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중국 거리좁히기' 전방위 외교 행보

'일대일로'포럼에 박병석 의원 파견…특사도 별도로 보낸다

문재인 정부의 첫 해외 대표단이 중국으로 향한다. 외적으로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 초청에 응하는 형식을 띄고 있지만, 한중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향후 동북아에서 주도적인 외교를 벌이겠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12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는 14일부터 이틀 동안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한국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어제 통화를 하면서 시 주석이 대통령에게 요청했던 사안"이라며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수석은 박 의원의 포럼 참석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보내는 특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에서 4대국 또는 그 이상으로 보내려고 하는 정부의 특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갈등을 보였던 중국과 본격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의원 외에 사드와 북핵 문제에 집중하는 별도의 특사단도 파견하면서 중국과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5선 국회의원으로, 집권여당의 중진인 박병석 의원을 대표단 단장으로 선임하면서 무게감을 높였다는 것도 향후 중국과 관계를 중시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중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 의원은 중앙일보 홍콩 특파원을 지냈고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때 대표단의 특별 수행원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또 일대일로 포럼이 단순히 경제문제만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 본다면 한국이 동북아 내에서 주도적인 외교를 펼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상하이 동화대학교 우수근 교수는 "이번 일대일로 포럼은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일본의 견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의미에서 정부 대표단이 이번 포럼에 참석, 중국 및 러시아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향후 중국‧러시아 대 미국‧일본의 대립을 중개할 수 있는 포석을 깐다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점점 대립이 심해지고 있는 동북아에서 우리가 이러한 대립을 중개함으로써 비로소 한반도에서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 포럼 참여는 우리가 동북아의 주체로 참여한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박병석 의원을 단장으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 박정 의원, 임성남 외교부 1차관,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등으로 대표단을 구성할 예정이라며 "이번 포럼 참석을 통해 중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우리의 참여 등 역내 공동번영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럼은 14일 오전 개막식 및 고위급 전체 회의, 6개 분과위 회의(△정책소통 △인프라연통 △무역창통 △금융융통 △민심상통 △싱크탱크 교류)가 개최되며 15일에는 참가국 정상들의 라운드 테이블이 열린다. 외교부는 "박병석 단장은 14일 오전에 개최되는 포럼 개막식 및 고위급 전체회의와 오후에 개최되는 분과별 세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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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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