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왜곡 보도, KBS,MBC 안녕들하십니까?"

[KBS‧MBC 피해자 증언대회] ⑥ 성과연봉제 및 철도 파업 피해 증언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은 지난 7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KBS·MBC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지난 9년여간 KBS와 MBC의 의제 왜곡, 편파보도, 무(無)보도로 인해 큰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있었습니다. 이 피해는 특정 단체나 집단에 대한 피해를 입힌 것이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입니다. 이에 'KBS·MBC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9명의 언론 피해 증언을, 당사자의 동의를 구해 기고문 형식으로 연재합니다.

▲ 2016년 9월 27일 자 KBS <뉴스9> 보도 화면. 지난해 9월 27일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등 노동 개악에 맞서 철도노조와 지하철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자 KBS는 전형적인 흑색선전으로 노조의 투쟁을 왜곡했다. KBS는 평상시에도 늘 화물선이 정차해 있는 노량진 화물기지를 보여주면서 "숨 가쁘게 움직이던 역사가 멈춰섰다"고 자극적인 묘사를 더했고, '시멘트 운송 차질', '일반 열차 운행 축소' 등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부각했다. 노조가 어떤 이유로 파업에 나섰는지, 정부의 노동 정책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는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었다.

파업 피해 엄청나다 보도했지만, 파업 기간 철도공사는 오히려 '흑자'

방금 함께 본 보도를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저희가 철도 파업을 하면 항상 나오는 그림이 있습니다. 오봉역 화물 기지입니다. '시멘트 수송이 멈춰서 건설에 타격이 크다, 컨테이너 수송이 안 돼 경제에 타격이 크다' 이런 보도가 나옵니다. 보통 멈춰 서 있는 전동차를 보여주는데 저기는 원래 차량 기지라서 파업과 관련 없이 항상 전동차가 저렇게 서 있습니다. 예비 전동차가 있어야 하니까 늘 저렇게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걸 철도노조가 파업해서 엄청난 지연이 벌어진 것 마냥 보도하는 겁니다.

또 하나 왜곡된 것이 있습니다. 철도가 전체 물류 수송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실제 5%도 되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희가 파업을 해도 전체 물류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고, 철도가 안 되면 대부분 육로로 운송을 합니다. '파업한다'고 선포가 되면, 미리 대체 수송을 마련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데 저렇게 마치 큰 피해가 발생한 것처럼 보도가 나가는 겁니다. 실제로 파업을 하면, 사측이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데 법원이 인정한 액수는 매우 한정적입니다. 2009년 9일간 파업의 경우에 사측이 무려 150억 원 정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최종 판결은 6억 원을 보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물류 수송에 따른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보도는 마치 물류 피해가 상당한 것처럼 나옵니다.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저희 입장에서는 황당합니다. KTX는 파업하는 동안 100% 운행을 했거든요.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인력과 대체인력 대부분을 KTX와 전동차에 투입하니까 이런 일이 가능합니다. KTX는 유일하게 흑자가 나는 사업이니까 거기에 올인(집중)하는 겁니다. 무궁화호, 새마을호는 흑자가 안 나거든요. 유일하게 흑자가 나는 KTX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어차피 적자가 나는 노선은 줄여서 운영하니까 오히려 적자는 줄고 흑자는 100% 유지됩니다. 그러면 사측에서는 오히려 수익이 늘게 되어 있어요. 게다가 파업을 하면 파업 참가자의 인건비는 지출하지 않아도 되니까 철도공사는 엄청난 이득을 더 보게 됩니다. 그런데 갖가지 억지를 대가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그게 또 판결로 이어집니다. 법원에 가서 구체적인 액수를 따지다 보면 실제로 철도노조가 피해를 준 게 아니라 철도공사에게 상당히 큰 흑자를 안겨줬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이 전혀 보도되지 않으니 안타깝습니다.

