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제기가 되레 부실…김상조, 한국당 '몽니' 넘을까?

한국당 "임명 강행하면 보이콧" 강경 반대, 국민의당은 신중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상보다 무난하게 끝나면서, 추후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 후보자 등 장관급 공직자는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없고, 설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의견이 채택된다 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제2야당이자 '과반 의석'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일요일인 4일 오전 기자 간담회를 열었지만, 당내 현안인 대선평가위 구성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 모두 발언에서는 김 후보자 관련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이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해 당론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고 묻자 그때서야 "대변인이 논평했던 기조와 방향을 그대로 유지한다"며 "아직 청문위원들로부터 구체적 청문 결과를 보고받지 못했는데, 내일 보고를 받고 의원들의 뜻을 모아서 구체적 당 방침을 정하겠다"고만 했다.

국민의당은 청문회 당일이었던 지난 2일 오후, 최명길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솔직한 해명을 기대한다"고 하고 이전까지 입장이었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사퇴 요구를 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날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게 입장이 (사퇴 요구에서) 한 발 물러섰다고 평가할 수는 아직 없다"면서도 "청문회 결과를 아직 정확히 보고받지 못했다. 보고 정하겠다"고만 했다.

특히 국민의당은 당 지도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변인단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사퇴 요구 등 강경한 목소리를 내오기도 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경우 개인 의견을 전제로 김 후보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김성식 전 정책위의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재벌 개혁과 공정 시장 생태계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온 김 후보자의 인생과 정책 역량을 전체적으로 살핀다면, 일부 흠결을 직무 수행의 결정적 걸림돌로 볼 수 없다"며 "위원장을 맡으면 직무를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고 썼다. 박지원 전 대표도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 취임해서 재벌·경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만약 국민의당이 김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 찬성으로 돌아서거나, 최소한 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하는 등 대놓고 반대만 하지 않는다 해도 청와대와 여당의 부담은 훨씬 가벼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낙연 총리 임명 때와 마찬가지로, 국회 과반수 의원의 동의를 전제로 임명했다는 명분을 갖출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경우는 당 지도부부터 청문위원들까지 김 후보자 임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김 후보자는 기존에 제기된 위장전입, 아들 병역 및 인턴 특혜, 배우자 탈세 등 이미 10가지가 넘는 각종 비리 의혹만으로도 공정거래위원장 자격 미달"이라고 주장하며 "각종 비리 집합체 김상조 후보자의 공정거래위원장 임명강행은 국민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다만 정 수석대변인의 주장과 달리 '아들 병역 및 인턴 특혜'나 '배우자 탈세' 등의 의혹은 청문회에서 한국당 청문위원들에 의해서조차 비중있게 제기되지 않거나 이미 해명이 끝난 문제였다. 한국당 청문위원들은 예상과는 달리 김 후보자에 대한 공격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고, 이미 해명이 끝난 문제를 건드리다 멈추거나 지엽적인 부분을 파고드는 모습을 보였다.

청문회에서 야당이 건진 성과는 △다운계약서 작성에 대한 김 후보자의 사실 인정과 사과를 받아낸 것, △논문 자기표절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 △2011년 한성대 연구관 화재 사건에 대해 김 후보자가 책임을 인정하게 한 것 정도다. 그밖의 다른 '의혹' 들은 처음부터 의혹 제기 자체가 무리하게 느껴질 정도였거나, 김 후보자의 해명으로 상당 부분 소명됐다. (☞관련 기사 : [기자의 눈] 김상조 의혹 공세, '깜'이 되나요?)

한국당 소속 청문위원들도 개인적으로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한 청문위원은 청문회 후 김 후보자에게 "개인적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고 한다. "당에서 시켜서 한 거다. 난감했다"며 "그냥 (협조) 해 주면 좋겠는데…"라는 말도 한국당 의원들 쪽에서 들렸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당 지도부는 주말 동안에도 김 후보자 임명 절대 불가를 외치며 강경론을 펴고 있다. 한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모든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정작 청문회에서는 별다른 공격조차 하지 못해 놓고, 오히려 청문회가 끝나고서야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원내 4당인 바른정당(20석)도 이낙연 총리 인준 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어서, 두 보수 야당은 의견 공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연합> 인터뷰에서 "(김 후보자는)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에는 부적격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김 후보자를 옹호하는 논평을 당 명의로 내놓고 있고, 원내 5당인 정의당(6석)도 한창민 대변인을 통해 "솔직하게 해명했다",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국민의 기대대로 공정한 시장경제에 대한 개혁성과 합리성을 갖춘 모습이었고, 엄격한 도덕성 검증에도 성실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며 긍정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의 정도와 김 후보자의 답변, 이에 대한 여론의 평가, 각 정당의 반응 등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김 후보자 임명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청문회 이후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언론과 야당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국민께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해명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에 따라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는 한국당과 정부·여당 간의 긴장 고조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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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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