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논쟁은 핵마피아와 촛불의 대결

[함께 사는 길] 시민참여단을 위한 신고리 논쟁 팩트체크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가 중단됐다. 시민들의 요구로 신고리 5, 6호기의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며 공사 중단 요청을 한 것이다. 그 사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공론 방식 및 기준 등을 마련, 이를 통해 선정한 시민참여단이 신고리 5, 6호기를 결정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공을 다시 국민들에게 넘긴 것이다.

공사 일시 중단만으로도 찬핵 세력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원자력, 기계공학 등 원자력 관련 교수들은 탈핵이 원전보다 위험하다며 협박성 발언에 가까운 주장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언론들은 이들의 주장을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내보내며 확성기 노릇을 하고 있다. 명백한 오보지만 거리낌이 없다. 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정부와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수백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온 전문가, 한수원과 원전 산업계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원전을 홍보해온 언론이 스스로 핵마피아의 일원임을 커밍아웃하고 있는 꼴이다.

신고리 5, 6호기를 둘러싼 논쟁은 핵마피아와 촛불의 대결이기도 하다. 원전에 우호적인 이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서 공정한 대결이 될 수 있느냐는 우려 또한 존재하지만 이번 기회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 에너지 민주주의로 진전하자는 기대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신고리 5, 6호기를 넘어야 한다. 그동안 양심적인 전문가들과 시민사회가 밝혀낸 신고리 5, 6호기 허가과정의 위법성, 비민주적인 절차, 검증되지 않은 안전성 등을 다시 전한다. 시민배심원들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 알아야 하는 진실이다. 이는 이미 가동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에도 해당되는 진실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를 다시 세웠듯 에너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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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어디까지 진행됐나

○ 위치 :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원
○ 설비용량 : 1400MW × 2기
○ 사업비 : 8조6254억 원
○ 시공업체 :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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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허가했는데? 문제 있으면 중단해야

이미 건설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추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다면 허가는 취소된다. 이는 원자력안전법 제17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지난 2016년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허가했지만 시민사회는 허가가 비민주적이고 위법하게 결정되었다며 무효라고 반발했다. 그린피스와 559명으로 구성된 국민소송단은 건설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 현재 법정에서 위법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신고리 5, 6호기는 계획단계에서부터 논란 대상이었다. 신고리 5, 6호기가 들어서는 곳은 이미 원전 8기가 가동(고리1호기 정지) 또는 건설 중인 곳으로 신고리 5, 6호기가 들어설 경우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 된다. 더군다나 반경 30킬로미터 내에 부산과 울산 등 인구밀집 지역이 포함돼 있고 380만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때문에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거셌고 철저한 안전성 검증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신고리 5, 6호기의 허가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은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고 안전성 검증도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이 될 특수한 상황에서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을 제외한 채 평가를 실시하고 다수 호기 안전성 평가도 거치지 않는 등 최소한의 안전성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한 원안위 고시 등에 명시된 인구밀집지역 제한 규정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도 했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법으로 제한한 부적격 위원의 의사결정도 논란이다. 해당 위원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 과정에도 참여를 하기도 해 위법 논란을 불렀다. 이에 지난 2월 7일 서울행정법원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무효 소송에서 결격사유가 있어 당연히 퇴직해야 하는 위원이 관여한 허가 결정은 위법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 관여한 신고리 5, 6호기 역시 위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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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간 비용이 아깝다? 들어갈 비용이 더 많다


신고리 5, 6호기의 총사업비는 8조6254억 원. 한수원은 2017년 5월 기준으로 1조5000억 원 정도가 소요됐으며, 공사를 중단할 경우 계약해지에 따른 보상비용 1조 원을 추가해 총 2조5000억 원 정도를 매몰비용으로 추산한다. 만약 신고리 5, 6호기가 중단될 경우 건설에 참여한 업체들이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공사중단에 따른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러한 매몰 비용은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한수원이 밝힌 기집행액 1조5000억 원에는 사용하지도 않은 지역상생지원금 1500억 원이 포함돼 있으며 기존 대지는 다른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어 대지 매입비는 매몰 비용이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계약상 물어내야 하는 비용을 비롯해 정말 버려지는 비용이 얼마인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기집행금보다 미집행금이 더 많은 상황이다. 한수원의 주장대로 공사 중단에 따른 비용을 치른다고 쳐도 사업비만 4조 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사업비만이 아니다. 산업부는 신고리 5, 6호기를 설계수명 60년 동안 운영할 경우 발생할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만 약 2조8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향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이 금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고 대응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 발표한 '원자력발전 비용의 쟁점과 과제'에 따르면,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 민관합동워킹그룹이 제시한 국내 원전 사고 대응 비용은 후쿠시마와 스리마일섬, 체르노빌 사고 비용의 평균인 58조 원이다. 원전 사고로 피해를 보는 반경 30킬로미터 이내 실제 주거 인구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손해 규모는 343조 원으로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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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중 취소된 원전 90개 넘어


