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관광객이 15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제주도는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고초를 겪고 있다. 제주시 하수처리장이 처리할 수 없는 규모의 하수가 유입되면서 1년 동안 똥물이 제주 앞바다로 흘러갔다. 쓰레기 매립장의 포화는 훨씬 앞당겨졌고, 어떤 골프장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지하수가 취수되지 않기도 했다. 교통 체증도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주인구만 6만 명이 넘는 오라관광단지 사업은 거의 재앙적인 수준을 만들 것이다. 주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제주시에 또 하나의 도시를 만들어 카지노 등 유흥을 즐기는 관광복합단지로 운영될 것이다.
26년 전 잘못 꿰어진 단추
오라관광단지 문제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에 근거해 수립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은 도내 3개 단지와 20개 관광지구를 중심으로 한 거점식 개발이었다. 오라관광단지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계획은 1995년 지방자치 시작과 함께 제주도의 개발정책을 대규모 관광지 개발로 완전히 방향을 틀게 만들었다.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 외지의 대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혈안이 되었고, 지자체장의 위상은 외자 유치 여부에 따라 좌우되기도 했다.
오라관광단지는 3개 단지 20개 관광지구 정책에 의해 관광단지로 지정된 이후 오랫동안 외자 유치를 받지 못하면서 방치돼온 사업이다. 하지만 중국계 자본인 ㈜제이씨씨가 2015년에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며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사업부지는 제주시 오라2동 지역 방선문 계곡 상류에 위치한 곳으로 제주 시내와도 멀지 않다. 해발 335~582미터에 위치하고 있어 중산간 지역에 있는 대규모 시설 중 가장 높은 고도에 해당된다. 더욱이 한라산국립공원 지역과는 1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즉, 도시지역과 한라산 지대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생태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중산간 지대에 이 같은 대규모의 시설은 일찍이 없었다.
면적도 357만5000제곱미터로 100만 평이 넘는다. 마라도의 12배 규모 부지에 관광숙박시설·휴양문화시설·상업시설·18홀 골프장 등이 들어서고, 숙박시설은 호텔과 콘도 등 4300실에 이른다. 사업계획서에 구체적인 계획은 적시하지 않았지만, 카지노 설치도 확실시된다. 사실상 이 사업은 카지노와 숙박시설을 통해서 수입을 벌어들이겠다는 심산이다.
청정과 공존 선언한 원희룡 지사의 이중잣대
원 지사는 취임하자마자 제주의 100년 미래를 준비한다며 야심 차게 '제주미래비전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서 원 지사는 중산간 난개발을 억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유독 오라관광단지에 대해서만은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 원 지사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한 지 오래됐고 대규모 개발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지역이라며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원 지사 스스로가 청정과 공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만든 '제주미래비전계획'의 무력화에 나선 형국이다.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이 지역이 중산간에서도 고지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원 지사가 만든 '제주미래비전계획'의 기준에 따르면, 이 지역은 사업이 불가능한 곳이다. 실제로 '제주미래비전계획'의 환경자원총량시스템을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에 적용할 경우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핵심사업 부지인 26만 제곱미터는 환경자원총량 1·2등급 지역으로 개발사업이 불가능하고, 신규로 추가된 마라도 면적의 3배에 이르는 91만 제곱미터 역시 환경부서가 우려를 표할 만큼 사업을 하기 힘든 지역이다.
오라관광단지사업은 원 지사가 세운 미래비전과도 상충될 뿐 아니라, 법적인 결함도 갖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제이씨씨는 사업부지 내에 있는 지하수 관정 9개 등을 이용해 생활용수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9개의 지하수 관정은 이전 사업자로부터 양도·양수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현 사업자가 기존 사업자로부터 양도·양수받은 9개의 지하수 관정 이용의 적법성 여부는 문제가 있다. 제주특별법과 지하수법에 따르면, 허가를 받은 목적에 따른 개발·이용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지하수 관정 이용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개발사업 승인 취소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기존 사업자인 극동건설의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지난 2015년 5월 승인이 취소됐다. 따라서 기존사업자가 허가받은 9개의 지하수 관정 역시 사업 승인 취소와 함께 취소 대상인 것이다. 허가권자인 제주도지사는 지하수 개발·이용허가를 취소하고 지하수 관정의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 또한 현 사업자는 기존 사업자로부터 개발사업을 인수받는 방식이 아니라 신규사업자로서 새로운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지하수 관정 역시 처음부터 신규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절차 위반도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심의회에서 조건부 동의로 결정된 사항을 20여 일만에 회의를 다시 열어 권고사항으로 변경해 줬다. 이로 인해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심의회가 지적한 것을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된다. 절대적으로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바꿔준 것이다. 조건부 사항은 협의 내용이며, 사업자는 통보받은 협의 내용을 해당 사업계획 등에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제주도는 스스로 법규를 위반하여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무력화시켜버렸다.
오라관광단지 포기해야
중국계 자본으로 알려진 투자자의 자본투자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 당국은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의 문제를 지적한 도의원에게까지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법적 대응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한마디로 도민들 누구도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협박이나 다름이 없다.
도민의 시선으로 볼 때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도정의 행정 행위는 이미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실한 특혜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5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도 도의회 차원의 최종적인 동의단계라 할 수 있는 '오라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내용 동의안' 처리를 뒤로 미뤘다. 당일 개발사업 현장을 둘러본 환경도시위원회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해당 안건을 임시회 회기 중에 상정조차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음에 회의를 열어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도의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그전에 앞서 제주도 당국은 먼저 오라관광단지 추진을 포기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문제점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라관광단지가 진행된다면 제주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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