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 "한반도 평화는 DJ의 유업, 대를 잇겠다"

[인터뷰] 민주당 김홍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 1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야권이 분열한 상황에서 김홍걸 위원장은 민주당에 입당해 문재인 당시 대표를 적극 도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지원 유세를 다녔다. 특히, 지난 5월 5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 교수와 함께 지원 유세를 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김 위원장에게 대선 승리에 대한 소회를 묻자 "촛불을 든 국민들 덕분"이라고 자세를 낮췄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자부심을 표했다.

하지만 정권교체가 끝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이은 '민주정부 3기'이기도 한 문재인 정권의 성패는 "촛불 민심"이 명한 '대한민국 적폐청산'과 직결된 문제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정부' 집권을 특별한 의미에서 간접 경험한 입장에서 "수구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올 것"을 우려했다.

우선적으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과거 여당을 경험한 야당과 다르지만 국민의당 역시 야당 입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야 하기엔 '협치'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국회 인준 과정에서 야당의 반발이 불거져 나온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 일각에서 나온 '합당' 문제에 대해 "국민의당 내부에서 정리가 안 됐고, 민주당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현시점에선 "민심을 등에 업고 정책별로 사안별로 설득하며 국정 운영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럴 때일수록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말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감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으로 건너간 박지원 의원, 권노갑 고문 등이 보인 정치 행보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동교동계 인사들에 대해 "특히 말로는 '김대중 정신'을 계승한다고 하는데, 김대중식 정치는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대의를 쫓는 것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김대중 정신의 계승자'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대통령의 아들로 산다는 것'에 대해 "무엇 하나 쉬운 게 없고, 조심스럽다"고 털어놓았지만,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정치 의지'를 보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자신이 평생을 노력해 이룬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가 이명박 정권에 훼손되는 것을 보며 굉장히 안타까워하셨다. 이를 복원하는 게 자식으로 아버지의 유업(遺業)을 잇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가진 김 위원장 인터뷰 전문.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문재인과 함께한 총선과 대선, 보람 느낀다"

프레시안 : 지난해 1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것에 대한 소회를 말한다면?

김홍걸 : 당시 야당이 분열하면서 4.13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할 위기였다. 그래서 문재인 대표를 돕고자 입당했다. 이후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렀다.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대선 승리는 민주당이 잘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국민들이 겨우내 든 촛불 덕분이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고 12월 대선을 치렀다면, 어렵게 이겼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큰 빚을 졌다.

프레시안 : 문 대통령 집권 후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준 것 중 하나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보여준 연설과 유족을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호남 민심이 곱지만은 않았는데, 변화가 생겼을까?

김홍걸 : 문 대통령은 1980년 5.18 당시 구속까지 된 사람으로, 이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광주민주화운동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호남 유권자에게는 이런 사실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이 5.18 열사를 한 명 한 명 호명할 때 호남 유권자들이 비로소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 특히 문 대통령이 유족과 관련 단체와 같이 '민주의 문'을 통과해 입장한 것은 '이제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 연설도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홍걸 : 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한 것은 자신의 지지자만이 아닌 온 국민의 지지자가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또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돌아오겠다는 다짐의 말이었다.

"문재인 인사, 논공행상 아닌 구시대 질서 깨는 인사"

프레시안 : 문 대통령이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노후 원전 폐쇄 지시 등 초기 정권 운영에 있어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인사 문제도 청와대 수석 진용이나 윤석열 서울지검장 임명 등 파격적이면서도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3주가량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평가한다면?

김홍걸 : 인수위원회도 없이 들어선 정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 등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게 많다. 그럼에도 국정 운영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았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 인사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이 아닌, 지역과 성별을 배려한 탕평 인사이자 구(舊)시대의 질서를 깨는 인사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그럼에도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 전입 문제로 문 대통령의 공약인 '5대 인선 원칙'이 비판을 받고 있다.

김홍걸 : 문 대통령의 인사 공약은 하나의 원칙이다. 후보자 개개인의 사정도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여당을 지낸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 비판할 자격이 있나?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됐다고 180도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들은 여당 시절, 부동산 투기 의도가 명백한 위장 전입조차 감싸고 넘어갔다.