전 세계적으로 건설 중 취소되거나 중단된 원전은 92개나 된다. 세계원자력산업현황 보고서 2016에 따르면 1977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총 92개의 원전이 취소되거나 중단됐다. 미국도 40개 원전이 건설 중 취소되거나 중지됐다. 이유는 안전성, 경제성, 정책적 판단 등 다양하다. 최근 들어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신규 원전이 거의 없어 취소되거나 중지된 원전 사례 역시 많지는 않지만 2014년 대만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9년 착공한 제4원전은 98퍼센트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었으나 탈핵을 바라는 시민들의 거센 요구에 2014년 건설이 중지됐다.

시민들과 함께 탈핵운동을 진행해온 홍승한 대만 녹색공민행동연맹 사무부총장은 지난 6월 한국을 찾아 제4원전중지 과정을 전했다. 그는 "국민들이 핵 발전에 대한 안전문제에 경각심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핵 발전에 관한 경제와 안전에 대한 속임수에 질려갔다. 게다가 대중들은 대만전력공사가 핵에너지 안전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에 강한 의문을 가졌다"며 공사 중지를 이끌어낸 원동력을 꼽았다. 대만 역시 찬핵집단의 반격이 거셌다고 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탈핵에 대한 사회 대중들의 결심이다. 사회 대중이 지속적으로 핵발전 신화에 대해 각성하고 대중들이 용감하게 일어나 행동하게 된다면 핵발전 이익집단과의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탈핵이 현실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국민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만약에 제4호기가 완공 바로 전에 취소되지 않고 초기에 취소되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한다.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기 전에 취소할 수 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더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당선된 차이잉원 총통은 더 나아가 핵 발전 대신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의 점유율을 올리고 석탄화력발전소의 점유율을 30퍼센트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정책을 선포했다. 지난 1월에는 대만의 국회 격인 입법원이 현재 가동 중인 원전 6기를 2025년까지 폐쇄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채택했다.

최근 일부 국내 언론에서 대만이 원전 3기를 재가동한 소식을 전하며 대만의 탈원전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오보로 밝혀졌다. 재가동한 원전은 기존에 가동하다 일상적인 정비 후 재가동한 것으로 2021년과 2025년에 폐기될 예정이다. 이는 대만 정부의 2025 원전제로 정책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찬성한다? 밥그릇 걱정하는 핵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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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지 요청에 대한 원자력계 반발이 거세다. 그중 원자력핵공학. 기계공학 등 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들이 눈에 띈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국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라고 주문한다. 결국 원자력 전문가인 자신들과 협의해 결정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이 언론을 통해 쏟아낸 주장들을 살펴보면 이들이 과연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고민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원전이 없으면 전기요금은 세 배나 오를 것이고 대정전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원전보다 탈원전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후쿠시마의 참상은 과장되었다며 원전 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가 탈원전을 해도 중국 원전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언론들은 이 같은 주장을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보도하면서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사실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원자력 산업의 위축이다. 탈핵 시민사회단체는 이들을 ‘핵마피아’의 일원이라도 분류해왔다. 핵 산업에 깊숙이 개입돼 이권을 챙겨온 이들이라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 사업이다. 원자력진흥법에 따라 원전사업자는 전기 1킬로와트시를 판매할 때마다 1.2원을 원자력연구기금을 조성하도록 하고 있는데 매년 2000억 원가량 조성되고 있다. 또한 환경연합에 따르면, 미래부에서 집행하는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비는 2016년 기준 5600억 원가량이다. 같은 시기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비는 230억 원 집행되었다.

환경연합이 윤종오 의원실(무소속)을 통해서 받은 미래부의 원자력연구개발비 사용처를 일부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22개 대학 94명이 978억 원을 수령했다. 이들은 모두 6월 1일 탈핵 반대 성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김종훈 의원실(무소속)에 따르면, 원자력학계 탈핵 반대 성명을 주도한 주한규 서울대 교수가 대표로 있는 전력연구소 원자력정책센터는 지난해 10월 한수원으로부터 20억 원의 '원전정책 연구사업' 지원금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윤지웅 경희대 교수가 책임자로 있는 미래사회에너지정책연구원도 같은 시기 한수원으로부터 연구지원금 25억 원을 받았다.

