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 요청 안 한 세입자, 다 나가!

[구본기의 구체적 젠트리 ⑤] 환산보증금 초과임차인 내쫓기

많은 임대인이 임차인을 합법적으로 내쫓아, 그들의 것인 권리금을 약탈하고 있다. 임대인의 재산 증식 도구로써 사용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대중이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필자가 택한 글쓰기 전략은 '역접근'이다. 현장에서 임대인이 부동산 법률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아 임차인을 내쫓는 것처럼, 본 연재 안에서의 '나'는, 임대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컨설턴트가 되어 '합법적으로 임차인을 내쫓는 방안'에 대해 조언한다. 이를 통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반증하고자 한다.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의 경우, 5년이 지나지 않더라도 내쫓을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 방법부터 알려드리지요. 4편에서 우리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을 공부했습니다.

제10조(계약갱신요구 등)
④ 임대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 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조항은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차인에게는 적용이 되질 않습니다. 하여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는 제10조 제1항에만 기대어 계약을 갱신해야 합니다. 그러나 장사하기에 바쁜 대부분의 임차인이 이러한 사실을 알 리가 만무하지요.

다시 말해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이 계속해서 자신의 가게에서 장사를 하려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의 사이에 임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임대인님, 저는 앞으로도 여기서 계속 장사를 해야겠습니다."

물론 이는 현장에서는 절대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보통의 임차인은 임대인과 최대한으로 거리를 두려 하거든요. '임대인과 마주쳤다가 월세 올려달라는 말을 들으면 어쩌지?' 하고 노심초사하는 것이 대부분 임차인의 속사정 아니겠습니까.

한번 생각해보세요. 아마 여러분 건물에 세 들어 장사하는 임차인 또한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에 전화를 걸어 '계약을 갱신하겠다'고 요구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달여리

그러니 여러분은 여러분 건물에서 장사하는 임차인이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이고, 그가 임대차 계약갱신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임대차 계약의 종료와 함께 내쫓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민법 제639조에 의한 '묵시의 갱신'이 적용될 수 있는 바,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내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여러분이 나가라는 말을 하지 않아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한 후에도 상당한 기간 계속 장사를 하고 있다면 민법의 묵시의 갱신 성립요건이 충족되어 자동으로 계약이 갱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의하자는 것입니다.

민법에 의해 갱신된 계약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의한 묵시의 갱신처럼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다시 체결한 것으로 봅니다(민법 제639조 제1항).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다를 바 없지요? 헌데 다음 부분에서 좀 차이가 납니다.

제635조(기간의 약정 없는 임대차의 해지통고)
① 임대차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 상대방이 전항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다음 각호의 기간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1. 토지, 건물 기타 공작물에 대하여는 임대인이 해지를 통고한 경우에는 6월, 임차인이 해지를 통고한 경우에는 1월

민법의 묵시의 갱신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은 서로 언제든지 계약의 해지를 상대방에게 통보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해지를 통보한 경우에는 6월, 임차인이 해지를 통보한 경우에는 1월의 기간이 지나면 해지의 효력이 생깁니다

즉 지금 여러분이 민법의 묵시의 갱신에 해당하는 임차인에게 "나가!"라고 한다면, 그 임차인은 별 수 없이 6개월 뒤에 가게를 비워줘야만 하는 것입니다(최초 계약일로부터 얼마가 되었든, 그 기간은 상관없습니다.). 최대 5년까지 보장되는 임차인의 갱신요구 권리를 "나가!"라는 말 하나로 간단히 끊을 수 있는 것이지요.

자, 이상의 설명에 해당하는 임차인을 둔 분이 계신가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어서 임차인을 내쫓으세요!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구본기

'나는 나와 내 친구, 우리 이웃이 왜 돈에 쪼들려 사는지를 연구합니다'를 모토로 하는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상위 10%의 부자들이 아닌, 90%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금융, 보험, 부동산, 소비연구 및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합법적으로 임차인을 내쫓아드립니다> <당신이 믿고 가입한 보험을 의심하라> <월급을 경영하라> <우리는 왜 소비를 줄이지 못하는가> 등이 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