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휴식 공간' vs '개발 업체 이익', 부산시의 판단은?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난개발 통해 개발 업체 배불리기 의혹

부산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온 공원과 자연녹지 등이 부산시의 무분별한 허가로 인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2020년 7월 '공원일몰제'로 인해 공원 지정이 해제되는 부산 시내 22개의 공원을 보존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부산시는 지난 1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부산시는 예산 부족으로 모든 공원을 공유지로 구매할 수 없다는 사유를 들며 70%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난개발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나머지 30%에 대해서는 호텔 사업과 콘도 등이 주를 이르는 난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에 선정된 22개 공원 중 남구 이기대공원과 해운대구 청사포공원, 수영구 민락공원 경우에는 주민들의 반발이 심각한 상황이다.

먼저 남구는 이기대공원의 총면적이 193만4145㎡이고 이중 사유지가 130만8022㎡에 달해 매입에 2000억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자 시비와 구비로는 매입이 불가능해 국비로 매입해 달라는 건의문을 지난 6월 29일 국토교통부에 발송했다.

남구 측은 "이기대공원의 사유지를 매입하고 공원을 조성하는데 2000억 원 이상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구나 부산시의 재정 능력으로는 사유지 매입이 불가능해 정부의 도움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기대공원은 지난 2016년 14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만큼 인기가 높고 반딧불이가 서식할 만큼 자연 보존상태가 뛰어나 공원으로 유지해 달라고 주민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공원 역시 이번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공모에 지정되면서 주민들과 해운대구의회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해운대구 청사포 공원 일대. ⓒ프레시안(박호경)

이효정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소 특구공원팀장은 "부산시에서도 청사포 공원 전체를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재정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허나 이같은 재정 확보가 힘들다는 문제점은 해운대구의 안일한 행정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점자 해운대구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돈이 없다는 명분은 핑계다"며 "구의회에서도 반대하는 입장인데 해운대구청장이 구남로 치장에만 집중하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어 "청사포의 경우 300억 정도의 예산이면 매입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3년 전에만 예산을 마련해도 충분했을 것인데,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은 구남로와 저류시설 등 전시용 행정에만 200억이 넘는 국비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청사포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의 경우 라운드테이블이 10일 진행될 예정이지만 주민들과 해운대구의회의 반발이 강해 반려나 보류가 유력시되고 있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미월드' 부지와 민락공원도 개발 조짐을 보이고 있어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최근 공원운영위원회에서 호텔 부지가 들어설 예정이라 확인된 수영구 민락동 113번지 일대. ⓒ프레시안(박호경)

'미월드' 부지의 경우 6성급 호텔인 '캠핀스키 호텔'의 설계 재심의안이 건축심의위원회에서 부결 결정과 함께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롯데캐슬 자이언트아파트 숙박시설 건립반대 추진위원회는 지난 6월 16일 부산시에 "4만여 명의 시민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공원부지 환원조치를 통해 의문을 해소시켜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전달한 바 있다.

시행사 측은 조망권 침해에 대해 주민들과 혐의를 진행하려 하지만 협의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개발 시작에는 상당기간 소요될 예정이다.

또 '미월드' 부지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변경 과정에서 전임 안모 시장의 인척 김모 씨와 부산관광개발 대표 남모 씨가 구속되는 등 물의를 빚어왔다.

이같은 상황에도 '미월드' 부지 바로 옆 민락동 113번지 일대 역시 최근 부산시 공원운영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개발 초기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락동 113번지의 경우 지난 2014년 2월 26일 미월드 유원지의 개발 활성화 및 지원을 명목으로 자연녹지지역 1만100㎡를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해 보류지역으로 고시한 바 있다.

해당 지역은 3년여간 개발사업이 보류됐으나 최근 소유자가 부산시에 기부채납과 함께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이번 공원운영위원회에서 공원계획에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일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윤상우 전 부산 공원운영과 공원조성팀장(현 건설본부 건축시설부장)은 "최근 공원운영위원회에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을 토대로 이번 공원계획안에 반영하게 됐다"며 "유원지 계획상에는 반영됐지만 진행에 문제가 있다면 취소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락동 인근 주민들은 "인근 주민들이 운동하던 공원에 개발 사업이 시작된다면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두 군데의 대형 호텔에 둘러싸이게 된다"며 "절차상에 문제가 되는 행정에 대해 원상회복이 될 때까지 시와 감사원, 청와대 등 민원과 아울러 법적조치로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에 대해 이남근 부산녹색연합 대표는 "20년 동안 장기 미집행 시설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던 것이 어쩌면 부산시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바라고 있었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이기대와 청사포, 금강공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무조건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의 무분별한 개발과 안일한 정책으로 인해 시민들이 공유해야 할 최소한의 녹지와 공원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부산시가 시민들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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