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하? 자유한국당, 염치가 있나?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담뱃세 인하'가 아니라 '세입 사용처' 개혁이 필요하다

자유한국당이 과거 자신들이 인상한 담뱃세를 이번에는 인하하려는 법안을 발의했다. 담뱃세 인하를 서민 감세로 포장하며 문재인 정부의 부자 증세에 맞서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담뱃세 인상을 추진했던 3년 전에도, 담뱃세 인하를 주장하는 지금도, 모두 기만적이다. 이전에 담뱃세 인상을 주장하면서 내세웠던 국민건강 취지도 거짓이었고, 지금 담뱃세 인하를 서민 감세로 추켜세우는 것도 맞지 않은 주장이다. 그들에겐 애초부터 국민건강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담뱃세 인상을 세수 확보 목적으로 추진했던 자유한국당

필자는 3년 전 새누리당의 담뱃값 인상이 가진 문제점을 '내만복 칼럼'에서 지적한 바 있다. (☞바로 가기 : 담뱃값, 왜 하필 4500원으로 올렸나?). 당시 새누리당이 담뱃세 인상 카드를 꺼낸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함이었다. 그것을 국민건강을 위한 금연 정책이라고 포장했다.

흡연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 중 가격 인상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효과적인 정책이다. 이는 세수를 더 걷기 위함이 아니라,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다. 그래서 가격 정책은 담배 판매를 규제하는 각종 비가격 정책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담뱃세 인상을 철저히 세수 확보 목적으로 추진했다. 담뱃세 인상폭은 목표 금연율에 근거해 책정하기보다는 가장 세수를 많이 거둘 수 있는 가격으로 정했다. 그것이 2000원 인상한 4500원이다. 당시 금연 정책 전문가들은 적정 담배가격은 6000원 이상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러면 세수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담뱃세 인상에 의한 세입 증대 몫보다는 금연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 몫이 더 컸기 때문이다.

▲ 2008년 12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9대 대선에서 담뱃값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연합뉴스

더구나 담뱃세를 인상하면서 새로이 개별소비세(594원)를 신설하여, 인상된 세수의 절반을 중앙 정부의 국고로 귀속했다. 이는 당시 새누리당이 담뱃세 인상을 오로지 세수 정책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러다 보니 동시에 시행해야 할 엄격한 비가격 정책인 담배 판매 규제, 광고 금지, 경고 그림 등의 금연 정책에는 미온적이었다. 가격 인상과 동시에 추진하겠다던 조치, 즉 담뱃갑에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림과 문구 삽입도 가격을 인상한지 2년이 지난 후에야 시행하였다. 그 경고 그림조차 삽입 면적도 50% 이상이 아닌 30%로 축소했다. 세수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했던 셈이다.

담뱃세 인하가 서민 감세 정책? 반서민 반건강 정책!

그랬던 자유한국당이 이번엔 불쑥 담뱃세 인하를 내세운다. 서민 감세의 일환이란다. 과연 그럴까? 흡연자의 입장에서는 담뱃값이 싸지니,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국민건강을 위한 금연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최악의 정책이며, 궁극적으로 서민에게도 나쁜 정책이다.

담배 가격이 낮아지면 흡연율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담배 가격의 변화에는 고소득 계층보다 저소득 계층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더 금연하고, 인하되면 서민들이 더 피운다. 이에 담뱃세가 인하되면 서민들의 건강은 나빠질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사망자의 20%(연간 6만 명 수준)는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특히 소득 수준에 따른 사망률 차이를 주목해야 한다. 현재 건강 불평등 수준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강영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하위 20%와 상위 20% 소득자의 남성 기대 수명 차이가 무려 7.9년이었다. 서민이 더 많이 질병에 걸리고, 더 일찍 사망한다. 여기에는 서민들의 높은 흡연율이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한때 다국적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사는 체코 정부가 담배 수입을 막으려하자, 흡연율이 늘면 오히려 국가적인 이익이 된다는 보고서를 체코 정부에 제출한 적이 있다. 국민이 담배를 많이 피우면 많은 사람들이 일찍 사망하므로 국가적인 수준에서 복지 비용 즉 의료비, 주택, 국민연금 등을 줄여 오히려 이익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들의 주장이 참으로 놀랍지만, 그게 사실이다. 그만큼 담배는 해롭다.

따라서 흡연율을 높이는 어떠한 방안도 그 성격은 반서민적이며 국민건강을 해치는 나쁜 정책이다. 잠시나마 가계에서 담뱃값 지출이 줄어든다고 반길 이유가 없다.

