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북한과의 '단계적 협상'을 두려워 말라"

"北 핵‧미사일 동결-한미 군사훈련 축소가 실용적 방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군사적 옵션'까지 포함한 미국의 대북 제재론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미국이 오히려 이 시기를 대화와 협상의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결국 북한과 협상할 때(It's Finally Time to Deal With North Korea)'라는 제목의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칼럼을 통해 "미국 지도자들은 최종적인 북한의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과도적 협상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금 우리가 가는 길보다 그것이 훨씬 더 실용적인 행보"라고 했다.

그는 칼럼에서 "북한과 불법적으로 거래하는 은행, 기업들에 대한 벌칙을 포함해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도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더 강한 제재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며 미국은 더 나은 결과를 얻을만한 새로운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북한이 30기, 50기, 1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운반수단까지 갖추게 되면, 10~20기의 핵탄두에 운반수단도 불완전한 현재의 상황보다 훨씬 더 위험해 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이른 것은 사실이지만, 미 본토 타격 능력으로 완성되기 전에 새로운 협상 전략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을 동결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특히 지난 달 계춘영 주인도 북한 대사가 "미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미사일 실험을 동결하겠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북한이 핵물질 생산까지 동결 대상으로 확대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스위스 등 중립국들도 포함된 사찰단이 이를 검증할 수 있다면, 미국은 이 협상을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알려지지 않은 핵능력의 모든 것을 사찰단에 신고하고 공개될 것이란 점을 미국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합의는 과거의 합의들과는 달리 검증 부분이 강화돼야 하며 북한의 미사일 문제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ICBM을 비롯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시설 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 능력, 핵심 원심분리기 기술까지도 공개와 검증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안은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 협상을 입구로 삼아 완전한 북한 비핵화로 진행하는 단계적 해법론의 연장선이다. 북한 핵능력에 대한 완벽한 검증을 필수로 제시했다는 점도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단계적 해법론과 일치한다.

다만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워싱턴 발언' 이후 불법적인 핵개발과 합법적인 연합군사훈련은 거래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한 문 대통령과 달리 여전히 한미 군사훈련 축소를 유력한 협상 카드로 강조한 점이 차이다.

칼럼은 한미 합동 군사훈련 축소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 제안을 내놓았다. 그는 "훈련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소규모 부대별 합동훈련이 가능하고, 북한 공격에 대비한 시뮬레이션이나 병력 배치 리허설을 할 수도 있고, 한국군이 미국으로 이동해 대규모 합동훈련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북한이 (동결) 합의를 어기면 한국과 미국은 즉각 대규모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며 "이 경우 중국과 한국은 훨씬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이 같은 제안은 북한에서 송환된 후 사망한 오토 웜비어 씨 사망 사건에 이어 미국 독립기념일에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 발사 시험으로 대북 제재론이 고조된 상황에선 소수 의견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우리의 능력 중 하나가 막강한 군사력이며 우리와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우리 능력을 최대한도로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군사적 옵션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했으며, 일각에선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도 수면 위로 등장한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군사적 조치는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실제로 시행할 경우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북한의 군사기지와 핵시설들에 대한 완전한 파괴가 불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NYT는 "국지적인 공격일지라도 선제타격은 최악의 전쟁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미국이 얻는 결과가 수십만 명의 민간인 사상자와 전쟁 외엔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국제사회가 당장은 북한의 ICBM 발사라는 도발 행위에 대한 징벌을 모색할 수밖에 없어도 결국 현실적 방안은 대화와 협상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전날 NYT는 사설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북한과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보다 더 낳은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5일 논평에서 핵과 탄도미사일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미국이 오늘의 조선과 상대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주목된다.

ICBM 발사 이후 미국의 독자 제재, 유엔 안보리 제재 등 상당 기간 제재와 압박 국면이 지속되겠지만 미국이 대북 정책을 전환할 경우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날 "조선의 ICBM 시험발사 성공으로 조미(북미) 핵 대결전은 최후국면에 접어들고 무력충돌의 회피와 외교협상의 실마리 모색은 국제사회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안으로 부각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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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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