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보충제보단 레몬을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무조건 몸에 좋은 영양제란 없습니다

"지난 번 말 듣고 내가 먹는 약하고 식품 다 가져와 봤어. 자식들이 좋다고 사줘서 먹기는 하는데, 가정의학과에서 처방한 약에다 이것까지 챙겨 먹으려니 이것도 일이네."

상담하다 보면 약물이나 건강보조식품을 꾸준히 복용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 중에는 본인이 복용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고 왜 먹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분이 꽤 있습니다. 이 경우 처방전이나 약물을 가져오시게끔 해 효용을 설명해드립니다. 관성적으로 복용하던 약물은 주치의와 상담해서 가능한 줄일 수 있도록 하고, 불필요하거나 정작 환자에게 안 맞는 보조식품은 중단을 권합니다.

환자 중 영양보충제는 먹으면 무조건 좋은 것, 혹은 무탈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런 오해가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흔히들 영양제는 먹으면 무조건 새로운 영양분을 공급하는 마법의 힘이 가지고 있다고 믿어서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섭취하는 음식으로는 공급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준다는 게 본래 의미지만, 그 이름으로 인해 막연히 '뭔가 먹으면 좋은 것'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약을 포함한) 모든 약물과 영양보충제는 신체 영양요소를 불균형한 상태에서 균형 잡힌 상태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써야 합니다. 과거 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진단하고, 이를 바로 잡아 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자 사용해야 하지요. 요즘 이슈가 되는 ICBM의 추진체와 같은 역할입니다. 로켓을 일정 궤도에 진입시키고 나면 추진체는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건강을 회복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좋은 식이요법이 이루어지면 영양제는 그 역할을 다합니다. 필요한 시점에서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으면 로켓이 엉뚱한 곳에 떨어지듯, 무작정 영양제를 과다 섭취하면 건강에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식품 속의 항산화제를 피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특히 채소와 과일의 섭취는 반드시 필요하다. 식사가 부실하거나 비타민이 부족하면 항산화 보조제의 섭취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도 항산화 보조제를 쏟아 붓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여기에는 산화촉진제도 해당된다). 만약 고농도의 항산화제가 세포 속으로 들어오면 큰 혼란이 일어나고 에너지 결핍으로 인해서 죽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몸은 항산화제가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항산화제의 농도는 세포 안팎에서 세심하게 조절된다." <바이털 퀘스천>(닉 레인 지음, 김정은 옮김, 까치 펴냄)

이 책의 저자는 노화와 이에 따른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자유라디칼(활성산소)을 다량의 항산화제 투여로 제거하는 치료법에 부정적입니다. 자유라디칼 또한 세포에 필요한 신호로서 작용하는데, 항산화제가 이 신호를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죠. 항산화제가 과도하게 투입되면 우리 몸은 항산화제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불필요한 항산화제를 제거하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함에도 항산화제를 과도하게 섭취한다는 단서가 있습니다.

그럼 음식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필요하고 좋은 성분만을 뽑아내서 조합해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결과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가 먹는 음식의 식재료 하나에는 생각보다 아주 많은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또한 하나의 생명체였기 때문이지요. 동식물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우리의 모든 식재료에는 한 개체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모든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경험적으로 안전하게 오래 먹을 수 있음을 알게 된 재료가 일상의 먹을거리로 자리 잡았고, 그 개성이 좀 더 분명해서 특정한 목적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은 약초 등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음양오행의 편차가 적은 것은 식재료로, 좀 더 큰 것은 약초로 이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각각의 식재료가 가진 다름을 활용하지만, 다름만을 쏙 빼서 쓰는 태도를 좀 더 발전한 형태로 생각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개체는 그 두드러진 특징을 제어할 만한 보편적 요소를 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균형을 잃고 무너졌을 테니까요. 생명현상을 특정한 방향으로 활성화하는 상생(相生)이 있다면, 이것이 일정수준을 넘지 않도록 제어하는 상극(相克)도 있어야 개체는 유지되기 마련이지요. 언뜻 보면 상극의 반응은 자유라디칼처럼 날 괴롭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있어야 동적인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너무 커져도 균형은 무너지지만요.

우리가 먹는 식재료는 이처럼 역동적 균형 상태를 품은 생명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재료가 가진 편차가 있기 때문에 고루 먹어야 하고, 약초로 처방을 구성할 때도 특정한 치료방향을 잃지 않으면서 편차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에 반해 영양보충제는 대개 좋다는 것들만 뽑아 만들어 집니다. 우리 몸이 특정한 상황이 되었을 때 잃기 쉬운 것들이 중심이지요. 물론 영양보충제에도 각각의 성분이 조화롭게 작용토록 하는 노력이 가해집니다. 개인에게 맞춰진 영양보충제 처방도 있고요. 하지만, 영양보충제가 아무리 좋다 한들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음식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영양보충제를 복용하고자 한다면 무작정 남들이 좋다는 것을 먹기보다,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고 필요한 것들을 경과에 따라 바꿔가며 한시적으로 복용하는 태도가 바람직합니다. 건강이 제 궤도에 오르면 건강한 식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언제나 그렇듯 넘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과거보다 오래 사는 시대가 되면서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인가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대중화되고 커졌습니다. 생명 연장에 관한 연구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결과물도 여러 형태로 나오지요. 그런데 아직은 모든 결과가 퍼즐조각처럼 답의 일부분만을 설명해 줄 뿐, 전체적인 판을 바꾸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약물이나 영양보충제 또한 마찬가지고요.

언제고 인간종이 한계수명 이상을 병 없이 사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과거 세대가 물려준 생활 속 건강의 지혜를 묵묵히 실천하며 사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무조건 몸에 좋은 영양보충제란 없습니다.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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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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