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할아버지'의 장난감 병원

[함께 사는 길] "신나게 갖고 놀다 고장 난 장난감, 우리가 고쳐줄게요"

하루 종일 장난감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할아버지들이 있다. 이곳에서 이들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연구원'으로 통한다. 아이들의 망가진 장난감을 고치는 '연구원'들이다. 은퇴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이들은 이왕이면 보람 있는 일을 하자며 의기투합했고, 지난 2015년 '뚝딱! 장난감 수리연구소'를 열었다. A/S 기간이 만료된 것, 해외사이트에서 직구를 통해 구입해 A/S가 불가능한 것, A/S가 불성실해 고치지 못하는 고장 난 장난감 등을 무료로 수리해주고 있다.

▲ 장남감 수리연구소 연구원들. 왼쪽부터 우종하, 최영석, 장희철, 권영석, 하국환, 김성수 씨. ⓒ함께사는길(이성수)

현재 6명의 연구원들이 장난감을 수리하고 있는데, 64세 할아버지가 장난감 수리연구소의 막내다. 왕년에 항공고등학교에서 비행기 정비 등을 가르쳤던 선생님부터 행정직 공무원까지 다양하다. 연구원들이 수리한 장난감은 최종적으로 '맥가이버'라고 불리는 전직 항공고등학교 선생님이 확인하고, 아이들에게 보낸다. 부품을 구할 수 없거나 인형처럼 바느질이 필요한 장난감을 빼고는 못 고치는 게 없다고 자부한다. 이곳에 장난감을 맡겨본 이들은 그 만족감에 단골이 되고 또 입소문까지 나서 이곳에 장난감 수리를 의뢰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 하루에 10건, 월 300건 정도 장난감을 수리하고 있다고 수리연구소 연구원들은 자랑 같은 하소연을 한다.

"건전지로 작동하는 장난감인데 납땜이 약해져 선이 떨어져서 고장 난 거예요. 선만 다시 이어주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겁니다"라며 드라이버로 장난감 나사를 푼다. 대부분이 납땜을 허술하게 해 선이 끊어져 움직이지 않거나 소리가 나지 않는 제품들이 상당수라고 연구원들은 설명한다. 뚝딱 수리연구소에서도 골치 아픈 장난감이 있다. 장난감 제조 자체를 풀기 힘든 나사로 바꾼다거나 부품을 약하게 만들어 수리를 불가능하게 만든 장난감이다.

"해마다 새로운 장난감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분해하기 힘들게 만들어요. 수리가 어려운 장난감이 들어오면 모든 연구원들이 지혜를 모아요. 그때 성취감이 크죠. 그리고 우리가 수리해준 장난감 받고 아이들이 좋아했다고 글을 보내주기도 하는데 그 재미죠."

어느새 장난감 하나가 뚝딱 수리됐다. 장난감을 받고 좋아할 아이만큼이나 환하게 웃는다.

"아이들이 장난감 고장 날까 보물단지 다루듯 놀면 신나겠어요? 아이들이 신나게 갖고 놀다 고장 나면 우리에게 보내주세요. 아픈 장난감 우리가 고쳐줄게요."

▲ 설 협력하면 못 고치는 게 없다. 고치고 또 고치고. ⓒ함께사는길(이성수)

▲ 수리한 장남감의 테스트는 기본. ⓒ함께사는길(이성수)

▲ 제일 아끼는 수리 도구는 바로 드라이버. ⓒ함께사는길(이성수)

▲ 인두를 이용한 작업도 척척. ⓒ함께사는길(이성수)

▲ 전국에서 온 고장 난 장난감. ⓒ함께사는길(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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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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