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빼앗아 부자 되는 비법'을 공개합니다

[구본기의 구체적 젠트리 ①] 임대차보호법, 세입자 보호 못 한다

검은 옷을 입은 백여 명의 사내, 공업용 커터 칼, 소화기, 망치, 욕설, 굴착기, '이렇게 허무하게 내쫓길 수는 없다'는 임차인의 절규, 그런 임차인을 지지하는 사람들, 비명, 울음, '안에 사람이 있어요!', 내동댕이쳐짐, 그 밖의 폭력적인 모든 것들. 근래에 각종 매체를 통해 비추어진 이른바 '(상업)젠트리피케이션'의 모습이다. 이 모든 난장판을 목격한 대중의 감상은 현재 고작 이렇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무슨 문제가 있나 봐?'

본 연재는 시쳇말로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허점과 폐해를 상세히 전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독자는 총 12회에 걸쳐 연재되는 칼럼을 통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그 이름과는 달리 임차인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임대인의 재산증식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많은 임대인이 임차인을 합법적으로 내쫓아, 그들의 것인 권리금을 약탈하고 있다. 임대인의 재산 증식 도구로써 사용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대중이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필자가 택한 글쓰기 전략은 '역접근'이다. 현장에서 임대인이 부동산 법률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아 임차인을 내쫓는 것처럼, 본 연재 안에서의 '나'는, 임대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컨설턴트가 되어 '합법적으로 임차인을 내쫓는 방안'에 대해 조언한다. 이를 통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반증하고자 한다.

'갓물주'라는 말 아시지요? 조물주(신)를 뜻하는 영어 단어 'God'에, 건물주(임대인)라는 말을 더한 신조어입니다. 건물주가 신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관용어도 요즘은 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어른들의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언론사의 발표에 의하면, 고등학생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1위가 공무원(22.6%), 2위가 건물주와 임대업자(16.1%)라고 합니다. '안정적이어서(37.5%)', '높은 소득이 보장되기 때문(28.5%)'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건물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청소년들도 잘 알고 있는 것이지요. 오늘날 건물주의 위용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본 칼럼 시리즈는, 그런 건물주, 그중에서도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여러분을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상가건물 주인인 여러분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허점을 십분 활용, 임차인을 '적법하게' 내쫓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호랑이에게 날개를! 임대인에겐 더 많은 수익을!
임차인의 것을 임대인에게로!
합법인데 뭐 어때!

이것이 바로 본 칼럼 시리즈를 관통하는 모토입니다. 자,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여러분은 왜 건물에 세를 놓습니까? 외계인의 침공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려고? 세계평화를 위해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대비할 목적으로? 천만의 말씀! '다 돈 때문' 아니겠습니까? 우린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소유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본령에 입각해 (어쩌면 빚을 얻어) 상가건물을 매입했고, 지금껏 세를 놓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선 사업가도 아닐뿐더러, 무슨무슨 운동가나 활동가는 더더욱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여러분은 상가건물 투자를 직업으로 삼는 일종의 직업투자자이며, 사업가입니다(고등학생이 선망하는 '직업' 가운데 건물주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세요.). 여러분은 '모든 것 가운데 돈이 최고'라는 자본주의의 교리를 믿고 따릅니다. 여러분에게 명예, 정의, 양심 따위의 조금 멋져 보이는 것들은 돈에 대한 목마름이 해소된 다음에야 겨우 떠오르는, 부차적인 문제일 따름입니다.

만약 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 지금 여기서 글 읽기를 멈추셔도 좋습니다. 허나 긍정한다면, 우리 앞으로 이 시리즈 안에서만큼은 서로의 내숭을 접어두기로 해요.

ⓒ프레시안(허환주)

'수취'를 '착취'로 바꾸어 창조경제 이룩하자!

여러분이 임차인을 내쫓아야 할 이유는 권리금에 있습니다. 상권에 따라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억 원에까지 이르는 것이 권리금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권리금을 ‘바닥 권리금’과 ‘시설 권리금’, ‘영업 권리금’으로 세분화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구분은 그냥 멋져 보이려고 꾸며낸 것일 뿐 현장에서는 근거와 기준 없이 부르는 게 값인 것이 바로 권리금입니다.

