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위해 가능성' 곰팡이제거제, 방식 바꿔 꼼수 판매

[함께 사는 길] 환경부, 폼스프레이는 스프레이 항목으로 볼 수 없어 제재할 수 없다

올해 초 정부는 생활화학제품 약 2만 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인체에 위해를 끼칠 수준의 살생물질이 검출된 18개 제품에 대해 회수권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회수권고 조치된 제품 중 '에코트리즈(ECOTREES)'의 '샤움 무염소 곰팡이제거제', '샤움 무염소 욕실 살균세정제' 스프레이의 방식의 제품이 폼스프레이로 제형을 바꿔 판매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회수권고 조치 제품 버젓이 판매


당시 정부는 해당 제품에 포함된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의 함량이 안전기준치를 초과해 인체 위해 가능성이 있다며 회수 조치와 함께 위해성 평가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정부는 과산화수소를 미생물, 해충 등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살생물질로 공식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취급 과정에서 피부나 점막에 자극을 유발할 수 있고, 흡입 시 폐렴 등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환경부는 2014년부터 유독물질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과산화수소의 안전기준치는 곰팡이 제거용 분무기형 제품은 1.7퍼센트, 화장실용 분무기형 제품은 0.2퍼센트입니다. 하지만 해당 '샤움 무염소 곰팡이 제거제'는 7퍼센트, '샤움 무염소 욕실 살균 세정제'는 4퍼센트가 함유되어 있어 안전기준치의 약 4배, 15배나 초과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업체는 정부의 회수 조치와는 무관하게 기존의 제품과 같은 성분과 함량의 내용물로, 폼스프레이로 형태만 바꿔 온오프라인으로 유통 판매하고 있습니다.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진행된 '37개 제조 및 수입업체와 환경부와의 간담회'에서 업체는 "흡입독성을 근거로 과산화수소 1.7퍼센트의 함유량 제한은 효율성 없는 근거"라며 환경부에 의견서를 제출했고, 그에 대한 답변으로 환경부는 "제품의 성분과 함량 변경 없이 분사 방식을 폼스프레이로 변경하면, 흡입 가능성 위해 수준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함께사는길> '팩트체크'가 사실관계를 요청하자 업체는 유선으로 통보받아 공문 형태로 받은 게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업체는 "(폼스프레이형 제품은) 액상 점액질로 개발돼 분사 시 미스트로 휘산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즉, 폼스프레이로는 액체가 기체로 변해 흩어지지 않아 흡입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출시된 스프레이 제형은 분무기형, 에어로졸, 스프레이 등이 있습니다. 폼스프레이의 경우도 액체가 분무기로 뿌려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안전성 검사를 거쳐야 합니다.

위해우려 제품 지정해놓고 재판매에 눈 감은 환경부


그렇다면 환경부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환경부는 위해우려제품 전수조사 항목이 '스프레이형'으로만 국한되어 있다며, 현재 업체에서 판매하는 '폼스프레이'는 '스프레이' 항목으로 볼 수 없어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팩트체크가 '폼스프레이가 스프레이가 아니면 어떤 제형에 해당하느냐?' 재차 묻자,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담당자는 '폼형'과 '폼스프레이형'을 혼동하며 전문가 검토 후 답변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제품을 사용한 결과 분무 시 처음부터 거품 형태로 분무되어서 '스프레이형'으로 보아야 할지, '폼형'으로 보아야 할지 현재 환경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관련법이 만들어지는 과도기적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음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이 피해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같이 제품을 구매한 국민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환경부는 스프레이형 제품을 가스 추진제를 이용해 분사하는 '에어로졸 타입'과 방아쇠를 당겨 분무하는 '트리거 타입'의 제품으로 규정합니다. 사전적인 용어를 보더라도 '액체나 기체 따위에 압력을 가해 세차게 뿜어 내보냄'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품은 액체가 분무기로 뿌려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스프레이형으로 보고 즉각적인 판매중단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해당 제품은 제형과 상관없이 품목 상 '세정제'로 환경부가 지정 관리하는 위해우려제품입니다. 위해우려제품을 생산, 수입하는 업체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인된 시험분석기관에서 안전성 검사를 거쳐야 하며, 자가검사번호를 부여받아야만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해당 제품은 수거권고 조치된 '스프레이형 자가검사 번호'를 가지고 '위해우려제품 안전기준 적합'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업체에 따르면, 환경부가 현행 자가검사 제도상 재검사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기존 위해우려제품 자가검사번호와 성적서를 사용하라고 업체에 통보했다는 것입니다.

법의 허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환경부는 '위해우려제품 표시안전기준 고시'를 통해 위해우려제품별로 '함유된 유해물질', '사용제한물질'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품목별로 '함유된 유해물질'은 기준치 이하여야 하며, '사용제한물질'은 검출되지 않아야 안전성 검사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제품처럼 안전기준치 이상의 살생물질이 포함되어도 검사 항목의 해당 물질이 아니면 '위해우려제품 안전기준 적합'으로 판매됩니다. 이 때문에 업체는 리콜된 제품을 재판매해도 그 어떤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습기살균체 참사 잊었나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재발 방지 마련을 위해 정부는 '살생물제관리법'을 2019년 1월 시행목표로 제정 준비 중입니다. 관련법이 제정될 때까지 살생물질을 규제할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런 기업의 행태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습니다. 또한 환경부가 해당 제품을 회수명령을 한 것이 아니라 회수권고로만 조치를 내렸기 때문에 기업의 이런 행태에 대해 제재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팩트체크는 해당 제품에 대해 '수거 권고'가 아닌, 즉각적인 '수거 명령'을 내릴 것을 정부 당국에 강하게 요구합니다. 또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이번 사안에 대해 임기응변식 해결이 아니라, 기업의 비도덕적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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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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