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 님이 일하다 사망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은 발전소 폐쇄 국면 방치되고 있는 인력과 고용, 안전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25년을 기점으로 발전소가 본격적으로 폐쇄될 예정이지만, 노동자 건강권 보장이나 공공 재생에너지 전환과 같은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에 김충현 대책위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국면에서 노동자의 고용과 안전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총 4회의 연속 기고를 진행한다.
① 다단계 하청구조가 발전소 폐쇄 국면을 만나면 생기는 일
② 폐쇄 이후에도 추적, 치료되어야 할 발전소 노동자들의 건강
③ 민영화 비용 절감이란 명목으로 후퇴된 안전관리와 재생에너지
④ 발전소 폐쇄 및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담보되어야 할 공공성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이 드러낸 것들
6월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사고의 경위나 구조적 원인 등은 계속 밝혀야겠으나, 방호덮개 등 안전장치조차 설치되지 않은 선반 현장·작업 절차가 일상적으로 무시됐던 관행, 원청의 부당한 작업지시 등이 이미 확인됐다. TBM(Tool Box Meeting·작업 전 안전 점검 회의)이나 위험성 평가 등 안전 보건 관리 체계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하청의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위험한 노동이 전가되고 있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6명 전원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에 사망한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역시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 한전KPS의 하청업체 한국파워O&M 소속 노동자였다. 그를 고용한 업체명과 사장은 수시로 바뀌었고, 아무도 그의 고용과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다.
김충현 노동자 사망 이후 '태안화력 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대책위는 파편화된 고용 형태 속 하청업체로 떠넘겨진 위험에 관한 제기를 지속해 왔다. 노동자들과 함께 발전소 현장 안팎에서 싸우며, 여전한 위험의 외주화 현실을 알려 왔다. 이러한 사회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한전KPS와 원청 한국서부발전은 기를 쓰고 노동자 정규직화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대책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했으나, 발전소 폐쇄에 따른 총고용 보장 및 정의로운 전환은 안건으로 상정하지조차 않았다.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을 둘러싼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발전소 폐쇄와 원하청 구조가 만나면 생기는 일
생전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는 발전소 폐쇄 관련 뉴스를 계속 공유했다고 한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불안감을 어떻게 느끼고 있었는지, 전망을 어떻게 그리고 있었는지, 어떤 심정으로 일하고 있었는지 이젠 영영 알 수 없게 됐다. 다만, 폐쇄에 따른 불안감과 막막함은 그만의 감정이 아니란 점은 확실하다. 발전소 노동자(특히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그러나 혼자 감내하고 있는 실재하는 불안이며 위협이라는 것이다.
"폐쇄하는 거 알고 있는데 딱히 방법이 없어서, 이야기 꺼내봐야 우울하니 서로 꺼내고 있지 않다."
"자격증 따면 이직할 때 도움이 될 거 같아서 공부하고 있는데 잘 안되고 있다."
"대리운전이나 치킨집 알아봐야 하나 농담 삼아 이야기하고 있다."
김충현 노동자의 동료들과 발전소 폐쇄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을 때 공유된 이야기들이다. 아무도 이들의 고용과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상황 속, 발전소 폐쇄 이후의 전망은 조직적 과제가 아닌 개인적 자구책 정도로 모색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원하청 등 위계화된 고용구조가 발전소 폐쇄 흐름에서 더욱 극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심지어 노동부도 "(발전소 폐쇄 국면) 인력 감축은 발전공기업에서는 발생하지 않았고, 특히 협력업체(특히 2차)와 자회사 중심으로 발생. 발전공기업 – 자회사 - 1차 협력사 - 2차 협력사(때론 3차까지 포함) 등으로 중층화된 발전사의 고용구조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충격의 차별성으로 이어짐"이라며, 이를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의 전환 배치 과정에서 특히 자회사 청소 여성노동자, 운전 분야 1차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이 심해졌다.

전기 생산에 노동자의 피 요구하는 일자리는 이제 그만
2025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1, 2호기를 시작으로 석탄화력발전소가 본격 폐쇄된다. 발전소가 곧 문을 닫는다는 명분은, 그동안 하청업체들이 필요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명분으로 제시되고 있었다. 고(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속해있던 하청업체 한국파워O&M의 정원은 27명이지만, 현재 25명만 일하고 있다. 정원에도 미달하는 적은 수의 노동자가 불안정하게 일한다는 점은 사고의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 강한 노동강도를 감내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현재 발전소 2차 하청업체별 인력 감축 현황이나 적정 인원 기준, 안전보건 실태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지 않다.
국가 주도로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일자리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모든 노동자를 안정적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전환될 일자리가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렸던 일자리와 동일한 성격을 띠면 안 된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자리, 위험이 전가되는 일자리, 부족한 인원 속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게 하는 일자리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석탄화력이든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무엇이 되었든, 전기 생산에 노동자의 피를 요구하는 일자리는 더 이상 존재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이후 재해조사와 특별근로감독이 진행 중이다. 중대재해의 직·간접적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발전소에 산개한 수많은 하청업체별 적정 인원 기준과 현황을 파악하여 공개, 개선해야 한다. 현장을 재구성하는 데에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국가는 모든 노동자를 직접 책임져 폐쇄에 따른 구조적 위험을 없애야 한다. 2025년 12월부터 발전소가 본격 폐쇄된다면, 그 이전에 충분한 인력 충원과 정부의 직접고용이 완료되어야 한다. 그것이 고 김충현 노동자가 겪은 참사의 재발을, 폐쇄에 따른 구조적 생명 안전의 위협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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