녹색당과 <뉴스타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2015년에 펴낸 '핵마피아 보고서'는 더 적나라하다. 보고서는 학계의 유력 인사들이 원전 관련 기업들의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보고서에 등장한 교수 중에는 이번 탈핵 반대 교수 선언에 참여한 교수들도 있다. 또한 보고서는 이들 교수들의 많은 제자들이 관련 기업들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전문가란 타이틀을 달고 그동안 정부의 각종 위원회나 학회의 주요 직책을 맡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좌지우지해왔다. 지금 원자력에 편중된 기형적인 에너지 정책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의료인으로서, 과학자로서, 양심적인 세계 시민의 일부로 탈핵활동을 해온 반핵의사회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에너지로 자연과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는 탈핵에너지 교수 모임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 전국공공연구노조도 탈핵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정말 교수로서의 학자적인 양심이 있다면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의식을 갖고 있다면, '국가 경쟁력과 국민 생활'을 운운하는 저열한 행동을 멈추고 원자력 산업과 학계의 적폐를 일소하고 거버넌스와 의사결정체계를 민주화하며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단되면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이미 포화상태

▲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전망한 적정 설비 규모(단위 : MW)

▲ 정부의 목표수요 전력소비량 예측과 실제 전력소비량(단위 : GWh)

신고리 5, 6호기가 완공돼 전력 공급이 가능한 시점은 2022년이다. 따라서 신고리 5, 6호기가 중단된다고 해서 당장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길 일은 없다. 2022년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2015년 7월에 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2년 전체 발전설비용량은 신고리 5, 6호기를 포함해 13만MW이다. 신고리 5, 6호기는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2퍼센트에 불과하다. 반면 설비예비율은 27.7퍼센트나 된다. 최대전력수요 발생 시에도 설비예비율은 21.6퍼센트다. 전체 발전설비 중 21퍼센트 이상을 가동하지 않아도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도 전력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최근 5년간 최대 전력 발생 시에도 공급예비율은 최소 8퍼센트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고장정지, 점검 중인 발전설비 등을 포함한 설비예비율은 더 높다. 평상시 쉬고 있는 발전설비도 적지 않다. 지난 2016년 전력 공급예비율이 20퍼센트 이상인 날은 365일 중 220일이나 된다.



이미 발전설비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전력수요를 과도하게 예측해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전망과 달리 최근 들어 전력소비증가율은 줄어들거나 정체된 추세에 있다. 2011년 4.8퍼센트, 2012년 2.5퍼센트, 2013년 1.8퍼센트, 2014년 0.6퍼센트로 전력소비증가율은 줄고 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3퍼센트, 2.8퍼센트로 다소 늘었지만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예측한 2.5퍼센트, 4.1퍼센트보다는 낮다.

과도하게 전망한 전력수요를 바로잡고 발전설비 계획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3일 공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 초안에서도 2030년 기준 최대전력소비를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11.3기가와트 낮췄다. 원전(1400MW 기준) 8기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환경연합은 이조차도 과다 산정됐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내 전력소비가 정체되고 있으며 산업용 전기소비가 정상화된다면 전력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에너지소비 효율화, 단열개선 등을 통해 2030년 95기가와트 이하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올라간다? 따져보면 가장 비싼 원전!


건설도 되지 않은 신고리 5, 6호기를 중단한다고 하여 당장 전력 부족 사태가 오고 전기요금이 올라간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단가는 68.03원으로 유연탄 73.84원, LNG 121.04원, 태양광 115.68원에 비해 가장 저렴하다. 하지만 이는 건설비와 운전유지비, 연료비만 책정한 것으로 사고위험비용이나 안전 규제비용, 방폐장과 송전선로 입지갈등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와 달리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원전이 저렴하다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원전의 안전성 문제로 인해 건설비와 유지관리비용, 핵폐기물 처리비용, 원전 해체 비용 등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경제성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크게 낮아졌다. 이미 신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 간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한 나라도 적지 않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17년 2분기 태양광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단가(MWh당)는 고정형태양광 67달러, 풍력 52달러, 석탄 66달러, 천연가스 49달러인 반면 원전은 174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역시 풍력 70달러, 태양광 94달러, 천연가스 87달러, 석탄 100달러, 원전 199달러로 원전이 가장 비싼 발전단가로 나타났다. 독일은 풍력 63달러, 태양광 78달러, 석탄 84달러, 천연가스 77달러를 기록했다.

태양광은 기술발전에 따라 앞으로도 생산단가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2023년을 전후로 세계 모든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태양광 발전단가가 매년 20퍼센트 이상씩 하락하고 있으며 2023년경이면 1kWh당 50~6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 우리나라는 독일과 달리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2016년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태양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은 7451기가와트(GW)에 달한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태양광 114GW를 보급할 수 있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망한 2029년 적정 전력설비 규모(예비율 제외) 111GW와 맞먹는 수치다.



