "안 대표가 '우리 원칙이 이렇다'고 하니 홍 대표가 '우리도 그래요'라고 하면서 '그러나 정치는 상황이 변하니…'라고 덧붙인 게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언론에 공개된 회동 모두(冒頭) 부분에서, 홍 대표는 "안 대표가 돌아왔으니 앞으로 정치가 활발해지겠다"고 덕담을 건네고 이어서 "안보 위기에 경제 위기까지 겹쳐 있는데, 이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는 사법부까지 좌파 코드로 바꾸려는 것이다. 야당이 힘을 합쳐 바로잡아야 한다"며 "안 대표와 힘을 합쳐 바로잡으려 한다. 앞장서 달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이에 "안보 위기, 경제 위기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 아닌가"라고 우려하며 "이런 문제는 국익과 민생 차원에서 저희도 열심히 노력해서 해결해 나가려 한다"고 다소 원론적인 답을 했다.

홍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연계해서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을 졸속으로 뒤엎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자, 안 대표는 역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세부적 실행 계획이 있어야 하고 여러 부작용에 대한 대안까지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저희들은 지난 100일 동안 중요한 결정들이 쫓기듯 돼온 것에 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원론으로 답했다.

또 홍 대표가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운전자론'을 들고 나왔는데, 운전하는 사람이 레커(견인)차에 끌려가는 차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하는 흉대만 내는 것"이라고 비판하자, 안 대표는 "저는 외교안보가 아주 우려스럽다. '코리아패싱'이 실제로 일어나면 안 되지 않나"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채널을 동원해 외교적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이처럼 같은 주제에 대해 말하면서도 뭔가 미묘하게 초점이 어긋난 대화를 10분 정도 주고받았을 때, 홍 대표가 "앞으로 자주 모시겠다. 수시로 연락 드리고 만나 뵙겠다"고 덕담을 건넸고 안 대표는 "앞으로 함께 여러 사안들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화답했다. 공개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회동 비공개 부분에서는 '지방선거 연대는 없다'는 내용 외에, 홍 대표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적절한 인사인지 의문을 표한 데 대해 안 대표가 "철저히 검증해 보겠다"고 답했고, 홍 대표가 '안보나 경제 문제에서 가능하면 함께 도울 것은 돕자'고 제안하자 안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했던 "국익과 민생을 위한 것이라면 정부에 협조하겠지만 거기서 벗어날 때는 강한 야당으로서 싸우겠다"는 답을 했다고 두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9일 안철수 신임 국민의당 대표의 예방을 받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安 등장에 출렁이는 정계개편론…민주당 "야3당 연대는 적폐 연대"

안 대표는 8.27 국민의당 전당대회 당선 이전부터 "지금은 연대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거리를 둬 왔지만, 4당 체제의 근본적 불안정성과 국회 의석 분포 등의 정치적 조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합종연횡론이 제기돼 왔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제기한 '야3당 연대론'도 그 중 하나다.

바른정당 탈당파로, 김무성 의원의 측근으로 꼽혔던 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추세라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싹쓸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지방선거 연대는 야권 입장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카드"라고 정 원내대표의 제안을 비교적 긍정 평가하기도 했다. "좌파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보수 정당이라도 제대로 된 결합과 결집이 필요한 것"이라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다만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에서는 이같은 한국-국민-바른 연대에 대해 왼고개를 젓고 있다. 이날 아침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가 신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지방선거 야 3당 연대를 제안했다"며 "이것은 적폐 연대를 하자는 것"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렇게 하지도 않겠지만, 국민의당·바른정당이 국정농단 부역 세력, 탄핵 책임 세력과 연대를 꾀한다면 이는 국민 민심을 정면으로 반하는 잘못된 선택이 될 것"이라며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여야 정당들은 국민 앞에 다짐하며 함께 탄핵을 추진했던 세력들"이라고 역으로 '탄핵 연대'의 동질감을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자유한국당과의 연대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기류다. 지난 대선 TV 토론 때 '돼지 흥분제' 논란의 여파로 홍준표 대표를 쳐다보지도 않았던 안철수 대표가 지방선거 연대를 추진할 경우 정략적이란 비판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나와 정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금 현재는 촛불 혁명의 산물로 태어난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대한민국, 국가 대개혁을 할 정기국회다. 따라서 도둑질도 너무 빠르고, 우물가에 가서 숭늉 내 놓으라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박 전 대표는 "한국당과 우리 당은 완전히 정체성이 다르다"며 "그런데 거기에서 '나는 서울시장, 너는 인천시장, 저 사람은 경기도지사'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그런 발상을 하는 분의 정신을 나는 의심한다"고 맹비난했다. "또 야합하고 나눠먹는 구(舊)정치로 돌아가는 발상이기 때문에, 저희 당에서는 그러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박 전 대표는 강조했다.

바른정당에서도 하태경 최고위원이 교통방송(tbs) 인터뷰에서 "정우택 원내대표가 3당 단일화 이야기를 한 것은 상당히 엽기적이다. 지금 정치적 상식에서 너무 벗어났다"며 "그건 역사적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하 최고위원은 "기본적인 시각은, 민주당은 경쟁 대상이지만 한국당 주류는 청산 대상(이라는 것)"이라며 "정 원내대표의 '야 3당 단일 후보'(주장은) 완전히 꿈 깨셔야 되고. 그것은 정치적으로 퇴행이다. 그래서 한국당과는 저희들이 완전히 선을 그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당을 제외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연대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내부의 반대나 "절벽에 매달린 사람에게 '연애할 거냐'고 물어보는 것"이라는 안 대표의 선제적 차단막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들이 국민의당과 연대 생각을 한다"고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만 하 최고위원은 "신뢰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성공할 수 없는 연대를 하면 오히려 후유증이 더 크다. 그래서 저희들은 상당히 신중하다"고 했다. 그는 우선 정치 개혁을 고리로 연대를 추진해 보고, 이를 통해 신뢰가 쌓이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국민의당 호남 그룹에서는 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과의 연대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과(연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바른정당과도 정체성을 버리고 통합·연합·연대할 수는 없다"며 "단 같은 야당으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공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점심을 들면서도 "바른정당과 연대하면 호남 민심이 부글부글한다. 울고 싶은 데 뺨 때려 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도 "(안 대표) 반대파들은 정책 연대나 협조에 있어서 민주당 쪽에 더 경도된 느낌이고, 안 대표와 그 지지자들은 바른정당과의 협조 내지는 공조·연대 쪽이어서 차이가 상당히 있는 것 같다"며 "꼭 바른정당이랑 해야 하느냐? 가능하면 뿌리가 같고 생각의 공통분모가 많은 민주당 쪽으로 하는 게 더 괜찮다는 생각"이라고 YTN 라디오에 나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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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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