프레시안 : 노 전 대통령은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은데, 구시대의 막내가 되게 생겼다'고 말한 적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정부 3기'라고도 할 수 있다. '새 시대의 맏형' 역할, 이제는 문 대통령이 해야 하지 않을까? 정권 초기 지지율이 높다고 해도 5년이라는 임기는 길다.

김홍걸 : 정치를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여당 입장을 경험한바, 개혁을 추진할 때마다 수구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여기저기서 나올 것이라는 점을 민주정부 3기 집권 이전부터 예측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촛불 혁명으로 개혁을 추진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개혁 관련 법안이 쉽게 통과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박지원, '김대중 정신의 계승자'라 말할 자격 없다"


프레시안 :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야당과의 보다 안정적인 차원의 '협치'를 위해 국민의당과 합당 등을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홍걸 : 지금 국민의당은 바른정당 또는 민주당과 합당하자는 주장과 독자 생존하자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심지어 의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내부 정리가 안 된 상태로는 어떤 논의든 불가능하다. 민주당도 (국민의당과 합당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협치는 양쪽 모두 이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당이나 정의당과는 정책 연대 형태로 협치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여당과의 연대로 야당의 존재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선 이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프레시안 : '민주당과 국민의당 통합 문제, 당분간 논의할 단계도 아니다'라고 이해해도 될까? 그럼에도 국민의당은 국정 운영의 중요 파트너다. 앞으로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까.

김홍걸 : 정책적인 면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보듯 국민의당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계속 논란거리를 찾을 것이다. 결국 민심을 등에 업고 정책별로 사안별로 설득하며 국정 운영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지금은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된 권노갑 전 의원 등 동교동계와 관계는?

김홍걸 : 특별히 교감이 있지는 않다. 국민의당 동교동계 원로들이 민주당과 합당을 논의하게 위해 만났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의미가 전혀 없는 그저 과거의 인연으로 이뤄진 만남이었다. 그들은 국민의당 지도부도 아니고 현직 국회의원도 아니다. 그들이 말한다고 민주당과 합당 되는 게 아니다. 특히 말로는 '김대중 정신'을 계승한다고 하는데, 김대중식 정치는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대의를 쫓는 것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김대중 정신의 계승자'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4월 JTBC <뉴스룸> 손석희 사장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햇볕정책 포기를 선언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햇볕정책의 기본정신은 강대국에 우리 민족의 운명을 맡기지 않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미국과 같은 나라를 설득해 한반도 평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표의 말처럼 미국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며 지켜보고 있으면, 박정희-전두환 시대의 외교와 다를 바 없다. 한때 '햇볕정책 전도사'였던 사람이 눈앞의 대선을 위해 자신의 업적을 부정한 것이다. 스스로 '김대중 정신의 계승자'라는 말, 이제 더는 할 수 없다.

당시 권노갑 상임고문도 박 대표와 안철수 후보의 햇볕정책 포기 선언에 대해 어떤 비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조했다는 뜻이다.

ⓒ프레시안(최형락)

"4대강 정책감사는 정치 보복 아닌, 국민 여론 따른 것"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불거진 적폐 청산 중 가장 중요한 문제가 검찰 개혁이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하면서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을 다들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등 후속 인사에 고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 검찰 개혁 관련해서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홍걸 :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경험을 통해 보자면, 검찰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면 정권 초기에 이익을 볼지 모르지만 결국은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검찰 독립을 얘기하는 것은 검찰을 오히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만든다. 결국은 대통령이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검찰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또 검찰의 기소권 독점 문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근본적으로는 권력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검찰의 기소도 법원의 심의 아래 진행하게 하거나, 변호사의 역할을 더 강화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프레시안 : 문 대통령이 4대강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감사 착수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루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황찬현 감사원장이 버티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수세력의 저항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보수진영에서는 '정치적 보복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김홍걸 : 박근혜 인수위 시절 4대강사업을 감사한 결과 '총체적 부실투성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2013년 7월 국토부가 건설사의 담합을 방조했으며, 4대강사업은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시설물 관리 및 수질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일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제기됐다.

보수와 진보 이념을 떠나 엄청난 국가 예산이 낭비된 사업이다. 또 환경 파괴로 영남지역은 식수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여론도 4대강사업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다. 문 대통령의 4대강사업 정책감사 지시는 정치 보복이 아닌 국민 대다수 여론을 따른 것이다.

