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 그녀는 흡연자가 아닌 국가를 상대로 제소했다

[나라 밖 이야기] 저소득층 흡연과 대기오염 희생자, 그리고 군사독재 정권의 가해자

Ⅰ.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높다


흡연자들은 느끼고 있지 않을까? 언제 어디서나 궁지에 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로마 시대부터의 지배전략의 하나인 '분리하여 통제하는(divide & control)' 전략은 흡연자·비흡연자 분리를 통해서도 관철되는 듯하다. 대부분의 비흡연자들에게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책임 대상으로 흡연자들은 가까이 있어서 잘 보이는 반면에 발전소나 자동차 배기가스는 멀리 있거나 잘 보이지 않는다. 쉬운 손가락질 대상이 되기도 하는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에 비해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다는 점을 안다면, 힘겨운 삶의 시름을 담배 연기와 함께 허공에 실어 보내려는 흡연자들에 대한 이해심을 조금은 기대할 수 있을까?

프랑스 공공보건청이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 사이에 저소득층의 흡연율은 35.2퍼센트에서 37.5퍼센트로 늘어난 반면, 고소득층의 흡연율은 23.5퍼센트에서 20.9퍼센트로 줄어들었다. 2016년 1월부터 8월까지 15살부터 75살까지의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저소득층에서 이처럼 흡연자의 비율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공공보건청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장래를 설계하기가 어려워서, 예방 메시지나 흡연에 따른 위험 경고를 믿지 않아서, 니코틴 중독이 심해서" 등으로 설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현재 7유로(약 8800원)인 담뱃값을 10유로(약 1만2600원)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와 같은 담뱃값 인상이 흡연자들을 금연으로 유도할 수 있는 상징적이며 의미 있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금연협회 등이 열렬하게 찬성한 반면에 담배 소매업자들은 밀수입을 우려하면서 반대를 표명했다. 어쨌든 저소득층은 금연을 실행하거나 어려운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지는 걸 감수하면서 계속 담배를 피우거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텐데, 스트레스가 더 심해져 담배를 더 피우게 되지 않을까?

프랑스인의 흡연율은 34.5퍼센트로 이웃 나라인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의 25퍼센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20퍼센트,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15퍼센트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한다. 한국인의 흡연율은 22.6퍼센트(남성 39.3퍼센트, 여성 5.5퍼센트)라고 2015년 통계가 밝히고 있다.

대기오염 희생자, 국가의 책임을 묻다

파리 5구에 사는 클로틸드 노네,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그녀는 흡연자가 아닌 국가를 제소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스마트폰으로 대기오염도를 검색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이노베르 200'이라는 상표가 붙은 신선한 공기를 몇 모금 마시고, 호흡기 질환에 먹는 약을 복용한다. 지금 56살이며 요가를 가르치는데, 젊은 시절에는 파리의 유명한 크레이지 홀스(Crazy Horse) 쇼의 무희였다. "만약 내가 요가를 하지 않았다면 아주 오래전부터 호흡 보조기를 달고 살아야 했을 거예요." 마침내 그녀는 지난 6월 7일 변호사를 통하여 "당국의 태만"을 이유로 국가를 제소했다.

"우리는 국가의 책임을 물어요. 왜냐하면, 대기오염 피해자들이 겪는 의료적 실패는 대기오염을 막아야 할 행정 당국이 나태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물입니다. 프랑스에서 매년 4만8000명이 대기오염 때문에 사망하고 있어요."

석면 문제나 GMO 제조사인 몬산토 등 공공보건 관련 소송 전문가인 프랑수아 라포르그 변호사의 말이다. 이런 소송에서는 무엇보다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데, 원고 측은 자신감에 차 있다. 논거 중 하나는 클로틸드 노네가 2016년 겨울에 호흡 곤란으로 급히 입원해야 했는데, 그때 파리 지역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4마이크로 그램/m3으로 대기오염 기준치를 두 배 이상 초과한 날이었다는 것이다. 그때 대기오염 기준치를 초과하는 날이 한 달 이상 지속되었는데, 행정 당국은 그렇게 되기 전에 목재 개인 난방 금지, 자동차 홀짝수제 시행 등 조치를 취했어야 마땅했다는 것이다.

