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도 '진심'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진심은 진실이 아니다

[프레시안 books] 심아진 새 소설 <어쩌면, 진심입니다>

진심은 그 자체로 완전무결한 세계이고 하나의 우주다. 누군가에게 진심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순간, 그것은 훼손될 수 없는 절대 가치로 작용한다. 그러나 진심은 하나의 '기만술'로도 매우 유용한 것이다.

확실한 것은 기만술로 쓰이든, 그렇지 않든 진심은 보편적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교가 모두에게 보편적 진실이 아니듯이.

진심은 그래서 숭고함이기도 하고 해악이기도 하다. 진심은 누구에게, 혹은 본인에게 독이 되기도 한다. 개인의 인생과 세계의 역사는 진심과 진심이 아닌 것들이 뒤섞여 예상할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물론 '진심'으로 유물론자인 사람들에겐 다른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소설가 심아진의 장편소설 <어쩌면, 진심입니다>가 출간됐다.

이 소설은 이희락이라는 인물의 삶을 따라간다.
거짓말 보태서 15 대 1로 싸워 건달들을 제압했다는 전설적인 학창 시절이 있고, 집권여당의 도당 사무국장으로 잘나가던 화려한 한때가 있는가 하면, 빚에 허덕이면서 연수원을 꾸려가는 시절이 있다. 나만이 그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연인이었다고 주장하는 여러 명의 여자들이 있는 반면, 그 이름만으로도 치를 떠는 아내와 아버지에 대한 애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이 있다.

'작가'와 '이희락의 진심'이 벌이는 한판의 씨름, 그리고 참지 못해 끼어드는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 한바탕의 연극처럼, 마당놀이처럼 펼쳐진다. 이희락의 인생 역정은 과거와 현재를 마구 넘나들고,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는 제멋대로 바뀐다. 서로들 자기 주장을 역설하고 싶어서 마이크를 빼앗으려 덤비는 형국이다. '반전'도 있다.

심아진은 머릿말에서 "세상에 온기를 던져주었던 우직한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난 후, 어이없는 두 정권을 경험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 이 나라의 국민으로 살지 않을 수 없었기에, 내가 이야기에 다가가는 속도보다 이야기가 내게 다가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인간으로서, 작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희락의 진심과 씨름하는 것이었다. 이희락은 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누군가이고, 동시에 나 자신이다. 나는 인간에 대해, 인간의 영혼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전소영 씨는 "모든 가치가 낡아지고 흐려지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하나의 명제가 있다. 진심을 감당하려는 소설의 진심이 아름답지 않을 리 없다"고 했다.

<어쩌면, 진심입니다>는 가슴 설레게 하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배꼽 빠지게 하는 우스운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나 하필, 인간의 진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기꺼이, 즐겁게, 씨름할 수 있을 것이다.

심아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21세기 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에 <숨을 쉬다>, <그만, 뛰어내리다>, <여우>가 있고, 그 외에 <그 길, 나를 곁눈질하다>, <내 이야기 어떻게 쓸까?>, <나를 안다고 하지 마세요>, <거짓말 삽니다>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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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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