주지하고 있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권리금은 임차인들 사이의 거래에서 발생됩니다. 특정 점포에 입점하려는 새로운 임차인이, 이전 임차인이 해당 공간에 쌓아놓은 영업적 가치(영업시설 및 인지도, 브랜드 등)를 인정하며 지불하는 비용이 바로 권리금입니다. 임차인A에서 임차인B로, 다시 임차인B에서 임차인C로 이어지는 모양새(임차인A→ 임차인B → 임차인C → …)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럼 임대인은 임차인끼리의 권리금 시장에 개입할 수 없느냐? 그건 또 아니죠. 임대인은 텅텅 비어있는 상가라고 해도 자릿세를 명목으로 임차인에게 바닥 권리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전 임차인이 인테리어 등을 멀끔히 해놓고 점포를 비웠다면, 그에 대한 시설 권리금도 추가로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것이 권리금입니다. 어쨌든 작금의 현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도 권리금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요컨대 마음만 먹으면 임대인도 얼마든지 권리금 시장의 플레이어로 활약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사실('임대인도 권리금 시장의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분께 큰 부를 안겨줄 것입니다. 우린 앞으로 임차인끼리의 권리금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임차인A가 임차인B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금을 착복할 것입니다. 즉 ‘임차인A → 임차인B → 임차인C → …’로 흐르는 보통의 권리금 시장에 침투하여, ‘임차인A → 임대인, 임차인B → 임대인, 임차인C → …’의 형태로 바꿀 것입니다. 이런 전환이 어째서 여러분 부의 증식에 주요하게 작용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두 개의 그림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보통의 권리금 시장에서, 권리금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살필 수 있는 그림부터 보시지요.

<그림1> 일반적인 권리금 시장의 흐름

<그림1>은 임차인들끼리 권리금 거래가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권리금 시장의 흐름’을 표현한 것입니다(보다 쉬운 설명을 위해 권리금을 5천만 원으로 통일했습니다.). 최초에 임차인A가 다음 임차인B에게 권리금 5000만 원을 받고, 다시 임차인B는 자신 뒤의 임차인C에게 권리금 5000만 원을 받습니다. 그러면 임차인C는 응당 임차인D에게서 권리금 5000만 원을 받겠지요. 임차인C까지의 관계만 놓고 보았을 때 발생된 총이익은 5000만 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임차인A의 노동소득(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입니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권리금 떠넘기기를 지속할 수만 있다면, 어떤 임차인도 손해를 입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느 순간에 (장사가 잘 되지 않아)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임차인이 반드시 나타납니다. 권리금 주고받기가 ‘폭탄 돌리기’라 불리는 까닭입니다. 이상 권리금 시장이 돌아가는 기본 메커니즘을 설명했습니다. 이제 보다 업그레이드된 작동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림2> 임대인(건물주)이 개입된 권리금 시장의 흐름

<그림2>는 임대인이 임차인끼리의 일반적 권리금 시장에 침투하여 적극적으로 ‘재테크’ 행위를 벌였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나타낸 것입니다. 그림은 다음과 같이 풀이됩니다. 최초의 임차인A가 임대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합니다.

임차인A는 장사수완이 좋습니다. 덕분에 해당 공간에 권리금 5000만 원이 형성됩니다. 영리한 임대인은 이를 놓치지 않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허점을 활용, 여러 '적법한 이유'를 들어 임차인A를 내쫓습니다. 그리고 그 빈 공간에 임차인B를 들이며 권리금 5000만 원을 취합니다.

이 과정은 다시 반복됩니다. 임대인은 갖은 괴롭힘(하지만 합법적인 괴롭힘)을 통해 임차인B를 내쫓습니다. 그리고 다시 빈 공간에 임차인C를 들이며 권리금 5000만 원을 받아 챙깁니다. 임대인이 이런 방법으로 임차인C를 내쫓고 임차인D까지 들였다고 가정했을 때, 본 과정에서 발생한 총이익은 1억5000만 원입니다. 그리고 그 전부는 임대인의 불로소득(노동을 하지 않고 벌어들인 소득)으로 귀속됩니다.