금연 정책은 수십년 꾸준히 추진해야

최근 다시 담배 판매량이 늘면서 가격 인상 정책의 효과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담배 판매량은 2014년 43.6억 갑에서 담배 가격을 인상한 후 2015년 33억 갑 수준으로 감소하였다가 2016년 36.6만 갑이 판매되었다. 예측보다 판매량 회복이 빠르다.

그럼에도 판매량은 분명히 줄었다. 가격 정책과 함께 비가격 정책이 함께 시행되었다면 그 효과는 더 컸을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이 세수 정책으로만 담뱃세에 접근해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제한된 탓이다. 따라서 담배 판매량 수치만 두고 금연 정책의 실패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

금연 정책은 현재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을 유도하거나 흡연량을 줄이는 정책일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새로운 흡연자 유입을 줄이는 정책이다. 가격 정책은 실제로는 후자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담배가격 인상은 청소년 흡연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금연정책은 지속적으로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향후 흡연율 추이를 바라보면서 더 엄격한 가격 정책과 비가격 정책을 실행해야 마땅하다.

'담뱃세 인상= 증세'라는 도식의 한계

국민건강을 위한 금연 정책의 관점에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당연히 흡연자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흡연자는 담배를 계속 피우고 싶어하지 않는다. 끊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금연 성공률은 높지 않다. 중독성이 워낙 강해서 그렇다. 그래서 금연을 유도하는 여러 사회 정책과 공중보건 정책들을 포괄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그 중 하나가 가격 인상 정책이다.

'담뱃세 인상=증세'라는 인식은 특정 가격 수준에서만 옳다. 담배 가격 인상이 항상 증세인 것은 아니다. 만일 담배 가격을 7000원 이상으로 대폭 올린다면, 그때는 증세가 아니라 감세가 된다.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수는 가격을 어느 수준에서 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설령 가격 인상을 통해 세수가 더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오히려 확보된 재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담뱃세 인상으로 확보한 세수를 서민들의 건강을 위해 사용된다면 가격 인상에 대한 비판은 줄어들 것이다. 명확히 국민건강을 위한 금연 정책이라는 신뢰를 준다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논란을 해결하는 바른 방법은 담뱃세 인하가 아니다. 추가로 확보된 세수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 담뱃세가 지닌 계층별 역진성,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 세수를 국민건강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담뱃세에 붙는 세금은 크게 국세, 지방세, 건강증진기금 등으로 구성된다. 담배 가격이 4500원으로 인상된 이후 추가로 걷힌 세수는 2016년 5조 3858억 원에 이른다. 그 중 국세가 2조 6812억 원으로 추가 세수의 절반이다. 반면 국민건강을 위해서 사용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은 1조 5346억 원 증가하였다.

▲ 담뱃세 인상 전후 세수는 담배 판매량과 한 갑당 부과되는 세금으로 추정. 실제 세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

담뱃세 인상으로 확보된 추가 세수는 전액 국민건강을 위해 사용해야

담뱃세 인상으로 증가된 세수에 대한 논쟁이 지난 대선에서 일부 진행된 바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담뱃세 인하를 주장했고, 이와 달리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추가 확보되는 세수를 전액 암 치료 지원, 어린이병원비 보장,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 공중보건/공공의료 확충 등에 사용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담뱃세 인상은 국민건강을 위한 금연 정책의 일환이기에, 여기서 확보된 재원은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할 때 담뱃세 인상 정책이 진정한 국민건강을 위한 금연 정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정말로 국민건강을 걱정하는가? 그렇다면 담뱃값 인하가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담뱃세를 인상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제 그로부터 확보된 세수는 국민건강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해야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치매안심센터 및 치매안심병원을 확충하겠다는 발표했다. 소요되는 재원은 2000억 원 정도다. 그 재원도 바로 담뱃세 인상으로 증가된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한 것이다.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요구되는 정책은 수도 없이 많다. 자살 예방 등 정신건강 증진, 절주/비만/신체 활동 등 건강생활 지원, 지역거점병원/재활병원 등 공공의료 확대, 읍면동 건강증진센터와 같은 지역건강안전망 구축, 그리고 취약계층 건강보험료 지원 등 소중한 사업이 많다.

만일 담뱃세로 추가 확보한 5조 원을 모두 국민건강 정책에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건강 수준은 대폭 강화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지난 담뱃세 인상에서 신설돼 중앙 정부 국고로 귀속된 개별소비세는 전액 건강증진기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담뱃세를 둘러싼 논점을 '인하'에서 '사용처'로 전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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