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저열한 성 인식 매우 유감"…정의당도 '지명 철회' 요구

한국당·국민의당도 비판 "여성 비하 내각이냐", "충격과 분노"

시민사회에서 널리 존경받는 원로 법학자이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안경환 법무장관 지명자가, 작년 출간한 저서에서 여성 비하적 표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 기사 : "젊은 여성은 매춘으로 살 수 있다"…안경환 저서 파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 태도를 취해 온 야당들은 물론, 그간 여당에 못지않게 문재인 정부에 협조적이었던 정의당에서조차 "임명을 숙고해 달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의당은 14일 오전 추혜선 대변인 논평에서 "왜곡된 인식을 가진 안 후보자에게 공명정대하고 엄정하게 법무를 관리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해당 발언들에 대해 청문회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 역시 안 후보자의 임명에 대해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추 대변인은 안 내정자의 '왜곡된 인식'의 사례로 "저서에서 성매매를 한 판사를 두둔하며 '아내는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거나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 '젊은 여자는 정신병자만 아니면 거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구걸하느니 당당하게 매춘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라는 말로 성매매를 합리화하며 저열한 성인식을 드러냈다"는 점을 들었다.

추 대변인은 "무척 실망스럽다"며 "이같은 표현들은 과거도 아닌 불과 작년의 일로, 지금도 이와 같은 인식을 고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앞서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되거나 지명된 고위공직자 및 공직 후보자들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 반응을 보였었다. 전날 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했을 때에도 정의당은 "국회가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겼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김 위원장의 자격 여부는 이미 충분히 입증이 된 상황이다. 일생을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력했고, 문제 의식과 정책 역량도 그 누구보다 탁월하다. 그간 제기됐던 의혹들도 청문회 과정에서 대체로 해소되었고, 남은 문제들도 큰 결격 사유가 아니었다"고 야당들 가운데 유일하게 임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국민의당도 안경환 내정자에게 날을 세웠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김유정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권은 여성 숫자만 채우지 말고 상식을 채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안 후보자가 저서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여성차별·비하 발언을 쏟아냈다"며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냈고, 여성 단체로부터 '여성 권익 향상 디딤돌상'까지 받은 안 후보자이고 보니 충격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런 상식 이하의 인식과 태도로 법무부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선 안 후보자의 태도가 후안무치하다"고 주장하며 "안 후보자 본인은 물론, 청와대 인사 검증팀마저 손톱만큼의 비판의식도 갖지 않았다는 것이 더 개탄스럽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탁현민 행정관의 여성비하 저서 등을 거론하며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단체로 읍소하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안 후보자나 탁현민 행정관의 행태에는 왜 침묵하는가"라며 이들에 대한 지명철회와 경질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안 내정자를 향해 "수 차례 음주운전, 다운계약서로 논란이었는데 오늘 아침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성은 술의 필수 동반자'라고 했다고 한다. 장관 후보자가 맞는지 어안이 벙벙하다"(이현재 정책위의장). "이대로 1기 내각이 진행된다면 음주운전 내각, 특혜·비리 내각, 위장전입 내각, 논문 표절 내각에 이어 여성 비하 내각이 될 것"(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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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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