"북한 도발, 남한과 대화 희망 신호탄일 수도"

프레시안 :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남북관계를 파탄 내다시피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복원 및 평화 정착이 중요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

김홍걸 : 북한의 도발 때문에 남북관계가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북한은 우리와 소통 방식이 다르다. 무력시위를 해야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오히려 남한과 대화를 빨리하고 싶다는 신호탄일 수 있다.

여당 일부에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 북한과의 대화는 북측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대화가 상대방에게 혜택을 주거나 상대방의 잘못을 묵인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대화는 전쟁 중에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가 잘못할수록 전략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대화를 해야 한다. 과거 북한은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때는 무기 개발 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대화와 협상이 결렬되면 무기 개발을 가속화했다. 최소한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시민 주권 시대, 정치인도 빨리 적응해야"

프레시안 : SNS로 정보의 유통과 공개, 의견 표출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치인들도 지지자와의 관계가 과거와 달라졌다. 그러다 보니, 문 대통령 집권 후 이른바 '한경오' 등 진보언론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졌다. 특히 이낙연 총리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문자 폭탄 문제 등 최근 논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김홍걸 :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 생각은 없지만, 서로 상대편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또 달라진 의사소통 환경을 인정하고 빨리 적응해야 한다. '시민 주권 시대'는 촛불 혁명 이후 더 강해졌다. 유권자들이 정치권을 직접 이끌고 가는 시대가 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상대를 일방적으로 괴롭히거나 비난하기 위한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선 기간 중 '문재인 치매설 처벌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문자 폭탄에 대해서는 "집단 린치(비합법적인 폭력을 가하는 일)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며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다니….


문 대통령 지지자와 진보언론의 충돌은 각자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 지지자 대부분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인데, 노 전 대통령이 보수 정권과 언론의 공격 속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은 못 지켰지만, 문 대통령만큼은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런 민감한 측면을 언론이 이해해야 한다. 그럼에도 언론의 소임은 권력 비판이기 때문에 큰 줄기를 보며 책임을 다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최형락)

"아버지의 유업,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잇겠다"


프레시안 : 노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아들 건호 씨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대통령의 아들로 산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김홍걸 : 대통령의 아들이기에 주목을 많이 받는다. 뭘 좀 잘하면 본인 힘으로 한 게 아니라 특혜를 받은 것이라고 의심하고, 뭘 못하면 못하는 대로 '대통령 아들이 저것밖에 못하느냐'며 비난받는다.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돌아가신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며 그분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자신이 평생을 노력해 이룬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가 이명박 정권에 훼손되는 것을 보며 굉장히 안타까워하셨다. 이를 복원하는 게 자식으로 아버지의 유업(遺業)을 잇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업과 함께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계획은?

김홍걸 : 단정적으로는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한반도 평화라고 하면 대개 관념적이고 감성적으로 생각하는데,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안보 문제가 해결되고 색깔론과 종북몰이와 같은 구시대의 정치도 사라진다. 또한 북방 경제 활성화로, 경제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프레시안 : 정권 교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추모식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오는 8월이면,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도 진행된다. 남다를 것 같다.

김홍걸 : 아버지의 업적이 제대로 평가되고 복원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프레시안 : 이희호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장의 건강은?

김홍걸 : 우리 나이로 96세다. 이제는 기력이 약해져 휠체어를 타야 하지만,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행사와 아버지 추모식에 참석할 것이다. 연세에 비하면 건강하시다.

프레시안 : 정치에 입문할 때 어머니인 이희호 여사가 걱정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지금은 어떤지?

김홍걸 : 어머니가 정치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처음에 잘못 알려졌다. 어머니는 과거 아버지와 정치하던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고, 본인의 결정과 판단을 존중한다. 다만, 부모의 마음으로 정치를 하면서 험한 꼴을 보는 등 어려움이 있으니 이를 걱정했다. 지금은 안심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 등 두 번의 선거와 광화문 광장의 촛불집회를 통해 민심의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문 대통령도 본인의 정치 스타일에 맞는 시대를 맞아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적성에 맞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정치를 하게 돼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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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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