'선정적' 보도에 '복귀'만 종용하는 언론

▲ 성과연봉제 및 철도 파업 피해 증언 중인 최은철 철도노조 조직국장. ⓒ민언련
전반적으로 파업 관련 보도는 굉장히 선정적입니다. 왜 파업하는지는 전혀 묻지 않고 곧바로 보도에 나오는 것이 바로 '멈춰선 전동차, 극심한 시민불편', 이런 겁니다. 최근엔 9호선을 찍어가더군요. 9호선의 경우 급행 구간은 출퇴근 시간에 유동인구가 엄청나게 몰리거든요. 평소에도 항상 사람이 많은 9호선 풍경을 찍어 가서 파업의 피해로 보도하는 겁니다. 그런데 9호선은 민자 철도에요. 철도노조 파업과는 관련이 없는 노선인데, 그걸 철도노조의 파업 피해로 보도하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파업에 대해 언론이 엉뚱하게 집중하는 초점이 또 있습니다. 항상 기자들이 와서 묻는 것이 "언제 복귀 하나요?"라는 겁니다. 다른 건 없어요. 제가 2013년도에 철도 파업 당시에 대변인을 하면서 언론과 접촉했는데, 파업 선포 후 며칠 지나면 무조건 그 질문만 들어옵니다. 또 조금 시일이 지나면 "어떤 매체에서 며칠에 복귀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사실입니까?"라고 묻습니다. 파업이 끝나는 날짜만 확인하려 듭니다. 아주 악의적으로는 종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종편 방송사는 확인도 되지 않는 파업 복귀자 숫자를 매일 불러줍니다. 이렇게 하면서 노조에게 사실상 복귀를, 파업 철회를 압박하는 겁니다. 실제로 직접 파업복귀를 종용하는 보도도 나옵니다. "이 가뭄에 웬 파업이냐", "경제가 이렇게 되었는데 무슨 파업이냐", "웬 지진에 파업이냐" 이런 보도들이죠. 노조 입장에서는 엄청난 압박이 됩니다. 노사 관계라는 것이 항상 대화를 해야 하고 특히 파업을 하면 교섭과 대화가 절실한 상황인데, 그런 배경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하고 '파업 장기화' '복귀 시점'만 계속 보도가 됩니다.

파업 이유는 묻지 않고 '공안적 시각'만 가진 언론

대표적인 오보, 왜곡 보도 사례 몇 가지 말씀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철도 같은 경우에는 2009년도 당시 파업을 하고 나서 6일 차 정도 된 12월 4일 즈음, <중앙일보>가 '파업으로 인해 전동차를 타지 못한 서울대 입시생이 입시 시험을 놓쳤고 서울대 꿈을 포기했다'는 보도를 냈습니다. 선정적인 보도 중에서도 최고 수준입니다. 저희가 정정 보도를 신청해서 결국 오보임이 밝혀졌습니다. 전동차가 지나가는 시간대가 철도 시스템에 다 기록되거든요. 기록을 확인하니까 그분이 늦어서 열차를 늦게 타 놓고 파업 핑계를 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중앙일보>가 노조의 파업을 흔들기 위해서 철도공사와 국토부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보도를 한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2013년도 12월 26일 태백산 쌍룡역 관련 보도입니다. 쌍룡역에 17명의 근무자가 있는데 승객은 15명밖에 안 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 마디로 수익이 안 나는 곳에 고임금 근로자들이 놀고먹고 있다는 보도인데, <동아일보>와 TV조선이 주로 보도했습니다. 국토부는 해당 보도를 십 수차례 퍼 나르기를 했습니다. 사실을 확인하니 3조 2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고 역 자체가 화물 중심이었습니다. 역시 저희가 정정보도 요청과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300만 원을 모두 받았습니다.

▲ 2013년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 철도 노조원들. ⓒ전국철도노조

'도대체 왜 이렇게 파업을 터부시하고 금기시하는 보도들만 나오는 걸까?' 궁금해집니다. 결론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기본적으로 노동자들과 파업에 대해 언론이 여전히 공안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잘못된 것이고 경제를 망치는 일이며 불법이라는 공안적인 편견에 항상 갇혀 있습니다.

한 번도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파업을 왜 하는 걸까? 무슨 문제가 있을까? 노동자들의 권리가 어떤 부분에서 침해되었을까?' 이런 기본적인, 근본적인 질문에 무지합니다. KBS‧MBC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언론사에 종사하는 기자들도 모두 노동자입니다. 똑같은 노동자로서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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