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트럼프에게 "빠른 시간 내에 사드 배치" 확인

트럼프 "막대한 국방예산 지출, 한미FTA 개정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 시험에 따른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오전 8시 경부터 56분 간 가진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데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하면서 국제사회와 협력 하에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전 이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사상 유례없이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는 매우 중요한 상황 변화가 있었다"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등 확고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중국 및 러시아와 협조해 안보리가 전례없이 강력한 결의안 채택을 이루어낸데 대해 평가하고, 이번 결의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6일 통과된 대북제재결의 2371호는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 철광석과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북한 노동자의 해외 추가 송출을 허용하지 않는 내용이 골자다. 한미 당국은 이 제재로 북한 연간 수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달러(약 1조1천300억원)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7월 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양국 NSC간 협의를 기반으로 한미 양국이 동맹차원의 강력한 대응조치를 즉각 실시하고, 또한, 미국이 굳건한 대한 방위공약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북 무력시위조치를 취해준 점을 평가했다.

또한 양국 정상은 8월 말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고조될 가능성에 대비해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시키는 조치와 함께 우리의 방위력을 향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한미 정상회담 시 협의한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이 원만하게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배치 문제와 관련해 "반대하는 국민들과 현지 주민들의 의견이 있고 중국의 더 강력한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그럼에도 빠른 시간 내에 사드 배치 협의를 하겠다"고 확인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사드 관련 언급은 미사일 지침 개정 등 한국군 자체의 대북 억지 전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먼저 꺼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대북 대화 제안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대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다"며 "실제로 대화를 시도해 봤느냐"는 등 사실관계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한미 양국이 힘의 우위에 기반한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폐기를 위한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한편,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올바른 선택을 할 때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만큼, 북한 핵문제를 궁극적으로는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미국에 위협위 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예방적 전쟁'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한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한 "지난달 17일 제안한 남북 적십자회담 및 남북 군사당국회담은 인도적인 조치이자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통한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 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한반도 안보 상황과 관련된 통화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개정을 촉구하는 등 무역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의 훌륭하고 위대한 동맹이자 동반자이며, 미국은 한미 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면서 "다만 막대한 대한 무역 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한미 FTA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문대통령은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안보 분야의 동맹과 함께 경제분야 협력의 근간이 되는 한미 FTA가 기존의 성과를 바탕으로 양국에 더욱 호혜적인 방향으로 발전되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내년에도 국방비 지출을 늘려갈 계획"이라면서 "한국군 자체의 방어력을 높이는데 사용하겠지만, 미국의 첨단 무기를 사는데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밖에 문 대통령은 금년 중이나 늦어도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에 방한해 줄 것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가까운 시일내 방한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조만간 전화통화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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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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