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부동산 투기'에 몽둥이 들었다

정부 부동산 종합 대책 규제 수준에도 관심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 규제 의지를 강경하게 밝혔기에 후속 대책 수준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 관계 장관 간담회에서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수준이) 이상 과열을 보인다"며 "부동산 투기는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우선 부동산 시장 상황을 살피기 위해 이번 주부터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합동점검반 운영 방침에 관해 김 장관은 "불법·탈법 행위 근절을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의 강도로 단속"을 시행하겠다며 "위법 행위 적발 시 예외 없이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국세청 등 99개 조 231명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은 곧바로 분양권 불법전매, 청약통장 매매, 불법중개 등 청약시장 교란 행위 점검에 나섰다. 이와 함께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을 통해 불법행위 모니터링을 강화키로 했다. 기존 서울 강남권과 부산 해운대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된 모니터링 대상 지역을 서울, 세종, 부산 전 지역으로 확대한다. 위장전입 단속도 시행한다.

단속 강화에 관해 김 장관은 "과열현상이 발생한 지역은 맞춤형으로 선별적 대응하고 투기수요를 근절하되, 실수요자 피해는 없도록 거래를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취임 직후 부동산 시장에 관해 이처럼 강경한 발언을 낸 이유는, 김 장관이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성패에 부동산 문제가 걸렸다는 인식을 지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간 역대 정부 지지율은 부동산 투기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노태강 문체부 2차관(왼쪽에서 네번째)도 처음으로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 장관이 이처럼 강력한 부동산 규제 의지를 밝힘에 따라, 조만간 정부가 내놓을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의 수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떠오르는 조치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부다.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관계부처 간 협의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투기과열지구에 지정된 지역의 주택 입주자는 건설교통부령이 정한 기간이 지나기 전에는 매매 ·증여와 권리 변동을 수반하는 일체의 행위가 불가능하다.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오피스텔 입주자 공개모집 제한 등의 규제 조치도 시행된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지난 2002년 강남을 시작으로 주택가격이 치솟자, 정부는 해당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바 있다. 강남 3구는 이명박 정부인 2011년 12월 되어서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만큼, 우선 떠올릴 수 있는 대책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축소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각각 40%(DTI), 60%(LTV, 투기지역의 경우 40%까지 규제)까지 내려간 DTI와 LTV는 이명박 정부 들어 규제 수준이 풀리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도래하자 이명박 정부는 이해 6월 LTV를 60%에서 70%로 완화했다. 2010년에는 무주택자, 1가구 1주택자에게 한시적으로 DTI 적용이 해제되기까지 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술 더 떠, 지난 2014년 LTV를 전국 동일 70%로 완화하고, 수도권에만 적용된 DTI를 50%에서 60%로 완화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가장 먼저 LTV와 DTI 규제 수준이 강화되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현미 국토부장관 후보자 역시 LTV와 DTI를 선별적으로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원리금 상환 능력까지 대출 수준에 포함해 LTV와 DTI보다 더 강력한 대출 규제 기준인 DSR의 경우, 정부가 기존 예상보다 이른 시일 내 도입을 고려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까지 정부는 DSR을 연내에 시범 도입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밖에 그간 역대 정부가 부동산 투기수요 규제를 위해 동원한 다양한 수단이 정책 도입 리스트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분양권 전매금지,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사업자들의 저항을 불러올 강력한 규제 카드가 규제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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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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