신고리 5, 6호기와 관계없이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할 필요는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주택용과 산업용 모두 OECD 평균보다 낮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은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단가에 책정되지 않았거나 축소된 비용을 발전단가에 포함시키고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은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이익이 아닌 재생에너지와 수요관리 비용으로 재투자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고 전기요금이 현재보다 2배 이상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지나치다. 최근 녹색당은 2030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그리고 205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가동 중지하며, 대신에 가스발전(발전량 비중, 35.8%)과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54.6%)로 전력을 공급할 경우 한 달 300kWh를 사용하는 가정이 2030년에 지불해야 할 전기요금은 2015년보다 2709원 더 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민간기업 연구소의 전망도 비슷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퍼센트로 올리고, LNG 발전소 가동률을 60퍼센트까지 확대하면 가정용 요금은 현행 원전 정책을 유지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2020년 52원, 2025년 2312원, 2030년엔 5164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제를 손질하고, 우라늄과 석탄에 비해 과중한 LNG의 세금을 낮춰주면 가정용 전기요금 부담은 더 낮아질 것이며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하락하고 있는 점까지 반영하면 전기요금은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연구소는 전망했다.

이것만 운영하자? 가동 순간부터 위험한 골칫거리

신고리 5, 6호기가 들어설 부지는 이미 8기의 원전이 들어서 있어 신고리 5, 6호기가 가동된다면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이 된다.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되었지만 그동안 고리1호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핵폐기물은 그곳에 남아있다. 동일 또는 인근 부지 내에 다수의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하는 경우 특정 사건에 대하여 상호 영향을 줌에 따라 위험성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동일 부지의 원전이 쓰나미의 영향으로 유사 과정을 통하여 사고로 이어졌다.

한수원과 원안위는 원전 호기별 연계가 되어 있지 않아 동시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적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연구원 한병섭 박사는 "계통 공유에 의한 영향보다 외부 요인에 의한 동시사고의 가능성이 월등하다. 외부 요인은 자연재해, 지진, 쓰나미, 폭풍, 홍수, 산사태, 화재, 테러, 전쟁 등 다양하며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가령, 폭풍과 함께 지진이 발생해서 화재가 발생하는 동시에 쓰나미,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외부 송전선로가 끊어지는 일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일어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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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 6호기가 들어서는 곳의 반경 30킬로미터 내에는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를 포함해 38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원자력안전연구소(준)에서 분석한 대피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20킬로미터 밖으로 대피하는 데에만 하루가 꼬박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사실상 피난이 불가능하다. 2012년 일본의 박승준 교수와 환경연합이 함께 한 사고 시뮬레이션 결과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85만 명에 이르며 피난 도중에 피폭으로 인한 급성사망자도 2만여 명가량 추산되었다.

신고리 일대는 60여 개 이상의 활성단층(4기 단층)도 발견된 곳으로 한반도에서 큰 규모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다. 이 일대의 최대지진규모는 7.5로 예상하고 있지만 신고리 5, 6호기는 지진규모 6.9의 내진설계로 계획되어 있다. 에너지 규모로 따지면 20배 낮게 설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지진에도 끄떡없다는 주장은 무모함을 넘는 위험천만한 주장이다.

사용후핵연료, 삼중수소 등 일상적으로 배출되는 방사능 폐기물 등도 가동 순간부터 발생한다.

공론화위원회 어떻게 진행되나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신고리 5, 6호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7일 국무조정실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원칙과 절차를 확정하고 위원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공론화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9인으로 구성된다. 중립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 덕망 있는 인사를 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등 각 분야에서 원전에 중립적인 입장을 가진 인사를 추천받아 위원 후보군을 추린 후 원전 찬반 대표기관에 이들에 대한 의견을 받은 후 최종 8명을 위원으로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는 공론조사 추진 방식에 대한 기준과 내용 등을 세워 공론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이 기준에 따라 일정 규모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최종 결정을 맡기는데 위원회는 이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3개월 정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건 신고리 5, 6호기의 중단 및 백지화에서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그동안 한국의 주류사회가 원전에 우호적이었는데 이들로부터 독립적인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을지, 자칫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파행을 반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번 공론화로 우리 사회가 에너지 민주주의로 한 단계 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동안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들은 물론 원전 주변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의견수렴 과정 없이 관료와 소수의 원자력, 에너지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해왔다. 때문에 이번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를 통해 전문가주의를 극복하고 에너지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 공론화가 성공하려면 현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기존 원자력계, 산업계 등으로부터 독립적인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론화 과정과 공론화 과정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공론화 기간 동안 이해관계 직접 당사자인 한수원과 관련 기업들의 광고 등의 활동을 제한할 필요도 있다. 정부의 공론화 발표 이후 정부의 공론화 계획과 탈핵에 반대하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는 언론들이 이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국민들에게 넘어왔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미래를 위한 민주적인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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