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의원ㆍ군수, 그들은 맨정신이었다

[김종배의 it] 성희롱엔 여야가 따로 없다

놀랍다. 강용석 의원이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래?"라고 말한 것이나, 이강수 고창군수와 박현규 전 군의회 의장이 계약직 여직원에게 "누드 사진 찍어볼래?"라고 말한 것 모두 놀랍다. 발언 수위와 강도가 '초절정'이어서 놀랍다. 한두 번 보고 들은 추문이 아닌데도 여전히 놀랍다.

헌데 더 놀라운 게 있다. 성희롱을 벌인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들은 맨 정신이었다. 강용석 의원은 술에 취하지 않았다.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 20여명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쏟아낼 때 그는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강수 군수와 박현규 전 의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여직원을 희롱할 때는 백주 대낮이었고 장소는 의장실이었다.

따로 짚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이 것이다. 술에 취해 엉겁결에 한 짓이 아니라(물론 이 경우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 맨 정신에 버젓이 일을 저지른 이유를 살펴야 한다.

같다. 강용석 의원이나 이강수 군수·박현규 전 의장 모두 우월적 위치에 있었다. 강용석 의원은 토론대회 심사위원으로서 토론대회 참가자들을 만나고 있었고, 이강수 군수와 박현규 전 의장은 인사권자로서 여직원을 대하고 있었다. '벼슬' 하나만으로도 목에 기브스를 할 정도인데 여기에 심사권한과 인사권한까지 추가됐으니 이들의 태도가 어떠했겠는가. 이들은 남성의 시각으로 여성을 비하했을 뿐만 아니라 강자의 위치에서 약자를 괴롭혔다.
▲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 ⓒ프레시안 자료사진

한 가지 점을 더 짚자. 성희롱 당사자들의 소속이다. 강용석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이고 이강수 군수는 민주당 소속이다. 여야가 따로 없다.

여야가 따로 없을 뿐만 아니라 경계도 따로 없었다. 한나라당은 자당 소속이었던 최연희 의원이 여기자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후에도 따로, 제대로 경계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당의 간판에 먹칠을 했다. 민주당은 여직원 가족이 지방선거 전에 군수 등의 성희롱 사실을 제보했는데도 따로,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채 공천장을 줬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당의 이미지에 얼룩을 묻혔다.

한국 정치를 이끈다는 두 거대 정당의 윤리실태가 이 지경이다. 뒷문을 잠그지 않았다. '만사불여튼튼'의 태세를 갈고 닦아도 부족할 판에 제기된 문제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 잊을 만하면 추문이 터지는데도 '근원적 처방'을 내놓기는커녕 성추행 의원 복당을 추진하기까지 했다.

한국 정치 단면이 이렇고, 한국 정치인의 단편이 이렇다. 윤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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