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아베 총리와 '강제 징용' 설전

"개인 청구권은 해결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일 간의 외교적 쟁점으로 떠오른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 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양 정상은 25일 오전 30분 간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핵과 미사일 등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인식 공유와 양국의 공조 방안 등을 협의했다. 통화는 아베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통화 말미에 "문 대통령의 지난번 징용 노동자 발언에 대해 일본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면서 강제 징용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7일 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대법원 판례로 강제징용자 개인의 민사적 보상 청구권이 인정되고 있다"며 징용 피해자들에게 개인 청구권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한 항의로 보인다. 앞서 일본 외무성도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한국 정부에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구축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가 해결됐고, 한국 정부도 보상한 바 있지만 한국 대법원이 국가 간 문제와 관계없이 피해자 개인과 (미쓰비시 등) 회사들 사이의 개인적 청구권은 아직 해결이 안 됐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문 대통령의 입장은 일본 시민단체가 지난 20일 공개한 일본 국회 의사록을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이에 따르면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외무성 조약국장이 1991년 8월 참의원에서 "한일협정은 양국이 국가로서 갖고 있는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했다는 것일 뿐 개인청구권 자체를 소멸시켰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역시 한국인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점을 1990년대까지 인정했다는 증좌다.

박수현 대변인은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에서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 등 역사 문제도 잘 관리하면서 양국이 미래지향적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고 밝혔으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이어 강제 징용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산케이신문>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한국 측 움직임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오는 29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FEALAC)'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