"이 싸움은 우리 모두가 숨 쉬는 공기를 맑게 하기 위한 것이에요."

국가를 상대로 한 클로틸드 노네의 싸움이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까? 대기오염 기준치가 유럽의 두 배인(유럽은 '나쁨'의 기준이 50마이크로 그램/m3인데, 한국은 100마이크로 그램/m3) 땅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Ⅱ.

이름 없는 죽음들


미국 텍사스주에서 인류학자들이 땅을 파 유골을 꺼내고 있다. 오래된 유골을 꺼내기 위해? 그렇지 않다. 2001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6000명의 시신이 텍사스주를 비롯하여 뉴멕시코주, 애리조나주, 캘리포니아주의 멕시코 접경지역에서 발견되었고 가매장되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중남미에서 출발한 그들은, 미국 입국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마을이나 자동차 도로를 만나기 어려운 사막 지대를 만난 것이다. 그들은 오랜 여정으로 탈진하거나 탈수증으로 쓰러졌다. 국경 경찰에게 붙잡힐 우려 때문에 신분증을 이미 버렸기 때문에 신분 확인이 불가능했다.

이름 없이 죽은 이들을 위해 인류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나섰다. '신원 찾아주기 활동(OPID)'이라는 이름 아래, 유골로부터 DNA를 채취하여 신원을 확인해 가족 품에 돌려주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 이름을 가집니다. 매장될 때에도 그래야만 합니다."

한 여성 활동가의 말이다. 이 활동은 미국 땅에서 발생한 '대량 재난'에 충격을 받은 케이트 스프레들리 교수 등에 의해 2013년에 시작되었다.

"자연재해가 있거나 비행기 사고가 일어나면 사체를 찾기 위해 총동원됩니다. 그런데 이곳의 나태함과 무관심, 연방의 지원도 없다는 건 충격적입니다. 시체들이 하나씩 따로 발견되긴 하지만 결국에는 수백 명이 실종되고 있는 거잖아요."

팀의 일원인 팀 고차의 항변이다. 하지만 작업을 완수하기까지는 어려운 과정이 남아 있다. 설령 DNA를 채취해도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를 알려면 중남미 나라에서 실종 신고된 사람들의 DNA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23명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가족에게 알려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그는 괴물이에요. 나는 그를 거부합니다."

이렇게 미 대륙 북부 한쪽에선 인류학의 이름으로 이름 없이 죽은 사람의 이름을 찾아주려고 애쓸 때, 남부 한쪽에선 아버지를 거부하는 딸의 외침이 있었다.

"그는 괴물이에요. 나는 그를 거부합니다."

지금 88살이며 고문과 살해와 유괴 혐의로 종신징역형을 네 차례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 있는 미구엘 에체콜라츠, 그는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시기(1976~1983) 경찰 책임자로서 부에노스 아이레스 교외에 만든 21개 불법 유치장의 수장이었다. 아르헨티나에 민주화 바람이 분 뒤 지금까지 3만 명에 이르는 실종자 가족들, 특히 오월 광장의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에 의한 '기억 투쟁'이 진행되었는데 마침내 가해자들의 가족들의 차례가 온 것이다.

지금은 이름을 바꿔 '마리아나 D'가 된 에체콜라츠의 딸은 "공포, 수치, 그리고 고통"이라는 세 글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SNS를 통하여 이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가해자들의 자식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도 기억을, 진실과 정의를 위한 투쟁에 참여하려고 해요."

역시 종신형을 받은 아버지를 둔 릴리아나 푸리오가 페이스북에 적었고, 감옥에서 출산된 아기를 심지어 아기 부모의 가해자 군인 집안에 입양시킨 산과의사의 딸인 에리카 레데레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증오심을 느끼지 않아요. 다만 슬픔을 느껴요. 아버지가 바뀌길 바랐으니까."

지금 심리학자로서 사립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마리아나는 확신하고 있다.

"에체콜라츠는 감옥에서 죽어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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