한편, 누군가 이익을 얻었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의 손해는 모조리 임차인들이 짊어집니다. 즉 냉정히 말해 <그림2>는 ‘임대인이 자신의 상가건물을 거쳐가는 모든 임차인의 지갑에 빨대를 꽃아 돈을 빨아대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상의 두 그림을 비교·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임대인이 권리금 시장에 개입하면 노동소득은 불로소득으로, 수취(受取)는 착취(搾取)로 전환됩니다. 그 과정에서 총이익과 총손해가 급증하고, 이익은 전부 임대인의 것, 손해는 모두 임차인의 것이 됩니다. 해당 과정을 빠르게, 더 많이 반복할수록 여러분께는 좋습니다. 그리고 임대인의 이러한 행위는 현재로서는 전혀 위법하지 않습니다.

권리금을 빼앗는 3가지 방법

여러분의 건물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세입자, 즉 임차인의 몫인 권리금을 여러분이 차지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말 그대로의 권리금 빼앗기
둘째, 직접 장사해 권리금 빼앗기
셋째, 월세(임대료) 올려 권리금 빼앗기

우리가 방금 살펴본 것이 첫 번째 방법(말 그대로의 권리금 빼앗기)입니다. '임차인A에게 줄 것을 내게 줘'라는 식으로 정말 표나게 권리금을 빼앗는 것이지요.

두 번째 방법(직접 장사해 권리금 빼앗기)은 이보다 덜 직접적입니다. (우선) 권리금이 아닌 임차인이 가꿔놓은 '공간'을 빼앗습니다. 즉 "내가 장사할 테니 나가주시오"하며 그 자리를 차지해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직접 장사를 하다가 나중에 다시 세를 놓더라도,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첫 번째 방법과 다를 바 없는 권리금 빼앗기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중은 이를 권리금 약탈로 인식하질 못합니다. '건물주도 장사 좀 하자는데 뭐가 문제야?'라는 식으로 반응을 하지요. 때문에 해당 방법은 주위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위치에 있는 임대인(가령 연예인)이 쓰기에 좋습니다. 아! 어쩌면 권리금 빼앗기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어 임대인이 권리금을 받지 못하게끔 법률이 개정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조금만 응용하면 그때도 지금처럼 임차인의 권리금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바지 사장'을 새로운 임차인으로 들이면 됩니다.

마지막 방법(월세 올려 권리금 빼앗기)은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지 않습니다. 대신에 월세를 이전 임대차 계약보다 엄청나게 올려 받아 포기한 권리금만큼을 오른 월세로 채웁니다. 권리금이 비싸 세가 잘 나가지 않을 때 쓰면 좋습니다.

만만하고 허접한 법 따위!

일반인의 상식과는 달리, 권리금 관행은 이미 법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 계약'을 다음의 말로 정의합니다.

권리금 계약이란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3 제2항).

그리고 여러 조항(제10조의4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을 통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히 저는 "합법적으로 임차인의 권리금을 빼앗자!"고 말합니다. 그만큼이나 지금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만만'하고 '허접'한 것이지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그 이름과는 달리 임차인을 전혀 보호하고 있질 못한다는 사실은 저를 비롯한 다른 부동산 전문가들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그 사실을 분명한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12가지 이야기

본 칼럼(1편)을 포함, 총 12개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남은 2편과 3편에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가장 기본적인 허점 두 가지를 살핍니다. 4, 5, 6, 7, 8편에서는 '임차인을 내쫓는 여러 가지 방법'을 배웁니다. 9, 10, 11, 12편에서는 '권리금을 빼앗는 방법'을 학습합니다.

임차인을 내쫓는 방법과 권리금을 빼앗는 방법이 많이 다르냐고요? 개념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조항이 있어서 '임차인 내쫓기'와 '권리금 빼앗기'를 따로 다루어야 해서 나누어 설명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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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기

'나는 나와 내 친구, 우리 이웃이 왜 돈에 쪼들려 사는지를 연구합니다'를 모토로 하는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상위 10%의 부자들이 아닌, 90%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금융, 보험, 부동산, 소비연구 및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합법적으로 임차인을 내쫓아드립니다> <당신이 믿고 가입한 보험을 의심하라> <월급을 경영하라> <우리는 왜 소비를 줄이지 못하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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